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뜨거운 공공법률, 김영춘 '지역재투자법' 눈길

2020-03-03 18:09:45

- 일부 우려에도 각종 조항 독소화 가능성만 막으면 의의와 파급효과 기대감

[프라임경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은행 관련 법안 하나가 계류 단계에서부터 세간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 활동이 3선째이며 이번에 부산진구갑에서 4선에 도전한다. YS의 생전 내내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데다 민주화 운동 이력과 능력을 겸비해 거물 평가를 받는다. 여당의 부산지역 선대위원장을 맡을 정도의 비중으로 차기 부산시장감으로 꼽는 해석이 적잖고 그 자신 "대통령을 하면 잘 할 자신이 있다"는 발언을 친여권 팟캐스트에서 말한 적도 있다.

즉, 야심가이자 능력자인 여권 거물이 발의한 만큼 20대 국회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도 통과 가능성에 무게를 둔 시선이 뜨겁게 모아지고 있다. 더욱이, 찬반 대결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쟁점법안으로서 경제민주화의 구체적 실현이라는 공공적 가치 문제를 건드린 문제작이기도 하다.

◆자금 출연 받아서 전국적·지역별 중기 및 소외층 '금융지원'

이 법의 주요 골자는 금융권의 지방(지방 소재 기업과 지역민)에 대한 여신 불균형을 바로 잡자는 것. 

김 의원 등 발의에 동참한 정치인들이 제안 이유에서 "우리나라 지방은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이나 여신비중은 40% 미만 수준으로, 실물경제 비중에 비해 금융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듯, 지방이 여신을 얻는 즉 은행 대출을 받는 것은 쉽지 않다. 지역을 무대로 하는 향토은행들도 있지만, 전국구 은행보다 약간 나을 뿐 사정을 잘 헤아려주는 데 한계가 있고 과거 IMF 위기 무렵 경기은행이 무너지는 등 향토은행이 사라진 지역도 적지 않다는 것.

그래서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에서는 △금융위원회로 하여금 지역재투자 및 지역금융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하며 △기본계획의 수립·변경, 지역재투자기금의 운용·관리와 지역재투자진흥원의 운영, 금융기관에 대한 평가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금융위원회 소속으로 지역재투자위원회를 설치하며 △금융기관의 출연금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 등으로 조성된 지역재투자기금을 설치하고 △기금을 통해 지역의 중소기업 및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사업 등 금융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하는 골격을 마련하자고 한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법학박사(공법 분야)는 "공공적 이익과 가치 배분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해 볼 법한 것"이라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한 지방소도시 개업 변호사는 "전체적인 여신 치우침 상황을 개선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한 재경 지역 변호사는 "일부에서는 위헌 운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단히 우수한 법률 제도이고, 이미 미국에서도 도입한 예가 있다. 위헌 시비가 붙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필요하다"고 장점과 도입 필요를 강조했다. 그가 말한 법은 미국이 1970년대에 이미 마련한 지역재투자법이다.

한 시중은행(4대 은행 중 하나)의 지점장급 인사도 "은행 팔비틀기로 생각될 여지가 있다. 다만, 너무 많은 자금 출연을 요구받거나 하지 않는 선이라면 사회공헌 차원에서 원칙적으로는 동참을 할 수 있겠다. 구체적 조율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부분적 긍정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또다른 시중은행(다른 4대 은행 중 하나) 본점 부장급 직원은 "말이 안 된다. 대출을 주기 어려운 조건이니까 안 주는 게 아닌가?"라는 '시장논리'를 강조했다.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법안 하나가 부산권에서 마련돼 눈길을 끈다. ⓒ 연합뉴스

부분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시각도 있었다.

한 시중은행 퇴직자는 법안을 훑어봐 달라는 요청에 "재직했던 은행의 경우 호남쪽에 지점이 거의 없었다. 아마 지금도 많지 않은 걸로 아는데…법안 9조 등에 따르면 어차피 큰 은행 일명 전국금융기관이라는 이유로 자금을 전국적 사업을 위해 내놓으라는 식으로 떠밀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의 법안 조항은 이렇다. "전국지역재투자계정은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전국 각 지역에서 수행하기 위하여 사용한다. 이 경우 진흥원은 전국지역재투자계정에 출연한 전국금융기관이 각 지역별로 예금을 받은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지역별 사업 수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1. 지역의 중소기업 및 저신용자의 금융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대출사업 2. 지역의 중소기업 및 저신용자의 금융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상담, 금융상품 등의 소개 및 알선사업"을 규정하고 있다.

◆전문기관 관치금융 부활 신호 우려 '하지만 필요한 법'

실제로 한국금융연구원에서 2005년 금융브리프(주간발행물)에 미국의 지역재투자법의 명암을 분석한 글이 실렸다.

이 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뒤따라) 도입한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지역사회 여신수요 충족보다는 금융서비스 소외지역에 대한 금융서비스 확충이라는 목적으로 활용되어 오히려 은행공공성 확보 수단인 것으로 보인다고 이 금융브리프 게재글은 분석했다.

아울러 지역 서민과 중소기업 여신이용 가능성 증대로 지역경제발전과 경제양극화 현상 해소 등 장점이 많다면서도, 다만 지역 주오기업 등에 대한 강제 대출할당은 자율성 침해라는 단점이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특히 (한국에 접목될 경우) 정부에 재량권 부여로 금융회사 정책결정에 개입하는 '관치금융 재현'이라는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글로벌 기준으로 비추어 보든 우리나라의 지역적 불균형이나 경제를 민주화해야 한다는 시대정신 등을 충족할 소중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대전제'는 충분히 충족하는 법안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다만 일부 독소조항 우려, 예를 들어 관치금융 재현의 통로가 되는 등 문제점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돈을 내는 시중은행이나 지방은행들 모두 흔쾌히 대의에 동의하고 각론에도 박수를 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운영시 감시기관으로 군림하기 보다 거버넌스를 해주는 서비스 동반자로 역할만 하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치열한 논쟁과 대단한 걱정을 사면서도, 우리가 이 법안의 통과 과정을 주목할 필요는 여기에 있다. "은행권 이슈를 다룬 법 중에 보기 드문 '가슴 뜨거운 법'이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한 젊은 금융기관 직원의 말처럼, 김영춘 의원이라는 거물이 쏘아올린 큰 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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