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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이냐 슬로우 스타터냐' 갈림길에 선 신동빈 회장

"인수합병 매물 기다리기보다 직접 투자 통해 '변화' 앞당겨"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02.25 14:40:58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동안 소극적이던 2차전지 사업 투자에 본격 나선 가운데, 경쟁사 대비 늦은 사업 진출로 인해 위기에 놓인 롯데그룹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알미늄이 1100억원을 투자해 친환경 전기차에 사용하는 2차전지용 양극박 생산공장을 헝가리에 건설한다.

공장은 친환경 자동차 인프라가 구축된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 내 6만㎡ 규모로 들어서며, 올해 4월 착공해 오는 2021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헝가리 공장서 생산될 양극박은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수 있는 2차 전지의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양극집 전체에 사용되는 알루미늄박으로, 전기화학 반응으로 생성된 전자를 모아 방전 시 필요한 전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롯데알미늄은 해당 공장에서 매년 1만8000t에 이르는 2차전지용 양극박을 생산해 유럽 지역 수요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 롯데그룹 화학사업 체질 개선 필요성 부각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유통 사업과 화학 사업을 낙점, 중점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화학 사업 부문에서는 '기존 역량 증대'에 초점을 맞춰 에틸렌 등 기초화학제품 생산과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화학업계가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꼽는 '2차전지' 사업에 대한 롯데그룹의 소극적 자세가 자칫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도태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해 온 바 있다. 

이럴 때마다 롯데 측은 당장 2차전지 사업에 당장 힘을 주지 않겠다면서 "기존에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확장한 다음 스텝을 확장해 나가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 증가와 대외 불안정성에 따른 수요 위축 등에 영향으로 롯데그룹 화학사들의 주요 제품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고 실적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에 롯데그룹 화학사업 체질 개선 특히 '2차전지' 사업 확장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됐다.

실제 롯데그룹은 2차전지 소재 부품사인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사업체질 개선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롯데는 2차전지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가 경쟁사 대비 현저히 저조했던 탓에 원활한 사업 진출을 위해 M&A(인수합병)에 나선 것.

무엇보다 지난해 9월에 열린 히타치케미칼 본 입찰에서 신동빈 회장이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등 2차전지 사업 투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신 회장의 노력에도 불구,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에는 실패했다.  

이를 근거로 업계에서는 이번 헝가리 공장건설에 대해 "롯데가 히타치케미칼 인수 실패를 교훈 삼아 기존 사업 안정화와 인수합병 매물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투자를 통한 '변화' 시기를 앞당겨 경쟁사들과의 차이 좁히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 업계 "롯데 청사진처럼 흘러갈진 미지수"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0일 배터리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 LG화학(051910)·삼성SDI(006400)·SK이노베이션(096770)의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의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전년 대비 3% 상승한 15%로 집계됐다.

특히 LG화학은 전년 대비 65% 급증해 중국 BYD를 제치고 3위에 올라섰으며, 삼성SDI는 같은 기간 21% 증가해 6위에서 5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3배 급증한 1.9GWh를 기록하면서 연간으로는 처음 '톱10'에 진입했다.

이는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모두 배터리 부문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 발 빠르게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결과물이다.

신동빈 회장의 미래 성장 투자 전략이 본격화됐지만 이미 거대해진 국내 화학기업들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롯데의 청사진처럼 흘러갈진 미지수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과연 롯데그룹이 2차전지 시장 내 슬로우 스타터로서 신동빈 회장의 바람대로 선제적으로 혁신하고 시장을 리드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인지, 그동안의 소극적 행보로 인한 격차로 '뱁새가 황새 쫓다가 가랑이 찢어진다'는 옛 속담처럼 도태될지 롯데그룹의 미래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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