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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아시안 포비아' 향한 우려

 

박상아 청년기자 | jelly095@naver.com | 2020.02.17 11:48:48
[프라임경제]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증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글로벌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 4만3093명 △사망환자 1018명에 육박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 입국 제한'이라는 특단의 조처를 취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률이 메르스 사태보다 높다는 사실에 근거하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속도보다 '시노포비아(sino-phobia; 중국 공포증)'가 빠르게 침투하고 있으며, 이는 곧 아시안 포비아도 함께 확장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사실 코로나바이러스 '최초 발병지'가 중국 우한이라는 점에서 중국인과의 접촉은 물론, 이들에게 반감을 갖는 분위기다. 이렇듯 반중 감정이 도를 넘어 중국 민족 혐오로 변질되는 현상을 '시노포비아'라고 한다. 

일부 식당에서는 '중국인 출입금지' 표어를 버젓이 문 앞에 붙이고 있으며, 강남역 한복판에서는 '중국인 추방'을 요구하는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 이런 사태는 바이러스 예방 차원을 넘어 중국인이라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남발하는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물론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가 현지 정부의 미흡한 대처로 빠른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사실만으로 중국 민족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할 순 없고, 단지 증오할 대상을 찾아내 화풀이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이번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반중 감정, 특히 반조선족 감정이 일상화됐다. 오원춘 토막살인 및 박춘봉 사건 등을 통해 조선족을 예비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던 것이다. 

외국인 거주자 통계(2019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전체 외국인 중 조선족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그러다 보니 조선족 범죄가 전체 외국인 범죄 가운데 유독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하지만 언론은 조선족 범죄와 관련해 불필요하게 느낄 정도로 잔인하게 보도하면서 조선족 혐오를 부추겼으며, 이는 중국인 혐오로 확장됐다. 또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이를 이미지화하면서 중국인 혐오는 당연한 개념인 듯 인지구조 속 편견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는 시노포비아에 대한 정당한 명분으로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시노포비아가 아시아인 전체에 대한 포비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제 얼굴에 침 뱉는 꼴'이자 내가 던진 부메랑에 얻어맞는 꼴이다.

실제 현재 서양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계기로 전체 아시아인 차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로마 음악학교'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은 아시아계 학생에게 의료 확인서 제출할 때까지 수업 참석을 강제 금지했다. 또 영국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주의사항을 공지하면서 자가격리 권고 국가로 아시아 국가만을 선정, 노골적으로 아시아인 포비아를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가 스위스인과 스웨덴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듯 서양인들도 한국인이나 중국인, 일본인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아시아인과 코로나바이러스를 묶어 차별과 기피를 정당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여전히 '눈이 찢어진 사람은 모두 동양인'이라는 차별적인 발언을 일삼는 서양인들이 많다. 그리고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열등하다'라는 우월의식에 젖어있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우리는 이런 인종주의에 반감을 드러내고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국내에서는 중국인 혐오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중국인 혐오 가짜뉴스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사실인 양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가짜뉴스에 선동, 시노포비아를 자행하는 행위는 스스로 아시아인 포비아를 재촉하는 행위 밖에 되지 않는다. 

성경에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다.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미워하되, 이를 구실삼아 민족 혐오를 자행하진 말아야 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타민족에 대한 혐오는 결국 우리를 향한 혐오로 돌아온다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박상아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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