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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선거의 여왕? 영도발 나비효과에 '도그마 정치' 몰락 가능성

선공후사 편지정치 결단, 하지만 해석과 활용면에서 예기치 않은 폭풍 빚어낼 일말의 우려 존재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20.03.05 09:29:10

[프라임경제] 대단한 파급력이다. 대통령직 탄핵 수모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전횡을 방치한 죄로 옥중에서 침잠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세상에 내보낸 옥중편지를 놓고 정가는 요동쳤다. 여권은 경악했고, 진보라인 정당들도 날선 비판을 보탰다. 더 심각한 것은 보수 정계 인사들도 파장의 크기와 방향을 가늠하는 데 자신이 없어한다는 점이다.

친박 결집으로 미래통합당에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 줄 가능성부터, 오히려 ' 탄핵의 강'을 영영 건너지 못하게 될 부작용 등 다양한 이슈가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 거물들조차 원론적 메시지 이상을 내는 데 신중한 상황이다. 화끈한 활용법을 밤새 고민해 5일 아침 바로 내놓는다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도 다 해 놓은 농사에 공로를 차지하려는 박 전 대통령 측 움직임이 마냥 즐거울 리는 없다. 다만 어차피 TK의 집단 반발을 진압해 버리는 대단히 골치아픈 숙제 하나를 박 전 대통령에게 빚진 건 사실인 만큼 원칙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정도에서 충돌이나 잡음을 피하고 싶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대두된다.

표면상의 문제는 친박들의 지분 요구다. 다만, 이를 어떻게 여론이나 중앙당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해결하냐의 문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도 뒤따른다.

예를 들어,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그리고 인천에 둥지를 틀고 있는 윤상현 의원 문제를 비교해 보자. 홍 전 대표가 근래 김형오 체제에 각을 세우는 것은 유명하다. 고향에서 출마하는 것을 중앙당에서 제동을 걸자 양보안으로 양산을로 가서 '친노' 김두관 전 장관과 싸우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민주당 측 장수가 아닌 내부 발목잡기에 직면한 듯한 구도이기 때문. 나름대로 양보안이자 절충안으로 내놓은 이 양산이동 아이디어마저 거절당하면 탈당이라도 결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홍 전 대표 주변의 분석이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 역시 고향에서 출마하는 문제로 각을 세운 경우다.

윤상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오마쥬한 듯 "참 나쁜 공천"이라며 자신을 날린 중앙당 처사에 반발, 무소속 결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런데 이들의 정리 구도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 작용이 모두 똑같을까? 간단히 말해 홍 전 대표는 친박에 시달렸었다는 피해의식마저 있는 '비주류 인식'이 있어서 이 문제와 전혀 상관없이 독립변수로 자기 공천 여부의 불공평 문제를 풀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 전 대통령을 '누나'로 불렀다는 친박 윤상현 의원이 이번 옥중편지 효과와 자기 탈당 문제를 결부해 답을 내는 것은 당연히 홍 전 대표의 그것과 결이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친이에서 친박으로 변신을 거듭하면서(관점에 따라서는 여론에 순응하면서) 자기 능력으로 상당 부분, 계파 도움으로 상당 부분 자기 정치를 해왔다는 자부심이 있는 김 전 지사의 경우도 보자.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감으로 지목됐다 추락했지만, 다시 당 최고위원으로 부활했었다. 친박 돌격대처럼 강렬하게 뛰어서 호평과 관심도 모았었으나 오히려 친박 일각에서도 부담스럽다는 평이 돌았던 게 바로 2015년 무렵의 일. 불과 5년여 후인 지금, 그가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를 완전히 무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의원과 김 전 지사 모두가 능력이 출중하고 지역관리를 잘해 여태 헤쳐온 터이지만, 살짝 뉘앙스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추정이 따르는 것은 이런 여러 구도 때문.

그런 가운데 친박들이 이상한 문제를 들이대 분란을 만드는 것이 과연 100% 받아들여지겠는지는 두고 볼 문제라는 시각이 다수설은 아니나 나름대로 힘을 얻는 양상이다.

문제는 따로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친박의 지분 집착과 그 잡음이 아니라, 오히려 친박 처리와 또다른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짐짓 친박 정서와 이번 옥중편지의 정신을 활용하는 문제를 놓고 분란이 피어오를 가능성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TK보다 부산 지역구 정리 와중에 이런 '사달이 날'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는 것. 미래당 공관위는 중영도와 서동구 지역구들에 대한 추가공모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시끄러웠던 '이언주 전략공천론' 정리를 위한 게 아니냐는 풀이가 일견 나왔었다. 즉, 전진 4.0을 만들고 이끌다미래당 깃발 아래로 합류한 이언주 의원을 배려해야 한다는 시각(즉 반문재인 활동을 열렬히 해온 공로를 인정하자는 의견)이 '김형오 공관위원장 체제'의 의견이고, 곽규택 변호사 등 지역에서 이미 당을 위해 활동해 온 인사를 두고 전략공천은 어렵다(경선으로 공평히 해결보자)는 기류가 김무성 전 대표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공관위 쪽에서 출구전략을 세우는 차원에서 그런 추가공모 등 경선 구도를 형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이 자체가 '김형오 키즈'인 황보승희 전 시의원을 중영도에 공천하는 쪽으로 제3의 결론을 빚으려 하는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의혹이 대두되면서, 일은 복잡해지고 있다. '이언주도 곽규택도 버린다'는 '김형오 구상'에 지역의 불만이 폭발하게 되는 것. 

이런 경우, 이미 한때 친박 좌장이긴 했으나 친박에서 멀어진 김무성 전 대표 측에서 무슨 쓴소리를 강하게 던질지 분란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비단 여기만은 문제는 아니다. 거물이 나서는 게 아니라, 각종 군소 세력에서 나름대로의 백가쟁명식 논쟁 버젼들을 빚어내는 것만으로도 일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전국 지역구마다 잠복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다음에 윤상현 이슈, 김태호 이슈 등 겨우 해결 가능성이 크든 작든 열렸을 많은 문제들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TK의 물갈이 대의승복론마저도 좌초할 문제도 없지 않다.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친박 아닌 자 그 누구도 친박 정서 그리고 박 전 대통령 옥중편지의 해석과 정치적 활용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자칫 악용도 꾀할 수 있는) 좁은 틈이 열려 있는 셈이다. 이를 어떻게 봉합해 버릴 것인가 미래당에서는 멸사봉공의 자세로 모두 머리를 맞댈 필요가 그래서 부각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박 전 대통령이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평을 들으며 자기 장악력으로 '선거의 여왕'으로 군림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차단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정농단 파장으로 이 효과가 희석돼 버렸고, 그 결과 옥중편지는 과거와 다른 구도를 만들고 또 거기에 끌려가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오너십으로 여전히 당을 좌우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이번 편지 행동에 대한 진보측의 비판은 그래서 상당 부분 부정확하다.

오너십을 내려놓고, '도그마'를 만들고 띄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박 전 대통령도 처해 있는 것. 자칫 당을 위한 마지막 충정마저, 도그마 역풍으로 당을 망쳤다는 안타까움으로 흐를 수 있다는 얘기다. 누구도 자유스러울 수 없는 상황, 누구도 도그마 해석에 말을 보탤 수 있는 상황과 부산물들을 어떻게 최종적인 금덩어리로 모두 바꿔낼 것인가? 그 연금술을 해낼 어려운 과제가 미래당 모두에게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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