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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 혹은 독' 김형오의 보수재건, '朴 옥중편지'와의 마리아주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3.05 09:14:16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음식이 포도주와 어울리는 지의 여부를 표현하는 데 '마리아주'라는 프랑스어 단어를 쓴다. 우리나라 전통의학에서는 군신좌사의 원리에 따라 약을 쓰는데 서로 어울리고 돕는지, 아니면 자칫 경우에 따라서는 독으로 돼 버릴지 궁리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시너지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 효과가 반감된다는 이치다.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상에 내보낸 '옥중편지'와 보수 대통합의 문제가 바로 그렇다.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뭉치라는 신호가 글의 '총론'이다. "절절한 서신"이라고 표현한 황교안 미래당 대표와 "의로운 결정"으로 정의내린 김형오 미래당 공천관리위원장의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4·15 총선을 앞두고 보수야권이 통합해야 한다는 이 메시지는 실제로 미래당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이견이 거의 없다. '태극기 부대'로 대변되는 강성 친박 성향 지지층은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장만큼이나 미래당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해 온 숙제다.

미래당으로서는 유승민 전 대표로 대변되는 새보수당은 물론, 안철수계 의원들까지 새로 이름을 바꾼 미래당 쪽으로 속속 모여들던 시점이었다고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 효과 자체를 '사후약방문'쯤으로 축소해석하는 견해도 사실 상당히 존재한다. 사실상 통합 주동력 에너지가 시급했던 시기를 이미 넘겨 박 전 대통령이 공을 넘겼다는 저평가인 셈이다. 

총선 전까지 각종 보수 정당들의 이합집산 상황을 막지 못하면 변방이 시끄러운 정도가 아니라 공천 이슈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위기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인천광역시 선거판을 예로 들어 보자. 박 전 대통령을 평소 '누라'라고 불렀던 것으로 알려진 윤상현 의원이 자신을 컷오프해 버린 공관위 결론에 "참 나쁜 공천"이라고 반발한 게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TK 물갈이에 중앙당이 적잖이 애를 먹는 모습이 연출된 것도 기정사실이다.

아주 급할 때 정말 갈급했던 주요 동력원이 아니었다고 해도, 얼마든 강력한 모멘텀을 공급할 폭발력 있는 에너지가 돼 미래당에 든든한 자산이 돼 줄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개별 지역구,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이 무소속 출마 강행을 꺾을지 여부 같은 디테일이 중요한 게 아니고, 친박계의 반발 명분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당장 TK에서의 친박계의 도전을 제압할 대의를 챙겼다는 것만 해도 미래당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

물론 '탄핵의 강'을 건너려던 참에 일어난 이 상황이 100% 만족스럽거나 달가운 것은 아니다. 당장 중도보수와 무당파를 끌어들이려던 구상이 상당 부분 역풍을 맞을 것은 새 걱정거리다.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는 문제점으로는 친박의 각종 라인에서 대통합에 가담하는 것은 분명할 텐데, 그래도 공천 정리를 다시 요구하면서 잡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분란 가능성이다. 일종의 지분 배려로 몽니를 부리는 상황이 미래당의 상황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각론'이 분명 예측되고 있는 것.

이런 총론은 전직 대통령이 챙겨가고 각론 뒤치닥거리는 자신이 하게 되는 것이 '김형오 공관위원장 체제'로서는 아주 흔쾌할 리 없는 셈이다.

사실, 김 공관위원장으로서는 보수재건과 총선 전면전 구상을 맡아 대단히 어려운 과제를 끌고 온 공로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여러 난제를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을 잘 살리지 못하는 미래당의 어려운 상황은 비단 누구 하나가 잘 해서 해결될 과제는 아니었다. 황교안 미래당 대표가 선전했지만, 그것만으로 총선 전국 대책을 100% 마쳤다고 하기 어려운 점은 '여의도정치면에서는 신인'인 황 대표의 근원적 한계상 불가피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 공관위원장은 대의명분 확보와 실질적 경쟁력 등을 모두 적절히 조화할 수 있는 인사들을 추려내는 과정에 매달려 왔다. 속으로 '내가 다 일군 셈인데'라는 생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내심 반발심리를 품는 김형오 지지세력이 생기는 게 자연스러운 구도다.

김형오 미래당 공관위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시절 한 앵글에 담긴 사진. ⓒ 연합뉴스

물론 이 와중에는 편지가 막 발표된 시점 기준, 사실 가장 큰 숙제인 TK 반발 외엔 나름대로 꽤 농사를 완성해 놨다는 '실질적 문제'가 있다. 수도권이나 강원 등에서 공천 처리를 한 곳의 숫자 규모와 비중(중요성)을 따져보자. 친박 반발 가능성 정리 면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김진태 의원은 이미 편지 국면 전에 공천 확정을 받았고 등등의 이슈 면면들을 생각해 보면 된다.

더욱이, 김형오 공관위원장 체제의 행보 자체에 대한 잡음도 없지 않았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그가 가진 의지와 정치력에 대한 막강한 방증이기도 하다.

근래 김 공관위원장이 부산 울산 경남(PK) 공천에 앞서 최종적으로 핵심 뇌관의 정리 작업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중영도와 양산을 등이 발칵 뒤집혔다는 덤을 상기해 보자. 공관위는 4일 중영도와 서동에 대한 추가공모를 실시했다. '이언주 전략공천론을 조정하고 출구전략을 짜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자칫 '이언주 활용과 곽규택 명분론 모두를 버리는' 극약을 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즉 '김형오 키즈'에 해당하는 황보승희 전 시의원이 중영도에 공천을 추가 기회에 넣으면서 김형오 라인 챙기기 결과로 끝날 수도 있게 된 셈이기 때문에 이를 놓고 뒷말이 나돈다. 경남 양산을 공천 구도 역시, 홍준표 전 당대표가 나동연 전 양산시장과의 감정 대결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안갯속이다.

김 공관위원장이 100% '박근혜 만세'를 부르지 않는 사정은 대략 이렇다는 것. 이미 큰 그림 다 그려놓은 이로서의 달갑잖음과 자존심을 잘못 건드리는 이들이 나올 경우가 문제라는 추정은 그래서 유효하다. 실제로 그는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박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면서도 "우리 공관위원들도 그 뜻을 저버리지 않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엄정한 공천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일정한 온도차를 굳이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유영하 변호사 공천 문제 등에서 김 공관위원장이 그런 자기 색깔을 분명히 드러낼지 주목한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아 고생한 데다, 이번 옥중편지 발표에도 수고한 유 변호사는 4월 총선 출마 문제를 놓고 아직도 유보적(박 전 대통령의 뜻에 따르겠다는 것)인 상황이다. 

기자들의 유영하 검토 가능성 질문에 김 공관위원장이 "와이 낫?" 내지 "원론적으로 찬성이다. 열려있다" 등의 표현 대신, "그때 보겠다"면서 굳이 즉답을 피하는 인상을 남긴 것은 그런 맥락이다. 친박과 김형호 스타일간의 마리아주는 과연 어떻게 찾아지게 될까,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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