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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모도원 '국제금융중심지'…부산 정치·경제엔 특히 '구멍'?

민주당 적극적 추진 도움 못된 원죄? 입법작업이나 총선 대응에서도 적극 부각 노력 부족 우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2.19 15:53:01

[프라임경제] 국제금융중심지 이슈가 총선을 계기로 일각에서 다시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정작 강력한 추진이 어렵다는 점만 부각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복잡한 속내 때문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대두돼 눈길을 끈다.

지난해 봄 제3금융중심지로 전주를 지정하자는 움직임에 불이 붙었다 보류로 일단 가닥이 잡혔던 적이 있다. 당시 이 문제가 얼마나 매력적인 이슈인지 그리고 정치적으로 더 정확히는 정략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큰지 잘 드러낸 경우다. 

사실 전주 제3금융중심지 추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안이었다는 점 외에는 여건 미성숙 논란이 더 컸고, 결국 보류 판단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전주에는 천문학적 자금을 쥐락펴락하는 국민연금공단 본사가 이전해 있지만, 그 외 금융회사들의 이전을 유도할 만한 매력 포인트를 찾기는 어렵다. 

금융중심지 이슈가 공기업 이전 카드 등 관치로 추진된 틀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점도 잘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서울 그리고 부산…왜 아직 제대로 자리 못 잡았나?

2009년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동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점을 주로 기억한다면, 보수 정권의 작품이 아닌가 짐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중심지 정책은 2003년 노무현 정부의'동북아시아 금융허브' 청사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작년 10월 열린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10여년간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에 한계가 있었다는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인다"고 발언한 점은 금융중심지 추진 속도와 중간 결실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현주소를 드러낸다.

은 위원장이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감독기구 수장급 인사들이 근래 잇따라 외국계 금융사 CEO들을 만나 금융중심지 논의를 했다는 소리도 나돌지만, 규제완화 등 원론적 수준의 얘기가 오고간 정도라는 후문도 뒤따른다.

물론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 우리 정책 당국이 이슈 추진을 한 뒤로 글로벌 여건이 줄곧 좋지 않았던 것도 중요한 악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 등 가까운 아시아권 금융허브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집중 정비하고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이 작업이 잘 이뤄지지 않은 점 또한 답보 상황의 주원인 중 하나임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금융중심지'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서울의 국제금융 경쟁력이 대체로 30위권을 맴도는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영국 컨설팅전문기업 지옌의 '국제금융센터지수'상 서울의 점수는 2015년 6위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이후 하락, 30위권을 오가는 수준이다). 

부산의 경우는 특히 금융공기업 이전 외엔 이렇다할 성과가 없고 알맹이가 부족하다는 적나라한 평가까지 들을 정도로 문제가 더 심각하다.

부산 남구 문현동 국제금융단지 BIFC건물 조감도. ⓒ 부산도시공사


노무현 작품이지만 이후 민주당 개정 작업 발목 등 원죄?

2000년 연말 법안이 제정된 이래, 금융중심지법은 2011년 개정까지 3차례 손질됐다. 현안으로 드라마틱한 추진이나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리지 못하고 있는 점을 여기서 발견할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시행령 손질은 좀 더 잦아 2019년 수정안이 시행되는 등 상대적으로 더 활발). 

민주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정책적 갈피를 못 잡으니 법률 개편 등을 하지 못한다는 소리다. 

민주당은 2011년 7월 부산시민단체들의 거센 비판을 받는 등 금융중심지법 이슈에 원죄가 있다.

당시 박영선 의원(현 중소기업부 장관) 등 민주당 출신 법제사법위원들이 "부처 간 협의 없이 진행된 법률안에 대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 명확하다"는 이유를 들며 개정 작업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 부산 지역의 공분을 산 것이다. '노무현 작품'임에도 정략적 이유로 꼬투리 잡기를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권이 다시 민주당으로 넘어간 뒤에도 이를 박력있게 추진한 흔적은 찾기 힘들다. 금융중심지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1건 계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나, 이 안건은 금융의 4차 산업과의 시너지 문제를 고려하는 데 집중돼 있다. 

즉, △핀테크서비스 강화 필요성 강조 △한국핀테크지원센터를 부산에 설치 등 특정 안건에만 매달린 것이라는 얘기다. 전재수·박재호 민주당 의원 등 주로 부산권 정치인들이 발의 중심에 선 한계가 엿보이며, 중앙 정치권 특히 여당에서 굵직한 고민의 흔적과 화력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시사하는 대목으로도 읽힌다.

문재인 정부 자체가 전주의 제3 국제금융단지 지정 카드를 정략적 카드로 만지작거리는 등 이 문제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나 중차대한 판단, 정파적 이해를 떠난 거국적 시각 등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부득이한 현실이라는 평도 있다.

결국 속을 끓이는 것은 해당 지역의 몫. 특히 부산은 해양금융으로 특화를 하지 않으면 해외 도시와의 경쟁 문제는 고사하고, 또다른 국제금융중심지인 서울과 내전까지 벌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파이를 놓고 소모적인 내부 갈등을 해서는 국익상 안 될 뿐더러, 부산이 서울을 이길 뾰족한 대책도 없다는 현실적 이유도 부담스럽다.

애쓰는 부산시 '지역 현안' 한계…전문가 발탁 등 '지원필요'

해양금융은 현재 관련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이라,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대처해야 할 시급성이 크다. 은행 및 금융기관 외에도 해양관련 파생상품을 다룰 수 있는 증권회사나 해양에 특화된 회계법인 등을 불러들여 시너지를 키워야 하는 등 과제가 크지만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요원하다는 것. 

글로벌 해양금융 시장의 변화에서 가장 주목할 요소는 규모의 축소 상황. 2007년 1200억달러 규모였던 선박금융 시장은 2017년 600억달러 규모로 급감하는 등 파이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 시장 체질도 금융위기 이후 자산매입 후 임대(세일즈앤리스백) 활성화나 보증상품 확대 등 어렵고 특화된 '특성화리그'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인데, 현재 우리나라 금융중심지 추진 방향으로는 벅차다는 이야기다. 부산시는 특히 지역 경기가 나빠 이런 고급 먹거리를 그냥 흘려버릴 여력이나 여유가 없다. 부산은 제조업 체감경기지수가 3분기 연속 하락하는 것으로 파악되는 등 경기가 어려워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지만 돌파구가 돼 주기보다는 '또다른 구멍'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산시에서는 금융중심지 강화 방안에 나름대로 적극 대응하고는 있다.

2017년 한 세미나에서 김병기 당시 부산시 신성장산업국장(현재 타기관 파견)이 문현(국제)금융단지와 북항재개발지역을 연계하는 이슈를 거론한 바 있다.

그는 "두 지역을 연계해 해양파생금융특구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해양파생금융특구법 제정이 선결과제인데, 이를 위해 정부 소관 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하는 등 당시 상당히 심도있는 제도적 개선과 융합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금융중심지법이나 시행령 개정 경과 등을 간략히 언급한 바 있지만 이 당시 거론된 해양파생금융특구법 추진 아이디어를 현행 제도가 모두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이 더 많다.

부산시는 근래 국내 최초로 조성한 핀테크 기업 성장 지원 공간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의 U-Space에 입주할 5개 기업을 추가로 선정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 및 관련 산업 촉진에 나서고 있다.

금융중심지는 메인으로 서울을 키우고, 부산은 서울의 파이를 일부 나눠준다는 피상적 이해가 아니라 해양 관련 금융이라는 새 먹거리를 부산이 차지하도록 중앙정치권이나 중앙정부 차원의 고려와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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