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이던 왕자의 귀환" 삼성물산 정비사업 복귀전략 엿보이는 '첫 전장'

2020-02-26 17:07:05

- 힘든 여건 가진 '랜드마크' 부지 선점 통한 향후 수주전 우위확보

[프라임경제] 시공능력평가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삼성물산이 본격적으로 정비사업 수주전에 복귀를 끝마친 모양새다. 공사비와 이전 시공사와의 소송전 등 어려움을 겪지만 상징성을 가진 사업지를 복귀전으로 선택하면서 이번 복귀가 단발성이 아니라 향후 전략수립을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삼성물산은 2015년 서초구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GS건설에게 패배한 이후 정비사업에서 한발 물러나있었다. 이후 수의계약형태로 수주한 사업을 진행하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주택사업을 정리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삼성물산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정비사업 복귀를 준비하면서 '왕자의 귀환'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었다.

◆향후 장기적 전략 내다본 신반포15차·반포3주구 '첫 전장' 선택

삼성물산이 선택한 '첫 전장'은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과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이다.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 현장설명회 참가를 위한 입찰보증금 납부를 제일먼저 완료하면서 수주의지를 불태우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삼성물산의 선택과 의지에 의문부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두 사업지 모두 공사비가 넉넉하지 못한데다, 공사비와 사업진행 문제로 기존 시공사와 결별하면서 소송전에 돌입한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물산이 도전장을 내민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단지 모습. 삼성물산은 현장설명회 참여를 위한 보증금 10억원을 가장 먼저 납부하고 일찌감치 수주의지를 강력히 내보인 바 있다. = 장귀용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지난해 실적은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0.1%나 감소한 5400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은 4670억원이 줄어 전년보다 3.9%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만회를 위해 정비사업에 복귀하는 것까지는 수긍이 가능 부분이지만, 복귀전을 수익성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곳으로 정하고 강력한 수주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배경에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물산은 공식적으로 그간 수주전에서 빈번했던 부정행위에 휘말리는 것을 방지하고 '준법경영'에 발맞추기 위해 정비사업에서 물러났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리고 최근 그룹에서 출범시킨 준법감시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정부에서도 '클린수주'를 시책으로 표방하면서 복귀여건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깊이 있게 들어가면 셈법이 더욱 복잡하다. 앞선 이유들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첫 복귀전장이 녹록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남핵심지역에 위치한 입지로 상징성을 가지지만 수익성이 떨어져 실적개선에 도움이 크지 않은 사업장에 구태여 나선 배경으로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업이 단순히 정비사업에서의 복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IT기술이 접목된 4세대 브랜드아파트시대 개막과 발맞춘 장기행보와 정부가 저조한 경제성장률 반등 카드로 건설투자 확대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 호응하는 전략의 착수점차원에서 의미를 가진다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새로운 브랜드 전략 "밀레니얼세대 중심 '혁신' 이미지 가져간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1월19일 자사 주거브랜드인 래미안의 속내용을 바꾼 '넥스트 래미안 라이프(Next Raemian Life)'를 발표한 바 있다. 밀레니얼세대를 주 타겟층으로 설정해 IoT서비스와 개성을 강화한 콘셉트가 이 '넥스트 래미안 라이프'의 핵심이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1월19일 새로운 브랜드 콘셉트인 '넥스트 래미안 라이프' 상품설명회를 열고 향후 단지들에 적용할 래미안 브랜드 플랫폼을 선보인 바 있다. 사진은 김명석 삼성물산 상무가 '넥스트 래미안 라이프'를 설명하는 모습. ⓒ 삼성물산



CF모델과 광고기획으로 엿본 래미안의 이미지를 살펴보면 이번 변화는 그 의미의 남다름이 더욱 크게 와닿는다.

삼성물산은 2004년 연예인 이병헌 씨를 기용해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가장이 사는 첨단의 집'을 강조했고, 이후 장서희 씨와 김성수 씨가 등장해 청춘을 지나 성숙함에서 묻어나는 고급스러움이 부각됐다.

이미숙 씨와 신민아 씨가 등장한 '살아보면' 시리즈는 스타들이 직접 래미안에 72시간을 묵는다는 콘셉트로 스타도 살기 원하는 독특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이후 일반인이나 무명연예인들이 등장하는 CF들도 '남들이 선망하고 부러워하는 아파트'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진다.

부러워할만한 고급스러움이라는 이미지에서 큰 변동이 없던 래미안이 주 타겟층을 밀레니얼세대로 설정하면서, 기본 바닥재부터 아트월·가구도어색상·도어개폐방식까지 거주자에게 선택권을 줌으로써 '개성'을 강조한 것이다.

다시 말해 정형화된 고급스러움이 아니라 자유로움 속에서 '혁신'을 꿈꾸는 이미지를 아파트에 부여해 '세계적인 혁신 선도 기업'을 표방하는 삼성의 이미지와 일치시키는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향후 진행될 단지들까지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통해 4세대 주거트렌드를 이끌어가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수익성이 떨어져 다른 기업들에서 주저함을 가지면서도 입지적으로 상징성을 가지는 신반포15차와 반포3주구가 삼성물산에게 정조준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신반포15차는 삼성물산이 2015년 마지막으로 수주한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와 인접해있어, 연속성의 의미와 상호 가치상승효과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향후 브랜드가치를 새롭게 하려는 삼성물산의 전략과 맞아 떨어진다.

최근 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건설투자확대 카드도 삼성물산에게는 호재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경기가 위축되면서 금년도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대치가 대거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단기에 투자효과가 드러나는 건설투자는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입장에서 유혹적인 선택이다.

여기에 삼성물산은 그간 정비사업에 나서지 않으면서, 싱가포르를 비롯한 해외 SOC(사회간접자본)시장에 집중해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으로 건설투자가 이뤄지면 대표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업계관계자는 "그간 주택사업에 치중하지 않고 해외 SOC사업에 힘을 기울이는 등 실력 다지기를 해온 삼성물산이 지난해 말 새로운 브랜드전략을 내세우면서 올해 수주전 참여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었다"며 "여기에 건설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의 정비사업 복귀는 시의적절한 선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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