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대구읍내 행복주택' 단지계획에 '어린이보호구역' 임의삭제

2020-02-05 18:10:46

- 주민들 "통행량 적은 북측 두고 동측 차량출입구설치 이해 안 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구 북구 읍내동에 조성하고 있는 '대구 읍내 행복주택' 사업지 인근에는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가 있어 아이들의 통행이 잦다. 때문에 주민들은 어린아이들의 통행이 많은 동측도로에 주차장출입로 설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민들은 차량 통행이 적은 북측으로 출입로를 옮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구광역시 북구 읍내동 일원에 공급할 예정인 '대구읍내 행복주택'이 차량 진출입로를 설정하기 위해 현재도 존재하고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을 계획서 상에서 임의로 삭제한 문제가 발견됐다.

'대구읍내 행복주택'은 대구광역시 북구 읍내동 칠곡1택지개발사업지구 E17블럭(대지면적 4250.20㎡)에 총 252세대의 행복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이 사업지는 현재 어린이와 노인 등 노약자 교통안전문제로 주민들과 빚어진 마찰이 3년을 이어가면서, 주민들로부터 '행복 없는 행복주택'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중이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이 설정돼있는 부지 동측에 차량진출입로를 낸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주민들이 의견청취과정이 없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LH에서 단지계획도 상에 어린이보호구역이 삭제돼 있고 횡단보도 위치도 변경돼 있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 과정에서 국토교통부는 주민들이 질의서에 관계기관 협의와 교통영향분석 등의 절차를 거쳤다고 서면답변 했지만 이를 담당하는 관할경찰서에서는 문의조차 온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다.

어린이보호구역 해제와 횡단보도 이설을 위해서는 주민동의와 관할경찰서와의 협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본지에서 취재결과, 해당 사업지는 주민동의와 관할경찰서 협의 없이 임의로 어린이보호구역을 삭제하고 횡단보도 위치를 변경한 도면으로 사업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구 북구 읍내동에 조성중인 '대구 읍내 행복주택'에 대한 사업승인 요청 도면. 해당 도면에는 원래 위치한 횡단보도(푸른원)는 삭제돼 있고, 존재하지 않는 위치(붉은 원)에 횡단보도가 그려져 있다. 해당 도면에는 어린이보혹구역도 표시돼 있지 않아, 교통환경에 대한 분석과 대책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주차장 출입로를 설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주민들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사업에 관한 공사금지가처분신청 소송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 장귀용 기자


주민들은 이러한 도면상의 임의적 변경이 동측도로에 주차장출입구를 내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로를 1차선 증설하는 대안은 LH가 제안했지만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북측도로를 일방통행도로로 변경하고 출입구를 북측에 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

사업지 북측도로는 인접한 대로의 통행 차량 대다수가 지나가는 지하차도가 종료되는 곳과 직각으로 마주하고 있어, 지하차도에서 바로 해당도로로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나가는 차량 몇 대를 제외하고는 통행이 거의 없다.

▲사업지 (사진 왼쪽 상단)의 북측도로는 칠곡중앙대로와 접해있는데 해당 도로에서 차량 통행이 가장 많은 지하차도에서는 사업지 북측으로 접근할 수 없어 도보로 1분거리인 다음 블럭에서 돌아와야 한다. 때문에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인근 주민들은 해당 도로 쪽에 주차장 출입로를 내야한다는 입장이다. = 장귀용 기자



이러한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LH측은 도면상에 변경된 횡단보도 위치에 대해서는 이유를 알 수 없고 그대로 존치시킬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지구단위계획 상 차량출입허용구간이 정해져있어 주차장 출입구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통상 차량출입허용 불가구간을 지정해 그 외에 구간에 출입구를 낼 수 있는데 허용구간을 특정해 놓은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처럼 인근 주민들과 LH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LH측이 당초 사업승인을 받기 위해 올린 도면이 실제와 다른 부분에 대한 비판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면 상 횡단보도 위치가 임의로 변경되고, 어린이보호구역을 삭제해 관련한 교통대책에 대한 논의조차 없었다는 점은 주민들 입장에서는 사업지 북측으로 차량출입로를 이동시킬 명분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업지 북측도로에서 바라본 사업지와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 사업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될 경우 주차장 출입로와 횡단보도가 바로 붙어 있는 형태가 된다. = 장귀용 기자


주민들은 동측도로가 어린이와 노인들이 자주 다니기 때문에 평소에도 교통사고가 빈발하기 때문에 차량출입로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고, 출입로 변경이 불가능하다면 교통안전대책과 함께 주민불편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지 북측도로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조계종 사찰 화성사 관계자는 "동측도로는 화성사에서 운영하는 저소득층·다문화가정 지역아동센터와 움사랑생태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 기백명이 지나다니는 곳"이라며 "아이들의 교통안전을 위해 주차장출입로를 변경하거나, 출구와 입구를 분리하는 등 통행량을 조절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상 대로변이나 남향으로 주택을 조성하는 것과 달리 동향으로 주택을 조성해 행복주택에서 건너편 주택과 사찰의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등 사생활 침해요소도 크다"며 "이러한 불편요소가 전혀 없는 북측으로 출입구를 조정하지 않는 이유가 명확하게 없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도면상 횡단보도 위치가 다르게 표기된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횡단보도 위치 변경을 위해 최근 관할서 관계자와 민원제기 주민 등과 함께 모여 논의를 진행했지만 주민들이 위치변경을 원하지 않았다"며 "차량출입허용구간이 특정돼있어 횡단보도를 옮기지 않는다고 해도 주차장 출입구를 변경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사업추진과 별도로 주변 교통 환경을 비롯한 요소들을 다르게 표기한 도면으로 사업승인을 받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문제가 될 여지가 존재한다. 주민들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사업지에 대한 공사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알려졌다.

가처분신청 결과에 따라 사업의 향방이 움직일 여지가 있는 만큼 한동안 주민들과 LH의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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