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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수사 안 놓는 靑? 2017년 '미국 연방검사 학살' 재연 우려

검찰 개혁 와중 유리한 정치적 고삐는 유지…수사 위축 일반론보다 선택적 칼날 논란 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1.23 11:11:26

[프라임경제] 검찰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이 통과됨으로써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 가능성에서 검찰이 사실상 우위를 잃었고, 공수처의 수사 방향과 계속 여부 판단에 좌우되는 구도가 형성됐다.

형사소송법 개정도 단행돼 수사의 최고 지휘권자라는 위치도 잃게 됐다. 여기에 시행령 수정 작업을 통한 힘빼기 작업도 이뤄진다. 직접 수사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검찰 직제개편안도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는 등 의회와 정부 내부 양면에서 검찰 권한 조정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를 열어 의결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의 의결했다. 이 대통령령 개정안은 오는 28일 공포되는데, 검찰의 대기업 수사 등 경제 수사에 그야말로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개편으로 인권과 민생을 중심으로 한 조직으로 검찰이 거듭날 것이라는 원론적 평가가 우선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대형 경제 사건을 다뤄온 제도 전반이 너무 경솔하거나 편파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는다. 

통과된 직제개편안을 보면,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4개를 2개로 축소하고, 2개는 형사부 1개, 공판부 1개로 바꾸게 된다. 반부패수사3부의 경우 경제범죄형사부로 바뀌며, 반부패수사4부는 공판부로 전환한다.

구 특수부 반을 날린다? 청와대 손아귀 힘은 여전?

여기서 다시 요점을 추리면, 반부패수사 1~4부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게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방위산업수사부가 국방부 파견 인력과 같이 일을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제대로 검찰 자체의 '독주' 역량을 발휘하는 조직으로 숫자에 넣긴 어렵다. 또 반부패수사부를 제외하고 3차장 신하에서 남게 되는 검찰 주도의 직접 수사 부서는 공정거래조사부뿐임도 눈길을 줄 필요가 있다.

이를 어떻게 볼 수 있나? 대기업 일명 재벌에 대한 견제 가능성 자체가 약화된다고 볼 여지가 우선 있다.  실제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1일 기자회견에서 제도 개편을 두고 "공정과 정의 확립하는데 가장 중요한 대상인 재벌·경제 권력에 대한 수사가 축소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삼성 등 재벌과 진보정당이 오랜 세월 각을 세워온 점을 고려하면, 반부패수사조직(옛날 말로 특수부)의 규모 전반이 줄어드는 자체가 우려된다는 내심으로 추정된다. 

검찰의 특수수사 역량을 대거 제거하는 게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요체지만, 공정거래조사부는 여전히 남겨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 재벌 수사 역량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건 지나치게 순진한 시각이라는 얘기다. 사진은 이건희-이재용 일가 수사를 촉구하던 2008년 당시 고 노회찬 의원의 모습. ⓒ 연합뉴스

하지만 일반적으로 구 특수부 규모가 줄어드니, 재벌 수사 전반이 줄어든다는 구도로만 보면 상황의 전체적 해석이 끝난다고 할 수 있을까? 상황의 결을 좀 달리 봐야 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공정거래조사부의 역할론 때문. 공정거래조사부는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대림산업과 효성그룹 등의 최상층(오너일가)를 겨냥, 기소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수장 자리에 재벌 개혁론자인 김상조 전 한성대 교수를 보내 재벌 개혁 의지를 천명한 바 있는 청와대가 검찰 내부에서는 공정거래조사부를 남겨둠으로써 재벌에 대한 메스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 구 특수부 인력과 조직은 윤석열 현 검찰총장에 대한 추종 문제 등으로 대체로 부담스럽지만, 이 기능을 전부 포기하는 게 현 정부로서도 아쉽다는 게 문제다.

즉, 검찰 조직을 구조조정해도 대기업 수사는 계속 잡고 있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를 구 특수부 대거 정비, 공정거래조사부 남기기라는 구도로 나타난 것이라는 요약이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기업 수사를 위한 핵심부서는 남겨뒀지만 경제가 좋지 않은 터에 문재인 정부가 칼을 휘두르는 것을 자제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정권이 언제든 대규모 기업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아직 칼집에 들어있어 무서운 칼'을 여전히 갖고 있는 자체가 부담이라는 재반론도 뒤따른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이 수사는 경찰 위주, 기소 관리는 검사의 역할이라는 미국식 등식에 가까운 게 맞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주 소속이 아닌 연방 검사들은 대규모 부패 조사와 단죄를 주도하고, 대통령과 백악관이 임명을 좌우하는 구조이지만 실상은 독립적으로 일을 해 왔기 때문.

특히나 한국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주요 요직 인사 활용을 통한 검찰 길들이기 논란에서 보듯, 편파성 논란을 치열하게 겪고 있다. 이런 터에 검찰 조직 중  일부를 대기업 길들이기용으로 개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청와대에서 잡고 있다는 논란은 개혁의 정당성에 대한 시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미 연방 검사 몰아내기, 트럼프 수사 방해 여론 역풍

2017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 검사 대거 해고 조치로 논란을 빚었다. 제프 세션스 당시 법무부 장관은 오바마 정부에서 임명했던 46명의 연방검사에 대해 갑자기 일괄 사표제출을 요구했다. 

미 연방 검사들은 제도적으로는 일단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직을 떠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다. 대신 자리에 남는 경우도 적지 않고, 트럼프 정부에서도 사퇴 요구를 전하기 직전까지도 상당수 연방 검사들에게 신뢰를 표했다 급히 태도를 바꿔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현지 언론은 로드 아일랜드주에서 일했던 패터 네로나 당시 연방 검사가 그간 진행해온 큰 공직부패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갑자기 자리를 잃게 된 점을 주목했다. 아울러 뉴욕 맨해튼을 담당하던 반부패 전문 프리트 바라라 당시 연방 검사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고 파면당하는 등 정면 반발도 이어졌다.

당연히, 이 같은 대형 잡음을 빚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 조치에 금융비리와 부패사건 해결사들을 대거 내모는 별다른 이유가 있지 않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앞으로 있을 비리와 부패 수사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거나 이는 현 정부에 대한 불신만 더해주는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검찰 시스템을 개편하는 게 어느 모델을 어느 정도까지 차용해 진행하든, 진정성 논란이나 정치적 고려 의혹이 뒤따른다면 성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백악관에서 언제든 내보낼 수 있는 미 연방 검사의 인사 문제도 기업 수사 전반을 장악하고 좌우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나 여론의 역풍 문제는 특수부 제도를 바꾸면서도 대기업 수사에 개입할 여지 100% 포기로는 확실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상황과 닮은 구석이나 반면교사로 삼을 구석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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