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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남병원 확진자 대거 발생, 우리 사회의 민낯

 

김화평 기자 | khp@newsprime.co.kr | 2020.02.29 09:23:00

[프라임경제] 정부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에 대비해 감염에 취약한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의 감염 예방조치를 강화하기 위해서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국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 423개소, 6만2096병상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54명의 원인불명 폐렴환자를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현재 이들에 대해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조사를 실시하게 된 배경에는 청도대남병원이 있다. 29일 오전 8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총 16명 중 7명이 청도대남병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 병원을 중심으로 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8일 오후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격리 조치 중이던 청도대남병원 직원 3명이 추가로 확진돼 지금까지 117명이 청도대남병원 관련 사례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청도대남병원 관련 확진 사례는 환자가 103명, 직원이 13명, 가족 접촉자가 1명으로 총 117 명이다.

코로나19 환자의 주치의로 구성된 중앙임상위원회는 지난 26일 청도대남병원 현황을 일부 공개한 바 있다. 

침대 없는 방바닥 다인실에 경증환자와 중증환자가 섞여 있고, 환자 이름표도 없었다. 정신장애인의 특성상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기 어려워 질병의 취약성이 더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방치했던 것이다.

게다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따르면, 지난 19일 숨진 코로나19 관련 첫 사망자는 이 병원의 폐쇄병동에서 20년 넘게 생활한 환자로 몸무게가 42㎏에 불과했다. 20년 넘게 폐쇄병동에 갇혀 있는 동안 얼마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았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이 단체는 지난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 인권이 없는 차별적인 코로나19 대응,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장애 폐쇄병동 코로나19 확진 환자에 대한 차별 없는 치료 대책을 촉구했다. 

우리 사회에서 정신병원은 '눈에 띄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드물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정신적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을 격리하고 열악한 환경에 방치해 온 것은 아닐까.

한 정신과 전문의는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곳이 정신병원이라고 말했다. 환자가 모여 있는 병원일 뿐만 아니라 폐쇄병동과 정신질환 환자의 특성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인권'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기본적 권리를 의미한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그러한 인권도 투쟁과 쟁취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인권을 위해 투쟁하고 쟁취할 수 있는 능력조차도 없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분야 중 하나인 정신질환자 치료환경의 민낯이 드러났다. 정신과 병동의 감염 관리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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