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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로나19 '공매도' 잡는 사냥개 '절실'

 

이지운 기자 | jwn@newsprime.co.kr | 2020.03.02 14:01:06
[프라임경제] 지난해 3월 개봉해 관객 몰이에도 성과를 거둔 영화 '돈'이 있다. 영화는 증권사 주식 브로커로 입사한 조일현(류준열)이 번호표(유지태)를 만나 함께 작전을 벌이는 모습을 다루는데 조일현은 스프레드 거래, 프로그램 매매, 공매도 3가지를 통해 번호표에게 이득을 안긴다.

이에 거래시장을 모니터하는 금융감독원 검사역인 한지철(조우진)의 끈질긴 추적 끝에 번호표를 잡아넣는데 성공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처럼 현재 개인 투자자들에겐 거래시장을 어지럽히는 세력들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사냥개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화에 나왔던 3가지 작전 중 하나인 공매도는 그간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악의 축'으로 불려왔다. 이에 더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쇼크에 공매도 논란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향후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싼값에 사들여 결제일 안에 매입자에게 돌려주는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챙긴다. 즉 주식 하락을 예상해 비싸게 팔고 나중에 저렴하게 사들이는 거래방식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일 때까지 만이라도 '한시적 공매도 중지'를 금융당국에게 요청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은 부지기수로 늘어만 가고 있는 상황.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느끼는 분노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는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이 제한적일뿐더러 위험성도 높다. 기관이나 외국인은 자유롭게 주식을 빌리지만, 개인은 신용도와 자금력 문제로 주식을 빌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는 소위 '가진 자들을 위한 파티'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으로 공매도에 베팅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주가하락의 우려가 높아진 만큼,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 투자자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외국인들은 2월 마지막 거래일 하루 만에 코스피 시장에서만 63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주가하락 압력을 높이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입장에선 공정한 가격 형성 기능이나 헤지 수단의 공매도를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당초 목적과는 달리, 다양한 투자 전략 속에서 공매도가 또 다른 세력의 장난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그간 몇번의 제도 손질이 있었다지만, 공매도 순기능보다 이를 악용한 불공정거래가 빈번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유해무득(有害無得)한 제도라고 주장하는 확고한 이유다. 

금융당국은 단순한 선 긋기보다 필요 이상의 논란을 잠재우고, 근본적인 처방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향해 팔을 걷어붙이지 않는 이상, 개인투자자들이 기업 가치에 소신을 지킬 수 있는 '슈퍼 개미화'는 요원한 일이될 수 있으며, 공매도라는 적과의 동침에 이리 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는 '개미'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영화 '돈'에서 작전 세력들을 향해 "사기·도둑질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던 한지철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의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정책적 믿음과 신뢰구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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