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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원랜드 '깜깜이 고용목적' 자회사 설립 의혹

고용노동부 "하이원파트너스, 전수조사 이후 설립…다각도 들여다 볼 것"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20.01.23 11:46:01

관계부처가 대외주의 등급으로 합동발행한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 운영 모델(안)'. 본지가 단독 입수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부정한 방법으로 수백명의 직원을 채용했던 강원랜드(035250)가 이번엔 비정규직 전환 목적 자회사 설립 과정에서 깜깜이 논란을 자초했다. 

부정한 청탁으로 입사한 직원 문제를 아직 다 해결하지 못했음에도 사측은 정규직과의 형평성 문제로 비정규직의 직고용을 포기한 것부터 이미 비판적 여론을 자초했다. 더불어 새로 만드는 자회사 정보를 전환 대상자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 문태곤 대표의 자성노력이 실현되고 있는지 의문은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11월29일 강원랜드의 171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강원랜드 이사회는 '협력업체 정규직 전환 자회사 설립 안'을 의결했다. 

같은해 7월, 고용노동부는 전환 대상 중 90.1%에 달하는 18만5000명이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이 중 84.9%인 15만70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강원랜드는 가장 늦게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가이드라인의 단점을 극복한 합리적인 자회사 설립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강원랜드가 내놓은 설립안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 목적 자회사는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정책 이행을 위해 협력업체 시설직종 14개 분야를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에 합의됨에 따라 8억원의 예산을 강원랜드가 전액 출자해 세워졌다. 강원랜드는 이 회사의 이름을 '하이원 파트너스'로 명명했다.

이로 인해 시설물 유지관리와 차량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 434명이 하이원 파트너스 소속으로 전환될 계획이다. 강원랜드는 "현재 협상이 진행중이며 하이원파트너스 소속 경영지원 분야와 특수직종의 직원(신입1, 경력2) 세명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하이원 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18일 강원랜드 임직원을 이사진으로 편성해 등기를 마치며 어엿한 독립 법인의 법적 지위도 확보했다. 시설팀장 출신의 유모씨가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김모 상생협력실장, 염모 시설관리실장, 이모 경영기획팀장, 김모 회계팀장 등이 자회사의 이사로 등기됐다.

문제는 이같은 사실에 대해 전환 대상 비정규직 근로자들 대부분이 모르고 있다는 것. 또한 강원랜드의 투자자들도 매년 수십억의 고정적인 용역거래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이사회가 의결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2019년 11월29일 강원랜드 이사회는 '협력업체 정규직 전환 목적 자회사 설립 안'을 의결했고, 12월 등기를 완료했다. ⓒ 프라임경제

강원랜드 관계자는 "해당 안건은 자율공시 항목에 해당해 알려야 하는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지노 운영 상장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land Korea Leisure, 이하 GKL )가 투자자와 전환대상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운영자회사 설립을 의결한 당일 공시한 것과 전혀 다른 행보다. 당사자인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온도차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에 14일 프라임경제는 하이원리조트, 강원랜드 카지노, 강원랜드 본사 등을 방문해 취재를 진행했다. 취재에 응한 6명의 전환대상 근로자들은 옮기게 될 하이원 파트너스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강원랜드 소속 직원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직원들도 하이원 파트너스라는 이름과 자신이 소속된 기업의 대표가 누구인지 등의 정보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전환 대상인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중요정보의 비대칭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강원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16명의 근로자 대표에게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면서도 "게시물을 통한 안내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강원랜드 현장에서 취재에 응한 한 전환 대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하이원 파트너스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 프라임경제

강원랜드의 자회사 설립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추진됐다. 정부는 2017년 7월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공표했고, 그해 8월과 9월에는 각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계약기간 만료 도래자에 대한 조치요령'과 '공공부문 정규직화 추진 관련 추가지침'을 내놓았다. 
 
또한 2018년 12월 정부 관계부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관련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운영 모델안(이하 자회사 모델안)'을 대외비로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 추진했던 정책의 문제점을 보완해 개선책을 내놓은 셈.

즉 2019년 말 자회사 설립을 결정한 강원랜드는 '자회사 모델안'을 기반으로 추진해야 한다. 프라임경제는 대외주의 등급으로 취급돼 정부부처에 배포했던 '자회사 모델안'을 입수해 강원랜드가 감추고 있는 하이원 파트너스를 분석했다. 

자회사 모델안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됐다. 처음은 앞서 정부가 내놓았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모델안을 작성했다는 내용의 검토배경이다. 여기에선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 및 운영방안을 제시'해서 '자회사 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을 추진하고 자회사가 전문적 업무수행 조직으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를 설명했다.

그 다음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 및 운영방안' 항목을 통해 자회사 설립 과정에서 추구해야 할 '기본방향'과 구체적인 세부 이행 방안을 나열해서 설명했다. 

우선 하이원 파트너스는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정보 공시 등을 통해 기관 운영현황에 대한 대국민 접근성 확보'부터 준수하지 않았다. 상장사인 모회사 강원랜드는 출자해서 설립하는 신설법인(하이원 파트너스)에 대해 공시하거나 공표하지 않았고, 이해당사자인 전환 대상 근로자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가이드인 자회사 모델안은 '전문성 없는 낙하산 취업을 방지하기 위한 공정한 CEO 선발 및 공정채용 절차에 따른 유능한 인력 선발 시스템 구축'도 주문했다. 이는 기존에 채용목적 자회사를 설립했던 공기업에서 벌어진 문제점을 보완했다는 주장이 담긴 지점이다. 

그런데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한 하이원 파트너스의 대표이사 유모씨는 사업감사팀과 건설관리팀을 거친 팀장급 인물이다. 이사회는 하이원파트너스가 '시설관리', '오폐수처리', '주차관리', '발렛파킹', '고객수송' 등의 직종을 전환해 운영한다고 결의했다. 강원랜드 내부에는 이미 '시설운영팀'과 '안전지원팀'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유씨의 대표적인 경력과 하이원 파트너스의 사업부문이 적합한지 여부는 설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강원랜드 관계자는 "이전 업무와 일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12월12일 창립 총회 과정에서 선발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유씨의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어떠한 절차를 거쳤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이점은 다른 임원에 대해서도 동일하다. 자회사 모델안은 '자회사의 임원·관리직 수는 가급적 최소화 하고 전환계획인원의 범위 내에서 정원 구성'을 요구했다. 하이원 파트너스는 임원 전원을 자회사 직원으로 구성해 이 항목을 위반했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 관계자는 "회사가 근로자들이 원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모기업이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자회사 모델안에서) 지양하라고 했지 금지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강원랜드의 채용비리에는 신입사원과 경력사원의 구분이 없었다. 하이원 파트너스의 임원들이 어떤 경로로 강원랜드에 입사했는지에 대해 공개적인 검증을 꺼린 까닭이 여기에 있는지 추가 의혹도 제기됐다.

고용노동부는 기획재정부, 중소기업벤처부 등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강원랜드 자회사 설립 과정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012년부터 2014년 사이에 채용된 인원이 하이원파트너스에 임직원으로 등기됐는지 여부의 확인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전수조사 이후 설립돼 실태조사에서 빠진 하이원파트너스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공기업 자회사 설립에 대해 기존에 만들어진 가이드보다 이를 보완한 모델안에 가까운 자회사 설립을 지도해 왔다"며 "상식적이지 않은 자회사 설립으로 확인 될 경우 엄중하게 문책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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