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오늘] 겨울 '눈' 다 어디로

2020-02-12 09:58:55

- 10년이면 기후도 변한다

[프라임경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토목기술의 도약으로 이제는 하루아침에 상전벽해하는 것도 예사가 됐습니다. 

그보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이 내리지 않았는데요.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50년만의 겨울가뭄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10년이 지나 날씨도 변한 것입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폭설이 내려 최악의 귀성길을 만들었던 10년전 오늘로 돌아가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나 알아보겠습니다.

당시 설 연휴를 이틀 앞둔 2010년 2월11일 오전 쏟아지기 시작했던 눈은 강원도 일대에 35cm의 적설량을 기록하며 전국에 대설특보를 내리게 했습니다. 이날 대관령 '신적설(하루동안 내린 눈의 양)'은 59.3cm에 달하며 기상청의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이튿날에도 폭설은 지속됐습니다. 실제 귀성길이 시작됐던 12일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2cm이상의 눈이 내리며 서울지역 영하7도의 추위와 함께 빙판길을 예고했습니다. 이틀동안 대관령에 내린 눈은 총 79.6cm로 성인 허벅지 위까지 눈이 쌓여 제설 자체가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2010.2.12. 대설경보가 내려진 영동지방에 연 사흘째 많은 눈이 쏟아지는 가운데 12일 오후 눈이 가득한 설악산 진입로를 관광버스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때 대관령을 비롯한 영동산간에 내린 폭설은 북고남저형의 기압패턴이 만든 눈구름이 태백산맥에 가로막혀 발생했다고 합니다. 고지대인 태백산맥과 저지대인 동쪽 해상 사이에 위치한 대관령의 특성상 동해 상에서 불어 오는 습한 북동기류가 육지에 도달하자마자 산맥에 부딪혀 강제상승하게 되고 여기서 눈구름이 만들어져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다시 말해 그 날의 폭설의 양은 기록적일 지언정, 대관령에 내리는 눈은 당연하게 발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올 겨울에는 대관령에서도 신적설을 마주하기가 어렵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 영동 지역에서도 공식적으로 눈이 관측되지 않고 있지요. 1월 대관령에 눈이 내린 날은 총 6일에 불과했습니다. 마침 8일 올해 첫 대설경보와 함께 쏟아진 눈이 남아 그래도 대관령다운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다고는 합니다.

원래 눈이 내리는 지형인 대관령에서도 내리는 눈을 보기 어려웠다는 것은 전국적인 겨울가뭄의 강도가 얼마나 심한지를 나타내는 예시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겨울 동안 서울에서 쌓인 눈이 관측된 건 12월 13일과 16일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내리는 눈을 볼 수는 있었지만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신적설로 기록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른지역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1월26일 이전까지 광주광역시가 1938년 기상 관측 이래 80년 만에 처음으로 올겨울 적설량 0㎝를 기록했고, 북강릉 관측소에서 관측한 올겨울 적설량도 0㎝입니다. 북강릉 관측소의 신적설량도 8일 영동지방 전체에 내려진 대설주의보와 함께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따뜻한 겨울은 제설작업을 걱정했던 현역 군인들에겐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러나 눈을 보기 어려운 겨울의 도래는 급격한 기후변화의 후폭풍이 어떤 것일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에 곧 현실이 될 수 있는 우려스러운 현상입니다.

기상청은 올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영하 30도 이하의 찬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오지 못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통의 겨울철 눈은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차가운 북서풍이 불어오면 바다위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만나서 눈구름대로 발달합니다. 그런데 전반적인 지구 온난화로 시베리아 지방이 따뜻해져 차가운 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됐습니다.

더불어 최근 동아시아 상층 공기의 흐름이 평년보다 동서방향으로 강해지면서 찬 대륙고기압의 진입을 막아 눈구름대 발생 횟수가 줄었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삼한사온(三寒四溫)도 체감하기 어려운 겨울입니다.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대륙고기압의 진입이 막히자 계속 비교적 따뜻한 겨울로 지내게 됐던 것이지요.

이미 이상기후의 피해는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월동작물의 이상생장이 보고되며 각 농업기술센터는 이상고온으로 인한 피해 예방에 나섰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학자들은 우리나라 기후의 변동성이 커지는 신호로 보고있습니다.

기록을 통해 얻어낸 패턴을 기반으로 예측이 가능했던 기후, 이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마침 오늘은 전국이 흐리고 비가오는 가운데 온도는 높아 포근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겨울가뭄을 해갈하기에 충분한 양은 아니지만, 중 ·서부권 해갈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쉬운 점은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고, 포근한 기온덕에 비로 내린다는 부분이지요.

지구 온난화가 더 이상 우리에게서 '눈내리는 겨울'을 빼앗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10년전 폭설을 다시 꺼내어 보니 '지구온난화'를 막는 노력에 동참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하게 되는 10년전 오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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