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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자본시장법 도입 1년…여전히 요원한 '한국판 골드만삭스'

고부가가치 성장동력 창출 '야심찬 출발'…규모 · 수익 구조 개선 불구 '한계' 여전

염재인 기자 | yji2@newsprime.co.kr | 2020.02.02 09:40:52
[프라임경제] "영국의 금융 빅뱅보다 강도 높은 개혁으로 (국내 자본시장을) 한국의 골드만삭스로 키우겠다"

고부가가치 금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자본시장법 시행이 10년을 넘겼다. 현재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많은 발전을 이뤄냈지만, 덧대기 식 규제 등 여러 한계를 드러내면서 '한국판 골드만삭스'라는 꿈은 아직까지 요원한 모습이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 전광판에 골드만삭스 로고가 비치는 모습. ⓒ 연합뉴스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며 야심 차게 탄생한 자본시장법이 2010년 2월 도입 1주년을 맞았습니다. 

2009년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정식 명칭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인데요. 종전의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신탁업법, 종합금융회사에 관한 법률, 증권선물거래소법 6개 법을 폐지·통합해 법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한 법률입니다. 

즉 금융시장 간 칸막이를 허물어 모든 금융투자회사가 다양한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기존 6개 법을 통합한 것이죠.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겸영이 허용되고, 금융투자상품 범위가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변화되는 등 규제가 완화됐는데요. 이와 함께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투자 상품에 대한 설명 의무를 의무화하고, 고객 수준에 맞는 투자 위험 상품을 추천하도록 하는 등 적합성 원칙도 명문화했습니다.

자본시장법 도입 1년, 해당 법 시행이라는 금융투자업계 숙원은 이뤄냈지만 실제 변화는 거의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요. 

당초 자본시장법 취지는 금융투자업 규제를 풀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IB)을 육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고부가가치인 금융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것이 목표였죠. 때문에 업계에서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출현하고, 인수합병(M&A) 등 업권의 활발한 경쟁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형 IB 출현은 시기 상조로 여겨지고 있었고, 새로운 금융상품 역시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나마 눈에 띄는 변화는 '투자자보호 제도'였는데요. 펀드 가입 시 고객들은 반드시 창구에서 투자성향 정보확인서 등 6단계에 걸친 확인 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물론 이마저도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었죠.

특히 이때는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자본시장 위험성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 금융규제 강화가 추진되는 시기였는데요. 때문에 국내 자본시장은 또다시 '규제'와 '완화'라는 갈림길에 서게 됐습니다. 

10년이 지난 현재, 자본시장법 도입으로 국내 자본시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자본시장법 도입 이후 국내 자본시장은 많은 변화를 이뤄냈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의 규모는 상당히 커졌고, 기존 브로커리지 중심 수익 구조 또한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 가고 있죠. 

국내 증권사 수수료 수익 중 위탁 매매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74.7%, 2015년 56.7%, 2018년 45.8%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반면 IB 관련 수수료 수익 비율은 2005년 9.4%, 2015년 29.5%, 2018년 42.3%로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국내 자본시장은 10년 동안 많은 부분들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는 포부는 아직까지 꿈으로만 남은 모습인데요. 

국내 증권사들의 덩치가 커지긴 했지만, 내실 등 여러 면에서 자기자본 규모 100조원을 넘어서는 골드만삭스와는 여전히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실례로 증권사들의 수익 비율에서 브로커리지 비율이 낮아졌지만 30%가 넘고, 국내에서 진행되는 대형 M&A나 계열사 매각과 같은 '빅딜(big deal)'은 외국계가 독식하고 있죠.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사실상 과도한 규제 지속과 은행 중심 시장 구조를 문제로 지적하는데요. 특히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후속 규제가 덧대기 식으로 생산되면서 자본시장 역동성이 떨어지고, 규제에 대한 내성만 커졌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자본시장법이 도입됐지만 아직까지 국내 자본시장 역할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실패라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반면 자본시장 활성화가 미약하지만 이를 실패로 보는 것은 섣부르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죠. 

다만 두 진영 모두 규제 완화를 통해 자본시장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하고 있는데요.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 규제 완화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국내 금융시장 여건과 발전 단계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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