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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사형, 할 것이냐 말 것이냐

23년째 실질적 사형폐지국 유지될까

백승은 기자 | bse@newsprime.co.kr | 2020.02.25 08:57:53
[프라임경제] "사형은 일반국민에 대한 심리적 위하를 통하여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며 극악한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를 통하여 정의를 실현하고, 당해 범죄인의 재범 가능성을 영구히 차단함으로써 사회를 방어하려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가장 무거운 형벌인 사형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2010년 2월 25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사형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 선고를 앞두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여러분은 사형제에 대해 찬성하시나요, 반대하시나요? 10년 전 오늘인 2010년 2월25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위와 같은 내용으로 사형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1996년에 이은 두 번째 합헌 결정이었는데요. 재판관 9명 중 5명이 합헌을, 4명의 위헌을 결정했죠.

이 날 위헌법률심판은 광주고등법원에 의해 제청된 것으로, 2007년 전남 보성 앞바다에서 여행객 남녀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은 오종근의 요청이었습니다. 헌재의 결정으로 당시 미집행 사형수 59명은 이전과 같은 사형수의 지위를 유지하게 됐죠.

사형제는 생명에 대해 가하는 형벌로 대한민국 형법 41조와 250조에 명시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에게 사형을 집행한 이후 23년 동안 사형이 이루어지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입니다. 

2020년 현재 대법원이 사형을 확정한 국내 미결 사형수는 총61명입니다. 이들은 모두 남성으로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 사형수는 57명, 군 교도소의 4명으로 이루어져 있죠.

그 동안 사형을 선고받은 흉악범은 잘 알려져 있는 유영철과 강호순 외에도 안양 초등생 유괴살인 사건의 범인 정성현, 전 여자친구와 여자친구의 부모를 살해한 장재진 등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 사형수는 방화와 살인을 저지른 안인득입니다. 안인득은 지난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다음달 4일에 항소심을 앞두고 있죠.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과 수원 토막 살인사건을 일으킨 오원춘은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습니다. 최근 전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고유정은 사형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역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죠.

사형제 존폐에 대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입니다. 2017년 세계일보가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전체 중 79.4%였습니다. 사형제에 반대하는 의견은 20.6%로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사형제에 찬성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9년 2월, 현재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헌재에 사형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같은 해 10월에는 국회에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안이 발의됐죠.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사형제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형제 폐지는 당장 현실화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2018년 문 대통령은 '사형제 모라토리엄'을 통해 사실상 사형제 폐지를 잠정 중단했습니다.

사형제 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가 지난해 11월29일 밤 '세계사형반대의날'을 맞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담장에 사형제도 폐지의 염원을 담은 조명을 비추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여론과 법 감정, 국내외 상황 등 종합적 측면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나간다는 이유에서였죠. 아울러 2019년 2월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사형제 폐지 국제규약 가입에 대해 불수용했습니다.

국제 사회는 어떨까요.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제를 법적으로 폐지한 국가는 106개국, 법적·실질적 사형 폐지국은 142개국입니다. 중국을 제외한 9개국에서 사형집행을 진행한 건수는 136건이죠. 또 OECD 국가 중 법으로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 한국 총 3곳입니다.

사형집행현황을 보면, 2010년 800여건에서 2018년 600여건으로 줄어들었죠. 이처럼 세계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하는 추세입니다.

뿌리 깊은 역사를 지닌 형벌인 사형제의 존속 여부는 매번 세간의 주목을 받는 범죄가 등장할 때마다, 혹은 인권에 대한 이슈가 드러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수면 위로 올라오곤 합니다. 사형제 찬성 측은 흉악 범죄를 줄이고 범죄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유지를 주장하고, 반대 측은 법원의 오판으로 인한 억울한 죽음을 방지를 위해 폐지할 것을 말하죠.

과연 어느 쪽이 옳고 그른 걸까요. 지금까지 사형제 찬성이 대부분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이었다면, 그들의 가치관에 변화를 줄 만한 사건이 찾아온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사형제 폐지를 논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만큼이나 정답 없는 물음이지만, 인간의 기본권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는 대전제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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