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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국인이 '갑(甲)' 건설현장, 정부차원 국내인력 양성 필요

'건설근로자=일용직' 도식 제거하고 '교육-체용' 시스템 안착해야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2.03 17:51:59

건설현장 철문 너머로 보이는 안전당부 플랜카드. 한국어 밑에 중국어 문구가 중국인들이 다수 유입된 건설현장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요즘 아파트를 포함해 고층 빌딩 건설현장에는 조선족으로 불리는 재중동포들과 중국인들이 빠지지 않고 보인다. 위의 여의도에 건설되고 있는 우정사업본부 여의도우체국 건설현장 내부 사진에 보이는 안전당부 플랜카드도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요즘 건설현장에서는 "중국인들이 갑"이라는 말이 보편적이라고 할 만큼 퍼져있다. 건축현장이 열리면 시공을 위한 다양한 작업들이 이뤄지는데 팀 단위로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팀'들이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만으로 이뤄진 경우가 다수 있는 것이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한국인 근로자들이 고령화되고 조직력은 약한데 반해 임금은 오르고 4대 보험 의무가입 등 부담이 늘어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인건비가 저렴하고 부담이 적었던 외국인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한국인 팀장이 조직을 꾸리는 식으로 유입이 시작됐고, 상대적으로 언어소통이 잘되는 조선족들이 다수를 이루게 됐던 것이다. 

그리고 숙련공이 된 조선족들과 중국인들이 한국인 팀장 없이 자체적으로 팀을 꾸리면서 강력한 조직력과 풍부한 인력을 바탕으로 현장을 싹쓸이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외부비계설치나 시멘트타설 등에서 무시 못 할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전언이다.

외부비계란 건축공사 때에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가설물로 재료운반이나 작업원의 통로 및 작업을 위한 발판이 되는 시설물이다. 현장에서는 일본식 언어의 영향으로 '아시바'나 '족장'이라고 흔히 불린다.

건설현장의 추락사고 대부분이 이 비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비계설치작업은 고도로 위험한 일로 구분돼 한국인 근로자들이 꺼려한다. 여기다 기능공들이 고령화되면서 실제 작업에 투입될 수 없는 인력이 다수다. 조선족과 중국인들은 이틈을 비집고 확고한 영역을 확보했던 것이다.

확실히 자리 잡은 중국인 팀들은 추가 수당을 요구하는 등의 행동으로 불필요한 추가비용을 발생시키기도 하고, 작업을 거부해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하는 등 문제가 다수 양산되고 있다.

하지만 고층 건축물을 올릴 때 필요한 40~50여명의 비계설치인원을 확보한 팀이 드문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이들의 '갑질'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발생한 '신종코로나일명 우한폐렴' 사태에도 대체할 인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비계기능사' 자격증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지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 현장에서는 철근으로 이뤄진 비계구조물 위에서 길이 6m, 무게 15.78㎏에 달하는 단관비계 파이프를 낮게는 무릎높이로 높게는 가슴높이로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자격증 시험에서는 평평한 바닥에서 나무 목재를 이용해 설치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치른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별도로 자체 비계숙련 테스트 실시까지 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기존 숙련공들이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현장에서 무용한 기능사 자격증을 가진 비숙련공들이 숙련공이 될 기회마저 얻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이다. 여기에 비숙련공과 숙련공의 임금차이도 커, 젊은 새 인력이 수급되기 어렵다.

정부에서는 올해 비계기능사 자격증을 손본다는 입장이지만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국내인력은 고령화되고, 자격증은 현장에서 평가절하 되는데다 그나마도 외국인들이 점령하다시피 한 상황에 자격증 개선만으로 상황이 타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시스템비계(조립형 비계)' 도입과 이를 위해 안전보건공단에서 소규모 건설현장에 시스템 비계 설치·해체 비용을 지원하는 '클린사업'이 간접적인 개선 효과를 보이는 정도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젊은 국내인력들을 수급해야한다는 과제의 수행이다. 이를 위해선 건설근로자는 일용직이라는 도식을 걷어내고 안정적인 일자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착이 중요하다.

일선 건설사들에서 자체 시험을 다시 실시할 것이 아니고 업계와 정부가 출자해 현장 투입 가능한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교육된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인력관리 풀(pool)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하청업체 근로자들로 구성된 팀에 공기압박을 주면서 부실한 설치를 발생하게 했던 관행도 고쳐질 필요가 있다. 추락사고 대부분이 하청업체에서 발생하는 것은 비계설치와 같은 위험 작업을 하청업체에서 대부분 수행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일을 외주로 주고 한시적으로 비용을 들이는 것은 상시근로자를 보유하는 것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유리하고, 하청업체 입장에서도 원청업체가 꺼리는 일을 통해 일거리를 찾는다는 점에서 모든 것을 원청에서 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잘못된 접근이다.

제대로 된 인력을 채용하고 안전관리를 확실히 할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말고, 안전관리 우수업체가 다시 새로운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가산점을 주는 제도 등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감염병 발생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외국인인력을 써야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건설근로자들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고 젊은 인력이 수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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