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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앞둔 '상장사' 지원 방안…유관기관 VS 상장사 '입장차'

'전자투표 · 인력뱅크' 각종 프로그램 운영…다수 '기존 운영제도' · 실효성 미미 지적

염재인 기자 | yji2@newsprime.co.kr | 2020.02.24 18:02:42
[프라임경제]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총 2298개에 달하는 상장사들이 정기주총을 개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년 반복됐던 주총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추진된 주총 내실화 방안 및 5%룰 제도개선 방안 등이 올해 본격 적용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상장사들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들이 상장사들의 정기주총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나섰지만, 여러 상장사들은 이번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기주총 돌입 전, 서로 간 입장 차만 벌어지고 있는 상황.

거래소를 비롯한 유관기관들이 정기주총 관련 '상장사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상장사들은 기존 운영제도가 다수인 점, 실효성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지원 방안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사진은 서재환 금호건설 대표가 지난해 3월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개최된 금호산업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유관기관 "뭐가 필요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

지난 19일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코스닥협회, 코넥스협회는 올해 상장회사 정기주주총회가 원활하게 개최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 합동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원 프로그램 핵심은 △정기주총 기간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이용 수수료 면제 △정기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 운영 △사외이사 후보자 데이터베이스(DB) 구축 △ 주총 전담 지원 조직 운영 등이다.

먼저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이용 수수료 면제의 경우, 모든 주주총회(정기·임시 주주총회) 시 예탁원의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발행회사를 대상으로 지원한다. 

또한 기존 예탁원과 미래에셋대우가 전자투표 서비스 제공 및 관리기관 역할을 맡았던 것을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까지 추가 확대해, 상장 기업들이 보다 쉽게 전자투표 제도를 채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방침이다. 

전자투표 편의성을 제고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이 완료됨에 따라 제도 개선 내용을 반영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에 유관기관들은 △전자투표 내용의 변경·철회 가능 △공인인증서 외 간편인증 활용 본인 확인 가능 △전자투표 관련 정보 안내 '편의성 제고' 등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주총이 특정 기간 집중돼 참석이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상장회사가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정기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금융투자회사 등이 보유한 상장주식에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독려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기관들은 내달 13일, 20일, 25일, 26일, 27일, 30일 등을 예상 집중일로 지정하고, 해당 날짜를 피해 주총을 개최하는 상장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다.

상장사들이 큰 숙제 중 하나인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인력뱅크도 운영된다. 요건을 갖춘 사외이사 후보자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기업 수요에 맞춰 후보자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 유관기관들은 상장회사의 주총 관련 문의사항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전담 창구(유선·온라인·방문)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먹을 것 없는 종합선물세트"

유관기관들이 총출동해 마련한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상장사들은 정작 시큰둥한 모습이다. 지원 프로그램 중에는 기존에 이미 진행하던 제도가 상당수 포함돼 있으며,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거나 상장사 편의를 고려한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이용 수수료 면제'의 경우 이번 정기주총 기간 동안 해당 수수료를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지만, 전자투표 관리기관 중 하나인 증권사는 이미 수수료가 면제된 상황에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기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서도 미지근한 반응이다. 자율분산 프로그램은 기존 운영하던 제도로 정기주총 집중일을 피해 개최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지만, 불가피하게 집중일에 정기주총을 개최할 경우 상장사가 해당 사유를 공시하도록 해 자율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사외이사 후보자 DB 구축' 부분에서도 기업들의 호응도는 크게 떨어졌다. 상장까지 한 기업에서 관련 업종 사외이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

한 상장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예탁원에서 전자투표하는 방법도 있지만, 원래 유료라고 알고 있는데 무료냐"며 "어차피 증권사는 무료로 해주기 때문에 의미가 없으며, 우리 회사는 전자투표 관련해서는 A증권사와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정기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의 경우는 참여하지 않으면 해당 사유에 대해 공시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마 상장사가 아닌, 여러 종목을 갖고 있는 주주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 회사는 자율분산에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상장사 입장에서는 집중일을 피하지 못할 경우 이런 내용으로 공시해야 하는 상황이 편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상장사 관계자도 "이번 정기주총 지원 프로그램은 전반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미비하다"며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주주들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사외이사도 크게 의미 있는 지원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예탁원 관계자는 "원래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이용 수수료가 있는데, 올해 정기주총 때 한시적으로 면제를 해주는 것"이라며 "상장사 입장에서는 다른 곳을 이용하면 무료이기 때문에 예탁원의 무료 지원을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일정 부분 동의했다. 

하지만 "어쨌든 기존 수수료를 부과하다가 이번에 면제를 해주는 부분이기 때문에 예탁원 입장에서는 지원은 지원"이라고 피력했다.

거래소 관계자도 "이번 지원 프로그램은 일반 주주들이 참여하기 용이하도록 주주총회를 분산시키자는 게 기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주주들이 집중일에 정기주총이 몰릴 경우 참석률이 떨어지는 부분을 고려했다는 입장이지만, 당초 유관기관들이 밝힌 '상장사 지원 프로그램'이라는 본래 목적이 무색해지는 발언이다. 

아울러 거래소는 상장사가 집중일에 정기주총을 개최할 경우 의무적으로 공시를 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거래소 측은 "자율적으로 정기주총 날짜를 분산시키는 부분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집중일에 개최할 경우 사유에 대해 공시하는 것이 부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주들 입장에서 정기주총이 집중되면 불편하지 않겠냐"고 말해 상장사들 의견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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