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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10년 끈 진퇴양난 대우건설 매각, 향후 방향 고심

10년 전 인수비용 대비 뚝 떨어진 지분가치…미뤄지는 쇄신 이끌 CTO 선임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3.06 08:22:43
[프라임경제] 지난해 4월, KDB산업은행은 대우건설(047040)에 대해 가치제고 후 매각 원칙을 내세우고, 이를 전담하는 자산관리회사(AMC) KDB인베스트먼트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이후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쇄신을 이끌 CTO(Chief Transformation Officer, 최고변화경영자) 선임도 이뤄지지 못한 채 실적개선은 오히려 떨어지면서 향후 방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10년 전 오늘인 2010년 3월6일은 전날인 5일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들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대우건설을 산업은행에 매각하는데 동의하면서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 날이다.

앞서 대우건설은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워크아웃에 돌입해 2001년 3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인수된 뒤 경영정상화에 성공했었다. 이후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될 당시에는 6조5599억원으로 시공능력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견실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금호그룹이 30%를 웃도는 고율의 현금배당을 받아가며 대우건설을 쥐어짜고, 2007년 7월에는 서울역 인근 랜드마크로 꼽히는 대우빌딩을 매각하기도 하는 등 대우건설의 보유자산 가치를 떨어뜨렸다.

금호그룹은 여기에 2008년 3월 대한통운 인수전에서도 대우건설을 투자자로 참여시켜 큰 손실을 안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견실한 기술력과 실적을 올리며 버티던 대우건설은 엉뚱하게도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2009년 6월 재매각 대상이 됐고,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들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단 간 밀고 당기는 과정을 겪은 뒤 10년 전 오늘인 2010년 3월 극적인 타결에 이르게 됐다.

이후 산업은행은 사모펀드(PEF)를 통해 약 3조2000억원을 투입해 주당 1만8000원에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인수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떠안은 뒤에도 상황은 크게 좋지 못했다. 대우빌딩 매각 등으로 보유 자산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 데다 주가도 계속해서 내려가, 대우건설의 주가는 지난 3월5일 기준 4295원을 기록했다. 2010년 인수 당시 주당 1만8000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시공능력평가순위도 전체 5위로 밀려났으며, 평가금액도 2019년 기준 9조931억원으로 1위를 달성했던 2006년에 비해 크게 늘지 못했다. 2006년 당시 2위와 3위였던 삼성물산(6조2530억원)과 현대건설(5조4820억원)은 각각 17조5152억원과 11조7372억원으로 크게 약진한 것과 비교된다.

2018년 매각 추진 당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호반건설이 제시한 인수금액은 1조6000억원(주당 7700원)으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을 매입한 당시 보다 크게 떨어졌다. 그런 상황임에도 결국 해외에서 발생한 부실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호반건설이 매입을 포기하게 됐다.

이후 산업은행은 '가치제고 후 매각' 원칙을 내세우고 2019년 4월25일 AMC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그해 7월 보유 지분 전량을 넘겨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을 관리하도록 했다.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선임된 이대현 대표는 출범기자간담회에서 강도 높은 구조혁신, 조직개편이라는 강경책과 수익창출에 대한 성과급 지급이라는 당근을 병행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운 바 있다.

이후 조직개편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대우건설이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 중 가장 핵심은 쇄신을 이끌 CTO 선임이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전략본부 등 회사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조직을 산하로 두고 있는 CTO자리가 반년 넘게 공석으로 남겨져 있으면서, 구조조정 등 핵심적인 변화가 늦춰지고 있다는 것.

KDB인베스트먼트는 당초 노조반발 등을 의식해 산업은행 출신이 아닌 건설업계에 정통한 인물을 CTO로 내세운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물 선임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 공석이 길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종철 KDB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이 내정돼 있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산은 PE실장을 역임하면서 대우건설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임했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대우건설 내부 사정에 밝고 대우건설이 포함된 'KDB인베스트먼트 제1호유한회사' 대표를 겸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2년 내에 매각을 목표로 한다던 KDB인베스트먼트의 야심찬 계획이 벌써 절반이라는 시간을 지나왔음에도 CTO 자리를 공석으로 두는 등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은 뼈아프다.

이러한 외풍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은 2020년 업계에서 가장 많은 3만4764가구를 분양할 예정이고, 국외에서는 국내 건설사 최초로 LNG 액화플랜트 원청사 지위를 획득한 '나이지리아 LNG Train 7'의 본계약이 1분기에 예정돼 있는 등 실적개선을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특히 베트남을 필두로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알려진 리츠사업도 대우건설이 기대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매각진행이라는 외부적 고민과 별개로 내부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우맨' 특유의 성향이 빛나고 있는 만큼, 이에 호응하는 KDB인베스트먼트의 외부전략에 대한 고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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