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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의 美친 디자인] 꿩 먹고 알 먹는 '디자인 경영'

"유니폼만 바꿨을 뿐인데, 분위기 몰라보게 달라지고 매출 오르기 시작"

최예나 칼럼니스트 | yenachoi@b-forbrand.com | 2020.01.28 16:08:36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던 나치 패션. 히틀러가 명품 디자이너 휴고 보스에게 주문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 neogaf.com

[프라임경제] 독일 나치군 군복을 유심히 본 적 있는가? 서양 전쟁영화엔 독일 나치군복이 자주 등장한다. 군복의 이미지가 특이하고 강렬하다.    

나치는 금세기 최악의 전쟁 원흉이며 대표적인 전쟁 범죄자로 지탄 받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군복 때문에 돋보이는 측면이 있다. 각 잡힌 칼라(collar), 번쩍거리는 군화, 잘록한 허리라인 등은 지금 보기에도 인상적이다. 어떤 면에서는 군에 대한, 또 제복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창립 100년이나 된 나치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당시 패션은 다른 그 어떤 군복 스타일 보다 돋보였고, 지금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특별함이 있다. 히틀러의 이쪽 감각은 남달랐던 것 같다. 현재에도 명품 브랜드로 잘 알려진 패션 디자이너 휴고보스(Hugo Boss)에게 나치 군인들을 위한 특별하고 멋진 제복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한다. 당시 군복 때문에 자원한 독일 청년들이 적지 않았다고 할 정도이니…, 디자인을 경영에 잘 접목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나치 군복의 효과는 어땠을까. 이 군복을 입음으로써 상대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특별한 카리스마로 무장돼 있는 듯한 자의식을 갖게 되고, 더 나아가 악랄하거나 감정적인 게 아니라 '이성적이고 냉철한 모습으로 거듭나면서' 묵시적인 자기세뇌가 작동했을런지 모르겠다. 이 특별한 패션의 틀에 자신을 담으면서 나치에 대한 맹목적 신념이 생겼을 수도 있다.

나치의 제복 디자인 개선 프로젝트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나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였고 '나는 특별한 존재'라는 이미지를 공유하도록 했던 것이다. 

최악의 범죄자 히틀러와 관련된 이런 이야기가 반감을 살 수도 있겠다. 아무리 괜찮은 디자인 경영 사례라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 이웃 이야기로 넘어가본다.

영화 피아니스트 중 한 장면. ⓒ 영상 캡처

고급 중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이 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운영에 혼란이 있던 때였다. 좌충우돌 하던 터라 직원들의 불친절한 태도가 손님들로부터 지  적을 받기도 했다 한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잘 만들어진 매뉴얼도 없이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가장 중요한 서비스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필자가 이 고민을 듣자마자 곧바로 든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지인에게 전했다.

"직원들 복장부터 바꾸면 어떨까요, 아주 세련되고 특별한 디자인으로."

셰프부터 서빙 종사자까지 모두 깔끔하고 멋진 그들만의 유니폼을 갖춰 입었다. 단정한 옷차림으로 그친 것이 아니었다.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의 헤어스타일은 세련되게 정돈됐고, 걸음걸이와 말투도 달라졌다. 반듯하고 친절한 태도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디자인을 경영에 잘 접목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대표적인 경우다. 

제복이나 유니폼의 디자인이 주는 효과는 크다. 위의 사례처럼 멋들어진 유니폼은 직원들 스스로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도록 하는 어떤 힘이 있다. 특별해진 자신은 태도를 함부로 하지 않는다. '유니폼만 바꿨을 뿐이지만' 식당 분위기는 그 전과 몰라보게 달라졌고,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효과였다.

이러한 작은 넛지(Nudge: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가 가능성의 차이, 분위기의 차이, 그리고 매출의 차이와 총체적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디자인 경영'은 장황하고 위대한 무언가가 아닌, 아주 작은 것부터의 실행과 실천이다. 요즘 여기저기에서 '경기 안 좋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안 좋은 상태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꼭 유니폼을 새로 맞추는 것이 아니더라도, 곳곳에 디자인 아이디어를 접목시킬 만한 곳은 많다. '디자인 경영'의 차원에서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작은 것부터 개선하고, 다시 다듬으면서 재정비해 실제로 적용해 보해보자. 큰 결실이 뒤따를 수 있다.  
 

비포브랜드(B for Brand) 대표 / 한국체육지도자연맹 자문위원 / 동대문여성개발인력센터 자문 / 스포츠마케팅 어워드 심사위원 /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시카고 미대)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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