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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당신은 비정규직 입니까?

 

김이래 기자 | kir2@newsprime.co.kr | 2020.01.29 09:45:51

[프라임경제]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세상이 존재합니다. 회사에서 아이디 카드는 고용의 형태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란 이분법으로 나눈것 처럼 각각 다른 색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질투의 화신이란 드라마에서 기상 캐스터 역할의 표나리는 이런 말을 합니다. "내 신분증에 매달려 있는 줄이 왜 빨간색인지 알아? 아나운서는 파란줄이다? 기상캐스터는 언제 잘릴지 몰라 빨간불 들어온 비정규직, 아나운서들은 안전하게 파란불… 정직원이란 뜻이지."

안정적인 정규직과 위험천만한 비정규직의 현실을 묘사한 장면인데요. 비정규직이 바라는 건 정말 고용의 안정일까요? 차별없는 임금과 복지일까요?

10년전 2010년 1월29일 당시 창조한국당 김지혜 대변인은 "비정규직철폐운동본부 설치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지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후에도 주52시간제 근무제 시행과 최저임금 상승,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상시 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노동 유연화'보다는 '고용 안정화'에 집중해 왔습니다.

이러한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와 임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정규직 전환 정책에도 비정규직 역대 최대 '748만명'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2019년 비정규직 규모는 700만 명을 훌쩍 넘는 748만 명으로 전년대비 87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2019년 비정규직 규모는 748만 명으로 나타났다. ⓒ 한국노동연구원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근로형태별 규모를 파악하기 시작한 2003년에 비정규직 근로자는 460만 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2.6%였습니다. 2009년 이후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중은 등락을 거듭하면서 2014년 32.2%까지 감소세를 이어오다 2019년 36%로 최근 10년간 비정규직 비율은 역대 최대 수치입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2019년부터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임금근로자 종사상지위 분류 기준 개정안을 반영해 수정한 문항을 기존 문항과 병행한 조사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현행 조사표에는 없던 고용 예상기간 등 기간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그동안 포착되지 않았던 기간제 근로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건데요.

조금 더 살펴 2019년 임금근로자를 비정규직 여부와 '경제적 위험과 권한형태(종사상지위 분류)'에 따른 분류를 함께보면 늘어난 비정규직 86만7000명 중 '비정규 상용'이 40만7000명 증가, '비정규 임시·일용'이 46만 명 증가했습니다.

또 새로 늘어난 비정규직은 종사상지위로 보면 상용직에서 절반 정도가 임시·일용직에서 나타나 이로 인해 정규직이면서 상용직인 근로자는 8만5000명 증가에 그쳐 2018년 30만4000명 증가했던 것과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2019년에는 재정일자리 사업인 노인일자리 사업을 조기에 확대 집행함으로써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노인일자리가 크게 증가했다"며 "그렇다 보니 65세 이상 고령층의 일자리(17만 개 증가)는 고용계약이 정해진 1년 미만 '비정규 임시(13만5000개)'가 주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비정규직을 유형별로 보면, 기간제를 포함하고 있는 한시적 근로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기간제가 큰 폭으로 증가한 2019년을 제외하면 한시적 근로는 최근 횡보하는 모습"이라며 "파견·용역·특수형태근로·가정내·일일근로를 포함한 비전형 근로는 2011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이며, 2015년에는 시간제 근로와 역전되어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이다"고 덧붙였습니다.

◆정규직 임금 100일 때 비정규직 임금 54.6 

2019년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하 월 임금)은 264만 원으로 전년대비 3.3% 증가했습니다. 정규직은 317만 원 비정규직은 173만 원으로 모두 전년대비 5.2% 증가했으며 비정규직의 상대임금수준(정규직 임금=100)은 54.6%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에서 2019년 비정규직 상대 임금 수준은 정규직대비 54.5%로 나타났다. ⓒ 한국노동연구원

2018년 당시 비정규직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시간 임금부문에서 개선이 나타났지만 사회보험가입을 비롯한 복지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평소 근로시간을 고려해 시간당 임금으로 살펴보면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1만7225원, 5.4%)이 증가하는 동안, 비정규직의 임금(1만1863원, 6.9%)이 증가해 2019년 정규직 대비 상대임금은 68.9%로 2007년 71.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조금씩 완화해 가고 있지만 아직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는 상황인데요.

임용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정규직의 상대임금 수준이 시간제 근로자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시간제 근로자를 제외한 비정규직의 경우 상대임금 수준이 2017년 이후로 변화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며 "전년대비 최저임금이 증가하거나 비정규직의 차별 개선 등의 노력으로 임금격차가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수준이 전체적으로 개선된 것은 2018년에 이어서 최저임금의 증가 폭이 높게 나타나면서 전체적으로 최저임금의 영향률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임 연구원은 "월평균 임금을 평균 근로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해 최저임금 증가의 영향을 받고 있는 임금근로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월 평균임금과 평소 근무하는 시간을 고려해서 시간당 임금을 계산했을 때, 최저임금 미만 수준을 받는 근로자는 339만 명으로 전년대비 28만 명 증가해 그 비중이 16.5%로 상승했다"고 말했습니다.

단단한 것은 경직되기 쉽상이고, 말랑한 것은 휘어지기 마련이죠. 정규직·비정규직이란 이분법에서 벗어나 균형잡힌 고용형태가 자리잡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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