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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日 몸에 밴 '강제동원' DNA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01.22 14:27:52

[프라임경제] 일제 강점기 일본이 저지른 수많은 만행 중 하나인 강제동원이 한국이 아닌 일본 내에서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최근 서울신문과 외신에 따르면, 대회조직위원회와 도쿄도교육위원회(이하 도쿄도교육위)가 1000만장 이상의 올림픽·패럴림픽 유료 입장권 가운데 130여만장을 '학교 연계 관전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각급 학교에 할당했다.

도쿄도교육위가 할당한 입장권은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구입해 무료 배부하는 형식으로, 대상은 도쿄도에 속한 62개 기초자치단체 및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 내 유치원·초·중·고생과 인솔 교사다.

이번 유료 입장권 할당은 사실상 '강제동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자율적 참여라 주장하지만 학교평가 권한을 갖고 있는 윗선에서 하달한 의무사항인 탓에 강제성을 띄고 있다는 게 일본 교육계와 학부모들 사이에서의 불만이다.

특히 도쿄도교육위는 공립학교의 경우 경기장 방문을 수업일로 처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림픽과 패럴림픽 경기 일정은 학생들의 여름방학 일과 겹친다.

이로 인해 일본 학생들은 경기장에 찾지 않을 경우 방학임에도 결석처리가 되며, 원하는 경기에 대한 선택권이 없어 할당받은 입장권대로 경기장을 찾아야 한다는 점 등이 강제동원이라는 비난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일본 교육당국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동원령을 내린 것은 과거 일제 강점기 일본의 조선인 강제징용과 유사성을 띠고 있다.

과거 일본이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인을 일본으로 끌고 가 강제노역을 시켰음에도 조선인들의 '자발적 참여'였다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 사과와 배상에 대한 책임을 최근까지도 회피하고 있기 때문.

물론 일본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기장 동원과 과거 저지른 강제동원은 비교조차 불가능한 노동 강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동원령을 통해 일본 보수·우익 정치인들에게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강제동원 DNA를 방증하는 사례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아가 일본 교육당국의 동원령에 대해서는 국민 반발이 일어나지만, 조선인 강제동원에 대해서는 거들떠도 보지 않은 일본 국민성이 개탄스럽다.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는 지난해 8월 대담집 '책임에 대하여' 국내 출간을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알려진 일본은 사실 도금(鍍金)된 포장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포장이 식민주의·군국주의·제국주의라는 일본의 본성을 덮고 있다"고 말했다.

도금은 시간이 지나면 벗겨지기 마련이다. 이번 동원령은 그간 국제사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조선인 강제동원을 부정해오던 일본이 자체적으로 도금을 벗겨내 숨기고 싶은, 숨겨오던 추악한 '민낯'을 공개한 악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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