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나의 美친 디자인] 브랜드 헤리티지와 '진솔한 스토리'의 힘

2020-03-08 13:27:15

[프라임경제] 서울 후암동에서 클라이언트 미팅을 마치고, 그 부근 예전에 방문했던 함박스테이크 집을 찾았다. 다녀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그 가게는 없었다. 사장은 그대로였지만, 종목이 일본라멘으로 바뀌어 있었다. 들어갈까 잠시 고민하다 결국 옆에 있는 햄버거 가게로 발길을 돌렸다.

요즘 이런 광경을 심심찮게 본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된 식당이 몇 달 후엔 새 간판을 내걸고 비슷한 인테리어에 종목만 바뀌어 운영되고 있는 모습.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의아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2층에 마련된 역사관. 아모레가 걸어온 길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 최예나

성공적 브랜드들, 특히 잘나가는 외식업을 보면 모두 그만의 히스토리가 있다. 창업주가 어떻게 회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부터 제품 및 서비스가 나오기까지의 이야기, 한때 눈물겹게 어려웠던 시절과 그때를 극복해 탄생한 눈부신 성공신화. 책으로도 집필 가능한 그들만의 이야기는 재미와 감동을 준다. 그 히스토리를 배경으로 고유한 문화와 성격이 탄생하고, 또 그 브랜드는 그 장점을 내세워 또 다른 브랜드를 확장해 나간다.

◆'친근'을 발판 삼아 '특별한 의미'로

얼마 전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갔다. 2층 아모레퍼시픽 역사관을 들렀다. 창업주의 어머니로부터 시작된 사업을 고 서성환 회장이 이어간 스토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각 시대에 어떤 상품을 내놓았는지, 또 어떻게 광고를 진행했고, 그 당시 하이틴 광고 모델들의 모습, 지금으로선 다소 촌스럽게도 여길 수도 있지만, 그때엔 유행을 불러일으켰던 메이크업 스타일과 복장 등 흥미진진한 역사가 보기 좋게 잘 정리돼 있었다. 화장품 선물세트 포장지로 쓰였던 복고풍 패턴을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한 친절한 코너도 있었다.

브랜드의 헤리티지, 즉 고유한 브랜드 스토리의 좋은 사례다.

▲가방 덮게 밑, 코코샤넬이 러브레터를 숨겨뒀다는 공간. = 최예나

필자의 한 지인이 동생을 대신해 혼수 준비를 할 때였다. 필자는 지인과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던 중 샤넬숍에 들어갔다. 비싼 가격 때문에 고민 중이던 우리를 보고 판매원이 다가왔다.

“이 가방은 보통의 가방의 용도에서 더 나아가, 코코샤넬의 의도가 한 땀 한 땀 실린 가방”이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가운데 있는 주머니는 코코샤넬이 립스틱을 수시로 바르기 위해 만들어 둔 공간이고, 가방 덮게 쪽 얇은 주머니는 코코샤넬이 러브레터를 숨기기 위해 만든 비밀 주머니라는 달콤하고 동화 같은 이야기들을 전했다.

아주 대단한 여성 코코샤넬인 것만 같았는데, 설명을 듣다보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지냈던 보통의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친근해진 것이다.

▲코코샤넬이 립스틱을 넣어두기 위해 만들었다는 주머니. 샤넬 로고 밑에 있다. = 최예나

하지만, 그 날 이후 샤넬이라는 브랜드와 제품들이 좀 달리 보였다. 친근감을 넘어 뭔가 있어 보였다. 가방 속 다양한 주머니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음을 새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디자인의 용도에 스며있는 창의적 디자인에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무엇 하나 그냥 만들어진 것이 없고 하나하나 의미가 담겨 있는, 그 매력에 매료되어 줄을 서서 해당 브랜드를 구매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헤리티지와 스토리의 힘이었다.

◆그들만의 유일한 스토리, 충성고객 끄는 힘

현존하는 유명 브랜드나 명품 브랜드들은 모두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만의 고유하고 유일한 스토리를 통해 고객을 사로잡고 또 충성 고객으로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신생 브랜드는? 꼭 수십 년 된 것들만 역사성을 갖는 걸까?

필자의 클라이언트 중 주얼리 사업을 하는 이가 있다. 그는 B2B 비지니스만 하다 B2C 쪽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워낙 꼼꼼한 스타일이라 브랜딩 초기 작업부터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는데, 브랜드 스토리가 약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우리는 이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까 고심했고, 결국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브랜드의 스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오프라인 부티크의 인테리어가 완성되는 세세한 과정 △브랜드의 고유 컬러를 정하기까지 했던 수만은 고민들 △색상을 선정한 이유 △직원들과 철야하며 매장을 정리정돈 했던 시간들 △이 과정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에피소드 △주얼리 디자인을 스케치하는 과정 △실수를 통해 배운 점 등. 완벽한 '넘사벽' 기업의 모습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고 친근한 스토리들을 매우 디테일하게 고객들에게 알렸다. 

이러한 소통 전략은 '신뢰'를 가져다줬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스타일과 잘 어우러지면서 론칭 이전부터 브랜드의 열성팬이 생길 정도로 성공적 결과를 보였다. 밀레니얼 세대의 '친하게 함께하는 참여 욕구'와 잘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 장기화가 심히 걱정되는 시절이다.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한번쯤 숨고르기를 크게 하고, 저마다 '브랜드 챙기기'를 다시금 해보는 건 어떨까. 점검, 개선, 수정 등을 통해 나만의 정체성을 다시금 찾고, 고객과의 신뢰와 친근을 다지는 브랜딩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 보는 것. 아울러 역사성을 강조하면서 유일한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는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이 귀한 작업은 조그만 것의 기록에서부터 시작한다. 작은 것들이 모이면 그 끝은, 새 기회와 창대함을 선사할 것이다. 


비포브랜드(B for Brand) 대표 / 한국체육지도자연맹 자문위원 / 동대문여성개발인력센터 자문 / 스포츠마케팅 어워드 심사위원 /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시카고 미술대학 비주얼커뮤니케이션과)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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