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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독 된 10년 전 단일화·통합, 올 총선서 재현될까

총선 약 2개월 앞둔 현재 야권통합 '오리무중'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1.31 08:54:07
[프라임경제] 2020년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2020년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있는 해이기도 합니다. 다가올 4월15일로 예정된 총선까지 불과 75일이 남았습니다.

이번 총선은 새롭게 개정된 선거법에 의해 치러지는 첫 선거로, 투표연령을 만 18세로 낮추고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을 지역구 당선 점유율이 낮은 경우를 우선해 정당득표율의 절반을 적용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적용됩니다.

이 때문에 군소정당들은 지역구 득표율이 낮더라도 정당 자체 지지율을 일정 수준 확보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례대표 의석을 겨냥한 정당들이 만들어지거나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에서 새보수당과 대안신당 등이 갈라져 나와 독자행보를 펼치면서 통합이나 단일화를 노리는 전략이 전개되는 형국입니다.

여기에 최근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도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면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헤쳐모여'를 하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니, 10년 전 치러진 지방선거의 모습이 스쳐지나갑니다. 2010년 지방선거는 당시 MB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으면서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대체로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선거입니다.

그런데 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지방선거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장선거와 경기도지사선거에서 모두 패배해 체면을 구겼습니다.

두 선거 모두 단일화 과정이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다수를 차지합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당시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와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가 단일화를 논의했지만 끝내 불발돼 모두 완주하면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한명숙 후보 지지 측과 노회찬 후보 지지 측이 서로 헐뜯기도 했습니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더욱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유시민 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가 단일화 논의를 지지부진 끌다, 본 투표 전날인 6월1일 심상정 후보가 사퇴하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루게 됩니다.

그런데 단일화가 뒤늦게 이루어지다보니 이전에 이뤄진 부재자투표에서 심상정 후보에게 돌아간 표가 사표가 되고 말았습니다. 결과적으로 52.2%를 받은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가 47.8%의 유시민 후보를 누르고 경기도지사에 오르게 됩니다.

유시민 후보는 이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직접 선거에 나서기 보다는 측방에서 지원을 이어가다 2013년 2월 정계은퇴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2010년 지방선거의 패배가 유시민 작가를 실질적으로 정계은퇴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제기됩니다.

당시 경기도 교육감 선거도 세 명의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다수의 무효표가 나온 것도 단일화가 지지부진해지면서 효과를 경감시킨 사례입니다.

10년이 지난 2020년 현재, 중소정당들이 각자 존재감을 강화하면서 거대 정당과 단일화에 대한 협상을 벌이거나 중소정당끼리 통합을 논의하기도 합니다. 이런 중소정당의 움직임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그런데 75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날짜에도 단일화와 통합의 진도가 크게 나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자칫 2010년 단일화의 단상이 재현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단일화의 큰 효과를 바라면서도 소속 정당이나 조직의 이익을 너무 챙기려다보니,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거나 되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죠. 철학과 방향을 일치시키는 고민 없이 정치공학적인 단일화를 추구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모습입니다.

현재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당과 조직들이 논의하는 단일화나 통합의 모습을 보면 위의 우려를 자아낼 수 있기에 충분합니다.

2020년 현재 국민들의 교육수준과 정치에 대한 시각은 그 이전에 '정치공학적합치기'만으로 충분했던 과거의 어설픈 단일화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만큼 성장했습니다.

남은 75일 단일화와 통합을 논의 중인 정당과 조직이 이러한 점을 상기해 2010년의 실패한 단일화의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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