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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프로포폴'로 윤석열 약발, 추미애-이성윤 물 먹을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2.14 17:59:29

[프라임경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설이 터져 나오면서, 새삼 이 사건의 파장으로 법조계의 이해득실 저울질이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로포폴 투약 여부 자체나 의료 목적이었는지 불법 투약인지 등 순수한 '법리'상의 파장보다 오히려 공익제보자 발언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처음 소개한 언론 보도 내용이 함축하는 사항이나 일으킬 화학작용 등 '법조계 이슈'로서의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는 것. 

일례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문제가 불똥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우선 나온다. 우리 경제에 삼성이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고 최순실씨 등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편의를 제공한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로 집행유예를 구성해 내야 하는 변호인단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품행방정한 이 부회장' 이미지에서 '약을 하는 3세 오너 일가'로 마이너스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작은 문제일 뿐이라는 해석도 대두된다.

이번 사안의 첫 보도와 이후 검찰 등이 움직이는 상황을 함께 종합하면, 가장 수혜를 받을 인물은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언론에 사건 흘리는 악마=윤춘장' 문빠식 논리 깨졌다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관련 의혹이 제기된 모 성형외과 원장 A씨와 간호조무사 B씨는 이미 지난 달 9일 구속기소됐다. 즉 이번 의혹과 무관한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으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검찰이 이 부회장이라서, 삼성이라서 봐주고 다른 건(즉 이 사건의 병원은 애경 오너 일가의 프로포폴 건에 엮여 있는 것으로 알려짐)만 칼을 댔기 때문에, 공익제보자(B씨의 남자친구)가 국민권익위원회(옛 부패방지위원회) 제보에 이어, 언론에 공익제보성 인터뷰를 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윤석열 검찰'의 엄정함에 상처가 날 수 있는 대목.

다만 법조 관련자들은 "이러한 그림은 신빙성이 좀 약하다"고 풀이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 달 대검찰청으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는 공익신고 자료와 함께 수사의뢰서를 지난 달 대검에 전달한 상황(권익위는 검찰에 자료를 이첩할 때 일부 SNS 메시지와 통화 녹음 파일 이외에는 휴대전화 내역 등 구체적인 자료가 없었다는 의견도 함께 전달했다고 한다). 

결과론적으로 수사에 미진한 구석이나 다른 고기를 잡다 놓친 부분이 설혹 있다 치더라도, '언론에 사안이 터지기 훨씬 전에' 제보를 프로세스에 따라 엄정히 처리했다는 점에서 벌충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

문재인 정권의 의도에 가까운 인사로 평가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월8일 임명돼 부임한 상황도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든다. 윤 총장과 대검으로서는 프로세스대로 일을 해당청(즉 중앙지검)에 넘겼는데, 중앙지검에서 일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내용이 언론을 통해 터졌다.

공익제보자(B씨의 남자친구)가 언론보도에 기댄다는 방법을 택한 내막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리지만(양형 협상 등을 기대하는 게 아니냐는 설 등), 미묘하게 흥미로운 상황은 대검(그리고 윤 총장)으로서는 이것을 '이재용 때리기'의 소재로 접근하지 않았고, 중앙지검의 문제로 넘어간 뒤 언론에 통제 불능 상황으로 번진 셈이다.  

'공보준칙'이나 秋 '지검장에게 지휘권' 논란에 어려운 수사 묶을 듯

그간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층에서는 조국씨와 그 일가붙이 수사 상황에서 윤 총장과 검사들에게 서운함을 가져온 게 사실이다. 극렬 '문빠'층에서는 압수수색 상황 등을 빗대 '윤짜장'이나 '윤춘장' 등으로 조롱했으며, 심지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생기는 상황에서 '공수처 구속 1호=윤춘장' 등 협박성 온라인 공세에 매달려 왔다.

문빠들에게 윤 총장과 검찰 대다수란, 언론에 수사 상황을 흘리고 전체 그림의 왜곡을 조장해 사건을 멋대로 끌고가고 권력을 즐기는 악마에 해당했다. 그런데 오히려 언론에 삼성 관련 수사에 열정을 보였던 윤 총장은 오히려 '이재용 욕보이기'에 적합하고 말초적 흥미거리로도 손색이 없는 이 프로포폴 건을 흘리는 것을 자제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왜곡된 세계관에 금이 가게 된 셈.

이런 터에 이번 정권 들어 공보준칙을 마련해 언론 공표를 어렵게 한 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근래 '총장이 아닌 지검장에게 해당 검찰청 검사들에 대한 수사 지휘권이 있다'는 견해를 내놓은 점 등도 '이성윤 중앙지검호'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프로포폴 수사는 주지하다시피 쉽지 않다. 신체 검사를 통해 물질 검출만 되면 바로 급물살을 타는 일반 마약류와 달리,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항변이 상당히 견고한 벽으로 작용하는 것. 

