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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입법 오명' 기술보호법에 헌법소원, 삼성 '노조파괴' 맞물릴까

준법감시위 노조 문제 해결 정면 언급, 과거와 단절하면서 총체적 전략 변화 필요성 대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3.06 10:04:56

[프라임경제] 삼성그룹은 드디어 변할 것인가? 삼성그룹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킨 가운데, 그 활동 성과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5일 밤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의에서 준법감시위는 승계와 노조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달하기로 뜻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준법감시위 활동 자체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양형 협상용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이번 회의 결과처럼 '원청'인 그룹과 주요 계열사들에게 '하청'인 준법감시위가 '성역없는 문제제기를 실질적으로'하겠다고 통보를 하겠다고 나선 점은 대단히 의미가 있다.

돌아갈 다리를 끊고 일을 벌이겠다는 김지형 전 대법관(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그가 삼성 측이 제시한 준법감시위원장을 수락한 점부터 화제가 됐다)의 뜻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준법감시위가 공공연히 겨냥하기로 천명한 이슈들 중, 오너 일가와 연결되는 승계 파트보다 오히려 노조 문제가 더욱 강력하게 삼성을 뒤흔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점은 흥미롭다.

◆문건 걸려도 발뺌? 노조탄압, 프랑스에서 기소 망신

다만 이 같은 상황은 근래 거의 주목받지 못하면서도 꾸준히 전개되고 있는 노동 관련 사안들과 겹쳐볼 때 대단히 폭발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무의미한 지점이다. 

과거의 여러 문제들이 이번에 해결 노력을 만난 데다, 향후 강한 사회적 지적을 공개적으로 받는 일 등이 겹치면서 나비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 오히려 준법감시위가 솔직담백하게 과감한 일처리를 하는 게 그나마 우호적으로 상황을 끌고 나갈 수 있는 폭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삼성화재(000810) 등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에서 양대노총을 상급단체로 둔 노조가 출범한만큼 준법감시위의 노조 문제 해법 제시 각오는 이제 시기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노조파괴 공작과 관련한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삼성이 해당 사실을 부인하며 '물타기'를 시도했음을 겹쳐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담긴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했을 때도 삼성 측은 "내부검토용이다"라고 대응했고, 그 이후 다시 "삼성에서 만든 문건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런 준법감시위의 목표 제시는 분명 대단히 용기있고 의미있는 수술 선언이다. 

노조 문제는 삼성에게 '현재 진행형'이자 '글로벌'문제다. 2019년 여름, 삼성전자는 프랑스의 수사를 받은 끝에 결국 기소까지 됐다. 삼성전자 아시아 공장에서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거짓 홍보한 혐의다. 

유럽 수사기관이 삼성 노동환경 전반을 문제 삼아 기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며,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그간 제한된 지역에서 삼성이 받아온 노조탄압 논란이 선진국 사법체제에서도 용인하기 어려운 안건으로 떠올랐다는 의미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준법감시위의 쓴소리를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수용할지 주목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노조 문제 뿐만 아니라 노동 관련 비판 전반에까지 전향적 태도 변화를 할지 추가적인 주문과 기대감도 높아진다.

사진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갇혔다 풀려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반올림'은 이달 초 헌법재판소에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삼성전자 노동자 질병과 유해물질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긴 세월 대립했던 그 반올림이 맞다.

이 점에서 왜 우리는 삼성, 그리고 때마침 준법감시위가 노조 문제 개혁에 앞장 서겠다고 한 점을 연결해 볼 수 있다. 

◆노조 정리하고 노동자 보호까지 걸음 추가할지 촉각

지난해 국회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법은 본회의에서 여야 막론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그러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이슈는 결국 다시 사달이 나고 말았다. 국가핵심기술의 불법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렇게 압도적 처리가 된 건 물론, 일본과 무역갈등이 불거지던 때라는 시간적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국내 산업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이 부각됐던 것이다. 그러나 부수적으로는, 산업기술 유출보단 직업병 소송에 휘말린 특정기업을 옹호하기 위한 법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가핵심기술과의 관련성만 있으면 노동자의 건강권에 치명타를 주는 정보라도 해당 기업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특권을 줬다.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건강권 보호를 위한 공익적 목적의 정보공개도 3년 이하의 징역으로까지 의율한다고 했으니 대단히 위압적이다.

삼성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현장에서 사람들이 질병에 걸려 사망하는 등의 사고가 벌어져도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유해물질을 공개하기를 거부해 왔는데, 이를 공식적으로 보장하는 새 법이 통과됐던 것.

결국 노동계에서는 삼성의 청부입법이라는 불만을 터뜨렸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논의된 산자위 법안 심사소위의 당시 회의록을 보면 '삼성'이라는 표현이 적잖이 등장하였던 것. 급기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이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며 재개정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헌법소원을 반올림에서 낸 점은 박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이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결기와 따로 또 같이 이런 문제점을 겨냥한 움직임이다. 삼성의 그야말로 자체적인 변화는 아니더라도, 삼성에서 명망가들에게 일을 맡긴 준법감시위 출범 그리고 그 활동의 호시우행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노조와 노동 전반의 과거 그림자를 지워내고 발전과 보호를 오히려 선도하는 삼성으로까지 변할 수 있을지, 준법감시위의 향후 활동과 제안 그리고 그룹의 수용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관전하는 이들은 그래서 적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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