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668년 '고구려' 그리고 2020년 '대한항공'

2020-02-03 12:37:53

[프라임경제] "너희 형제들은 싸우지 말고 물고기와 물의 관계처럼 화합하여 작위(爵位)를 다투는 일을 하지 마라. 만일 그런 일이 있으면 반드시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日本書紀-

외부의 적과 내부의 적들에게 둘러 쌓인 위기에 처한 나라를 걱정한 장군은 곧 닥칠 환란을 예감하고 준엄한 경고의 유언을 남겼지만 결국 자식들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되고 곧 나라는 멸망했다.

바로 한민족사 최강국인 고구려의 대막리지(大莫離支) 연개소문의 이야기다. 

연개소문에게는 세 명의 자식이 있었다. 첫째는 연남생, 둘째 연남건, 셋째는 연남산이다.

수나라와 당나라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중국 최고의 황제로 칭송되는 당 태종 이세민의 간담을 서늘케 한 고구려의 절대권력자 연개소문이었지만, 후계자인 세 명의 자식은 아버지의 유언을 저버리고 반목하다가 결국 망국의 원흉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지난 해 우리나라 항공산업과 방산산업의 거목인 조양호 회장이 별세했다. '한민족의 전진'을 의미하는 한진그룹의 수장으로 그의 족적은 실로 대단했다.

글로벌 경제 산업 현장은 과거 국가간의 전쟁터와 다름 없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상황에서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 회장과 함께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일궈냈으며, 전 세계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 Team)' 창설을 주도했다. 

지난 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은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 154배, 연간 수송 여객 38배, 화물 수송량 538배, 매출액과 자산은 각각 3500배, 4280배로 증가했다.

또한 故 조양호 회장은 '방산보국'의 기치를 세워 자주국방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한항공이 가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500MD 헬리콥터 무인화 개조, 전략급 중고도무인기 개발, 하이브리드 드론 개발 등 전력 고도화에 크게 기여했다.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기업을 반석 위에 올렸지만 대내외에 산적한 상황을 우려했던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유언으로 "삼남매는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그룹을 이끌어 나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31일 첫째 조현아 전 부사장은 선친 재임 시절부터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끊임없이 위협해 온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과 손 잡고 본격적인 지분 싸움에 나섰다. 즉, 내분이 가시화 된 것이다.

둘째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당혹 그 자체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선친의 유언과 수 많은 한진그룹 종사자 또한 이번 사태를 바라 보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혼란이 야기된 셈.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셋째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분 비율을 떠나 故 조양호 회장 사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터져 나온 이번 '경영권 전쟁'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이미 전술한 바와 같이 거대강국 고구려가 망국의 길로 갈 때 외세의 침략 보다 내부 분열이 더욱 심각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당나라의 힘을 빌려 권력을 잡으려고 했던 것은 '집안 싸움에 동네 깡패를 불러 들인 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1300여년 전 역사적 교훈을 한진그룹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지금은 분열이 아니라 힘을 모아서 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기다.

연개소문 사후 그 삼형제의 마지막을 역사는 이렇게 기록했다. 

첫째 연남생은 조국 고구려를 배신하고 당나라에 부역해 당군을 이끌고 고구려 평양성을 함락해 훗날 당 태종 이세민에게 높은 '작위'와 재물을 받고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망국의 원흉으로 기록됐다.

둘째 연남건은 끝까지 당나라에 저항을 했지만 그 기세를 꺽지 못하고 울분을 참지 못해 결국 자결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해 당나라로 끌려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셋째 연남산은 둘째 연남건과 함께 당나라에 저항했지만 마지막에 배신해 고구려의 멸망에 일조 했으며, 그 또한 당나라에서 '작위'를 받고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첫째 연남생과 같은 평가를 받았다.

이종엽 프라임경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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