그래서 앞서 다른 프로포폴 의혹이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을 덮친 경우에도 속도감 있는 처리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사람들은 전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각을 세우는 와중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로폴 이슈가 이 줄다리기에 흥미로운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주변 인사들 사이에 나온다. 사진은 2018년 당시 민주당 당대표이던 추 장관이 이재용 2심 보도를 국회에서 스마트폰으로 읽어보던 모습. ⓒ 연합뉴스

이 지검장으로서는 세간의 시선이 삼성(및 이재용)으로 쏠리는 데 적어도 '윤석열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수사'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한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수밖에 없다는 풀이가 나온다. 

즉, 과거와 같이 언론 기사화를 유도(공보 활용)하거나 어느 정도 기삿거리가 흘러나가게 내버려 두기도 어렵고(이럴 경우 적폐와 친추미애 라인이 다를 게 없다는 비판에 직면), 그렇다고 일을 제대로 하는 건지 어떤지 의구심에 찬 시선을 마냥 감수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을 하는 법조인도 있었다.

2019년 여름, 총장 '회심의 인사'로 '삼바 수사 화력집중' 선언

2019년 7월, 윤 총장은 취임 직후 인사를 통해 삼바 관련 수사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인재들을 보강함으로써 두 차례 영장기각을 당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던 삼바 사건을 제대로 단죄할 뜻을 드러낸 것.

회계 관련자들은 삼바의 분식회계 혐의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아서 수사의 급피치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윤 총장은 삼바 이슈와 무관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정농단 사건을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에게 발탁돼 수사팀장으로 같이 일한 바 있기 때문. 이 부회장의 최근 파기환송심 등은 물론, 결국 박영수 특검팀이 맡은 사안은 박근혜 정부가 이 부회장이 삼바 지분 평가 등 각종 승계권 정리를 무리수와 정권 차원의 도움을 얻어 해야 할 정도였는지 여부와 맞닿는다.

어쨌든 윤 총장은 삼바 이슈에 열정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좌천 등 과거를 딛고 결국 검찰총장으로 금의환향한 뒤 수사팀 보강 등을 서둘렀다.

과거 지분 구조는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이 삼바를, 다시 삼바가 에피스를 소유한 상황. 에피스 가치 평가 문제는 결국 삼바 가치 문제이고, 제일모직의 가치 문제라고 정리해도 무방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슈 자체만이 아니라, 삼바 회계 문제를 검찰이, 윤 총장이 매의 눈으로 보는 이유다.

그런데 추미애 체제가 들어서면서 법무부는 윤 총장에게 태클을 강력히 걸고 있다. 특히 검찰의 각종 수사를 방해한다는 의혹과 불만이 보수 일각에서 높다.

법조인들은 추 장관의 수사 방해 논란 자체에는 선뜻 동의하지 않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한동훈 좌천' 등은 문제가 확실히 많다고 평가한다. "윤석열이 미운 것과 별개로 이상한 수를 뒀다. 평소 이미지와 달리 삼성을 돕는 것이 분명한 악수를 뒀다"는 익명의 평가는 음미해 볼 구석이 많다. 한동훈 전 대검 반부패부장은 부산고등검찰청 차장으로 밀려났다.

한 차장이 과거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윤 총장과 함께 파견됐던 것, 삼바 분식회계 및 양승태 사법농단 등 윤석열 검찰의 주요 특수수사를 실무 지휘한 점 등을 고려하면 추미애식 인사학살 논란이 친민주당 시각에서 말하듯 대부분 정당했다 손치더라도, 삼성을 돕는 반사효과를 낳은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다만 추 장관이 실무수사 인사들까지 대거 날려버리는 대신, 이들은 상당수 남겨줬지 않냐는 재반론도 가능하다).

결국 '추의 남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까다롭기만 한 프로포폴 수사 지휘를 맡았고, 이 사건이 행여 잘못되면 모든 문제는 오롯이 이 지검장이 지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 장관은 근래 윤 총장과의 지휘권 갈등으로 '검사의 구체적 수사 지휘권은 총장이 아닌 지검장에게 있다'는 견해를 냈고 이 주장은 다시 일선 검사에게서 반박을 당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추 장관 본인 논리에 따르면, 이 지검장 이하 라인에서 프로포폴 수사를 지체하는 혹은 최악엔 망치는 경우 그 불똥은 모두 이 지검장이 져야 하는 논리의 고리가 형성된다. 이는 윤 총장 대신 추 장관 자신에게 다이렉트로 세간의 비난이 쏠리는 위험한 시나리오가 된다.

자기가 제동을 건 삼바 수사를 묵묵히 하는(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논란을 언론에 흘리는 적폐적 행보도 안 한) 윤 총장과 휘하 검찰 라인이 조명받고, 프로포폴의 지저분한 약발에 '물 먹을' 가능성만 지게 된 것이 추 장관 등으로서는 달갑잖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서 삼성과 약물을 놓고, 일종의 투트랙 볼거리가 법조 주변 인사들에게 주어졌다는 소리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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