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2014년 국가기록원이 인구의날(7월11일)을 맞아 홈페이지에 공개한 인구정책 관련 기록물. 1963년 제1차 가족계획 전국대회 모습. ⓒ 국가기록원
가족계획 수립을 장려하고 출산을 억제하기 위한 산아 제한 정책 구호가 불과 반세기 만에 우리나라 경제에 부메랑이 돼 돌아왔습니다. 10년 전 오늘, 저출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학령인구가 46년 만에 1000만명 아래로 붕괴된 것이죠.
60년대에는 '3·3·35(3살 터울, 3자녀, 35세 이전 출산) 원칙'을 소개하는 문화영화가 상영되고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표어로 가족계획을 장려했는데요. 70년대에는 그 유명한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란 표어가 인기였습니다. 80년대에는 둘도 많다며 '1자녀 갖기 단산(斷産) 운동'이 펼쳐졌죠.
산아 제한 정책이 출산 장려 정책으로 바뀐 건 90년대 후반 이후입니다. 정부는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지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을 수립하는 등 출산 장려 정책으로 돌아서게 됩니다.
실제 2010년 2월19일 통계청 추계인구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학령인구는 990만1000명으로 전년(1006만2000명)보다 16만1000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학령인구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다닐 연령인 만 6~21세 인구를 말합니다.
학령인구가 1000만명 밑으로 내려간 것은 1964년(992만5000명) 이래 처음이었습니다. 이후 학령인구는 '베이비붐'에 힘입어 1965년 1040만3000명으로 1000만명을 넘어선 뒤 1980년 1440만1000명까지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핵가족화와 가족계획 등 영향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2003년(1092만9000명)에는 1100만명 미만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문제는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었는데요. 정부는 2015년 872만8000명으로 900만명선이 무너지면서 2018년(791만4000명)에는 700만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추세라면 2047년에는 2010년 절반 수준인 494만5000명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죠.
학령인구가 급감한 것은 1970년대 중반 이후 가족계획이 본격화되면서 1980년대 중반부터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1970년 4.54명이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2010년 만 21세가 태어났던 1989년 1.56명으로 떨어지고, 만 6세가 태어난 2004년에는 1.15명까지 내려앉게 됩니다.
2014년 보건복지부 후원으로 진행된 '출산장려 국민 표어 공모전' 포스터. 1973년 대한 가족계획협회 흑백 홍보 영상을 패러디했다. ⓒ 보건복지부·인구보건복지협회
그렇다면 10년 후 학령인구와 전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정부는 저출산 영향으로 30여년 뒤에는 전국 학교에 학생들이 텅텅 비고, 생산연령인구도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2019년 6월27일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시·도편)에 따르면 전국 학령인구(6∼21세)는 2017년 846만명에서 2047년 524만명으로 38.0%(322만명)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는데요.
지역별 학령인구 예상 감소율은 전북(48.0%)·부산(47.9%)·대전(47.7%)·광주(47.6%)·대구(47.4%)·경북(46.8%)·전남(46.4%)·울산(45.3%)·서울(45.2%)·강원(43.9%)·경남(42.6%)·충북(38.1%)·인천(35.2%)·충남(31.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0∼14세 유소년인구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정부는 전국 유소년인구가 2017년 672만명에서 2047년 450만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젊은 도시인 세종시만 유소년인구가 50.8% 증가하고, 나머지 시·도는 유소년인구가 16~44.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저출산은 학령인구뿐만 아니라 생산연령인구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0년 뒤 생산연령인구(15∼64세) 역시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죠. 전국의 생산연령인구는 2017년 3757만명에서 2047년 2562만명으로 31.8%(195만명) 감소하고, 생산연령인구 비중 역시 같은 기간 73.2%에서 52.4%로 20.8%p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이에 따른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감소가 의존연령비율(총부양율) 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의존연령 비율이란 생산가능인구(15~64세) 대비 15세 이하 및 65세 이상 인구층을 합친 비율을 의미하는데요. 한국의 의존연령비율은 1966년 88.8%로 정점을 기록했으나, 2012년 36.8%로 저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죠.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 개발은행(ADB)은 '아시아 지역 노동인구 부족 대응방안(How to fill working population gap in Asia)'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의존연령 비율이 상승 추세에 접어들면서 오는 2021~2030년 우리나라의 1인당 잠재성장률이 1.5% 떨어지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보육에만 한정된 출산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하는데요.
현재 우리나라는 출산율 저하뿐만 아니라 결혼 인구 수 역시 감소하는 등 미래를 꿈꾸기 힘든 사회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양육비를 줄여주는 등 단순 정책이 아닌,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비롯한 사회 전반적 문제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