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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스바루 '국내 출격' 그리고 일본 불매운동

토요타 리콜 사태 '판매 하락'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반사이익'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0.01.22 14:06:31

지난 2010년 1월21일 당시 스바루 코리아는 그해 4월부터 중형 세단 '레거시'를 포함해 △크로스오버 아웃백 △SUV 포레스터 총 3개 차종을 출시해 공식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 스바루 코리아


[프라임경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꾸준한 판매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완성차 브랜드들이 최근 국내에선 좀처럼 실력 발휘를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사정이 좋았던 건 아니지만, 요즘 같은 상황까진 아니었죠. 이는 유독 일본차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일본차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10년 전부터 지난 10년간 행보가 어찌했는지 살펴봤습니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 '스바루'가 한국 시장에 2010년 1월21일부터 본격 진출한다. 

한국 고려상사가 2009년 6월 한국 고려상사가 후지중공업 스바루 자동차 본사와 협의해 설립한 스바루 코리아는 간판급 중형 세단 '레거시'를 포함해 △크로스오버 차량(CUV) 아웃백 △SUV 포레스트 3가지 차종을 국내에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최승달 스바루 코리아 대표는 "올해 △레거시 300대 △아웃백 150대 △포레스터 150대 총 600대 판매가 목표"라며 "현재 서울과 부산 딜러는 이미 정했고, 대구·광주·분당 지역에 딜러망을 추가로 구성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스바루 출격으로 국내 진출한 일본 자동차 업체는 △토요타 △혼다 △닛산 △미쓰비시를 포함해 5개로 늘어났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스바루까지 국내에 진출하면서 일본 자동차 업체들 국내 공략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이 따라 수입차 업계 경쟁도 보다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전망과 달리, 국내 시장 내 일본차 브랜드들은 좀처럼 웃음꽃을 피우지 못한 채 경쟁사들이 잠시 비운 자리를 채우는 수준에 그칠 정도였죠. 

사실 일본차 브랜드의 국내 공략은 무려 20년 전인 2000년 국내 상륙한 토요타가 시발점입니다. 그해 3월 국내 재진출과 함께 한국 법인을 설립한 토요타 이후 여타 미국 및 독일 브랜드와 비교해 높은 가성비나 디자인, 상품성 등으로 무장한 여러 일본차 브랜드들의 공세가 시작된 셈이죠. 

2001년 당시 전체 수입차(이하 한국수입차협회 출처) 7747대 가운데 10.9%(841대)를 차지한 일본차 브랜드들은 시장 점유율을 △2002년 18.4% △2003년 19.4% △2004년 29.3% △2005년 29.4% △2006년 30.1% △2007년 33.0% △2008년 35.5%를 기록,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2009년 전 세계 업계를 뒤흔들었던 소위 '토요타 리콜사태'는 국내 자동차 시장 판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해당 리콜 사태로 자동차 판매량 1·2위를 다투던 토요타 신용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으며, 이외 일본차 브랜드들도 2009년부터 마치 날개를 잃어버린 듯 끝없는 추락을 거듭했죠. 국내 점유율이 2009년 29.4% 이후 △2010년 26.4% △2011년 18.0% △2012년 18.3% △2013년 14.1% △2014년 12.3% △2015년 11.9%까지 떨어진 것이죠. 

특히 2010년 1윌 국내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스바루는 론칭 초기 저조한 인지도와 소극적인 마케팅까지 더해져 '판매 부진 늪'에서 빠져 나오질 못했죠. 결국 실구매자들의 높은 만족도에도 불구, 론칭 3년도 채우지 못한 채 철수하게 됩니다. 스바루보다 앞서 국내 진출(2008년 9월)한 미쓰비시 역시 계속되는 판매 부진 때문에 2012년 12월 짐을 싸서 일본으로 돌아갔죠. 

이처럼 약 7년간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일본차 브랜드들은 2015년 예상치 못한 호재에 판매 호황을 맞이하게 되죠. 그게 바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었던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입니다. 

일본차 브랜드들의 시장 점유율. 자료출처 수입차 협회. = 전훈식 기자


'디젤 게이트'는 2015년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디젤 엔진 배출가스량을 조작해 판매한 정황이 포착돼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나서게 된 사건을 의미합니다. 이는 클린 디젤을 주장했던 폭스바겐 실상이 이러하다는 것이 밝혀지자 다시금 디젤 엔진의 환경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는 배경입니다. 

여기에 폭스바겐 외에도 '다른 독일차 브랜드까지 신뢰도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죠. 

이처럼 디젤 게이트 여파가 계속되자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막강 판매량을 자랑하던 사건 당사자인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이후 차량들이 대거 판매금지를 당하며 '실상 개점휴업' 수준이었죠. 

반면, 당시 디젤 위주에서 하이브리드로 넘어가던 일본차 브랜드들은 최소 국내 한정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었죠.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국내에서 계속 죽을 쑤던 렉서스 ES300h가 수입차 월별 베스트 셀링 1위를 차지할 정도였죠. 

점유율도 디젤게이트 직후인 2016년 전년대비 3.8p 증가한 15.7%를 기록했으며, 이후 △2017년 18.7% △2018년 17.4%로 차츰 시장 내 입지를 굳혀가는 분위기였습니다. 특별 이슈가 없는 한 '점유율 20% 고지'도 달성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었죠. 

게다가 2018년에는 BMW 차량들에서 연이어 원인미상 화재가 발생하는 사태까지 벌여졌습니다. 디젤게이트에 이어 터진 이 사건으로 독일 자동차 업계, 넓게는 디젤 외제차 전반에 대한 인식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까지 떨어졌죠. 

하지만 일본차 브랜드 '판매 질주'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일본 아베 총리의 수출통제 조치가 야기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발생해 판매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죠. 

실제 지난해 일본 브랜드가 기록한 점유율은 15.0%, 전년대비 2.4%p 하락했죠. 

나아가 월별 판매 실적에서도 그동안의 노력이 무색할 만큼 처참할 정도로 무너졌습니다. 

일본 불매 운동 시작 전인 6월 시장 점유율(20.4%)은 전년대비 5.9%p 늘어났으나, 7월부턴 2.05%p 줄어들기 시작해 △8월 7.7%(9.2%p↓) △9월 5.5%(10.4%p↓) △10월 8.9%(14.0%p↓) △11월 9.2%(14.9%p↓) △12월 12.2%(10.2%p↓)으로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연말까지 이어진 대규모 판촉에 힘입어 12월 판매량이 불매운동 이후 최다 수준을 기록할 수 있었죠. 

과연 당분간 '판촉이라는 돌파구 외에 딱히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일본차 브랜드들이 향후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본인들의 입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혹은 또 다른 변수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기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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