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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도시 특화 소형 상용 전기차 개발

영국 어라이벌에 1290억원 투자…"가격경쟁력 확보·개발기간 단축"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0.01.16 15:24:11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기아자동차(000270)가 전기자동차에 대한 개발 방식 혁신과 시장 선도 역량 확보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현대·기아차는 영국의 상업용 전기차 전문 업체 어라이벌(Arrival)에 1290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실시, 도시에 특화된 소형 상용 전기차 개발을 위해 상호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지향하는 클린 모빌리티(Clean Mobility)로의 전환을 가속화 하는 동시에 전기차 개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오른쪽부터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 어라이벌의 데니스 스베르드로프 CEO가 계약 체결 후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 현대자동차


아울러 양측 간 협업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의 친환경 상용 전기차를 유럽에 우선적으로 선보이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유럽 상용 전기차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와 어라이벌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에서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과 데니스 스베르드로프 어라이벌 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 및 전기차 공동개발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어라이벌, 모듈화 구조 전기차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 보유

지난 2015년 설립된 어라이벌은 밴(Van), 버스 등 상용차 중심의 전기차 개발 전문 기업이다. 본사가 위치한 영국 이외에 미국, 독일, 이스라엘, 러시아 등에 생산공장과 연구개발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어라이벌의 강점은 모듈화된 구조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구동모터를 표준화된 모듈 형태로, 스케이트보드 모양의 플랫폼에 탑재하고 그 위에 용도에 따라 다양한 구조의 차체를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뜻한다. 

어라이벌 로고. ⓒ 현대자동차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위에 이용 목적에 따라 고객맞춤형으로 제작된 자동차 상부를 조립하는 레고 블록과 같은 단순화된 제조 방식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전기차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 구동 부품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여러 차종에 공유함으로써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또 하나의 플랫폼으로 개별고객 요구에 최적화된 맞춤형 차종의 제작이 가능해 차량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 체결로 현대차 8000만유 및 기아차 2000만유로 총 1억유로를 어라이벌에 투자한다. 투자와 함께 현대·기아차와 어라이벌은 전기차 전용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반 중소형 크기의 유럽 전략형 상용 전기차 공동 개발에 나선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유럽은 환경규제 확대로 인한 친환경차의 급속한 성장이 기대 되는 시장이다"라며 "어라이벌과 상용 전기차 공동 개발을 통해 유럽시장을 필두로 글로벌 친환경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기차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개념도(이해를 돕기 위해 별도 제작된 이미지). ⓒ 현대자동차


또 지영조 현대·기아차 전략기술본부 사장은 "이번 투자는 현대·기아차가 추구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앞으로도 급변하는 친환경차시장 대응을 위해 어라이벌과 같은 기술력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가속화해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유럽 엄격한 환경규제 도입 예고…상용 전기차시장 선제적 대응

힌편, 현재 전 세계적인 온라인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소화물 배송을 위한 도심 내 차량 진입은 증가하고 있다. 반면, 환경규제는 강화되고 있어 상업용 친환경 차량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이에 업계에서는 물류 운송용 글로벌 소형 전기 상용차의 시장규모가 올해 31만6000대 수준에서 2025년 130만7000대로 매년 3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더욱이 유럽의 경우 2021년까지 연간 개별 자동차업체 평균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규제를 기존 130g/㎞에서 95g/㎞로 27% 강화하고, CO₂가 1g 초과 시 대당 95유로의 패널티가 부과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규제 도입이 예고돼 있다. 

즉,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기아차가 우선적으로 유럽 전략형 상용 전기차 개발을 위해 어라이벌과 협력하는 이유는 이런 흐름과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내 물류업체 상용 전기차를 공급하는 동시에 카헤일링, 수요 응답형 셔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업체에도 소형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개발 계획을 밝힌 전기차 기반의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 역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을 적용, 차량 용도에 따라 다양한 콘셉트의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현대차는 최근 CES 2020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솔루션 중 하나로 PBV를 제시했고, 기아차도 지난 14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공유서비스 업체와 물류업체 등에 공급할 PBV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상용 전기차 분야에서 어라이벌과의 협력으로 현대·기아차는 유럽 친환경 상용차시장에서 순수 전기와 수소 전기를 활용한 '투 트랙' 전략을 가속화하게 됐다는 의미도 갖는다. 

현대차는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H2에너지와 손잡고 합작법인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를 설립했고, 지난 3일 시범사업을 위한 수소전기트럭을 처음 유럽에 수출한데 이어 2025년까지 총 1600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업체들과의 협업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공동연구를 통해 글로벌 고성능 전기차시장 주도 역량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유럽 최대 초고속 충전 업체 아이오니티에 투자하고, 유럽 내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한국도로공사와 협약을 맺고, 올해 말까지 전국 12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350㎾급 전기차 초고속 충전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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