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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상용화 언제?

'타미플루' 길리어드 비롯해 국내 15개사 "치료제 개발 착수 · 준비중"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0.03.09 19:43:25
[프라임경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국내외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신종플루 당시 치료에 효과를 보인 타미플루를 개발한 길리어드 사이언스부터 다국적 제약사들의 (코로나19)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 또한 백신 개발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임상 및 바이러스 변이 등 기술적 문제가 남아 있어 백신 개발은 시간과 투자비용의 싸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타미플루 만든 길리어드 사이언스, 이번에도?  

전세계 코로나19 감염자가 9만여명을 넘어선 가운데 다국적제약사들이 코로나19로 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먼저 타미플루를 만든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코로나19 환자 치료제 후보물질 렘데시비르 임상3상 시험에 착수한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코로나19로 진단받은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remdesivir)의 효능과 안전성 연구를 위한 두 건의 3상 임상시험에 착수한다고 지난 달 26일(현지시각) 밝혔다.

모더나가 매사추세츠 노르우드의 제조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시료를 메릴랜드 베데스다에 있는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에 전달했다. ⓒ 연합뉴스


같은 날 중소 업체인 노바백스(Novavax)도 지난 달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진전이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중소 바이오 업체인 모더나(Moderna) 또한 임상 시험용 백신을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로 보내며 백신 개발에 합류했음을 전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제약사 모더나가 매사추세츠 노르우드의 제조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시료를 메릴랜드 베데스다에 있는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에 전달했다고 보도한 것. 

이외에도 영국의 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중국 생명공학기업 클로버 바이오파머수티컬과 손잡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섰고, 존슨앤존슨(J&J)과 사노피 등을 포함해 세계 각국 최소 10여개 이상 다국적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GSK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백신개발 고도화를 목표로 4개의 코로나 관련 프로젝트에 펀딩을 진행 중이다. 퀸즐랜드 대학교(호주), 모더나 테라퓨틱스(미국), 이노비오 파마슈티컬스(미국), 큐어백(독일)에서 개발을 진행한다.

이들 기업이 코로나19 백신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24일(현지시각) WHO 관계자들은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레뎀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에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WHO의 발언에 이날 길리어드 주가는 4.6%가 뛰며 2018년 10월 이후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모더나(Moderna) 또한 주가가 이틀간 56% 뛰었고, 노바백스도 보도자료를 낸 후 주가가 15.97%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플루 당시 중소 제약사였던 길리어드가 타미플루를 통해 초대형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사례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제약사에 대한 투자판단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편, 1987년 작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길리어드는 지난 1996년 개발한 타미플루가 2009년 신종플루 당시 효과적인 치료제로 인정받으면서 시가총액 1015억달러(약 122조원)의 초대형 제약사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5개사, 예방 백신·치료제 개발 착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과 정부기관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자체 조사 결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5개사가 코로나19 예방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거나 준비 중이라고 9일 밝혔다. 또 4곳의 정부기관도 자체적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GC녹십자(006280)는 이날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 국책 과제 공모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전자현미경 사진. ⓒ 질병관리본부


GC녹십자가 목암생명과학연구소와 함께 지원한 이번 정부 개발 과제는 '합성항원 기반 코로나19 서브유닛 백신 후보물질 개발'과 '2019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치료용 단일클론 항체 비임상 후보물질 발굴'이다.

백신개발은 서브유닛 방식이며,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에 발현하는 단백질 중에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대량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서브유닛 백신은 바이러스나 세균 등을 활용한 약독화 백신과 달리 단백질을 활용해 안전성이 확보된 백신이다. 백신의 효력을 높이기 위해 면역증강제를 함께 사용할 계획이다.

예방백신과 함께 치료제는 확진자의 혈액에서 B세포(항체를 만드는 세포)를 분리해 코로나19의 치료용 항체 후보물질을 발굴한다. 이후, 재조합기술을 활용해 단일클론항체치료제 개발에 돌입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목암생명과학연구소가 유전재자조합 기술과 단일클론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플랫폼 기술을 갖추고 있는 만큼 확진자의 혈액으로부터 효력이 좋은 항체서열을 확보해 치료제 개발을 서두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현아 GC녹십자 종합연구소장은 "기존의 다양한 백신과 유전자재조합 치료제 개발을 통한 축적된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효과적인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젠도 국제백신연구소와 연구용역 계약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지플러스생명과학과 보령바이오파마, SK바이오파마도 백신 개발을 준비 중이다. 

치료제의 경우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하거나, 기존에 출시했던 의약품에서 코로나19에 효능이 있는지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셀트리온(068270)을 비롯해 △한국유나이티드제약(033270) △셀리버리(288600) △노바셀테크놀로지 △이뮨메드 △유틸렉스(263050) △지노믹트리(228760) △카이노스메드(220250) △코미팜(041960) △젬백스앤카엘 등 10개사가 준비한다.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해 국내 정부기관과 연구소, 제약사 등이 힘을 결집하는 민관협력 모델도 활성화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방역에 필요한 신속진단제와 백신, 치료제 개발을 위해 최근 8개 연구 과제를 공고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국내 다양한 연구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백신과 치료제의 신속한 개발 등 의약주권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제약바이오산업계의 연구개발 역량에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는 민관협력을 바탕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 비용 3조원…"관건은 투자비용·시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축적된 연구량이 많지 않아 백신·치료제 개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변이가 이뤄질 경우 수익금 회수와 관련된 문제도 백신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통상 신약을 개발할 때는 활용 가능한 물질을 발굴,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등을 거쳐 보건 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에 이르기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코로나19의 경우는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백신과 전용치료제로의 개발도 이제 첫발을 뗀 단계다.

또한 백신개발에 따른 투자금 회수와 수익성 문제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일 수 있어, 결국 신종플루에 이어 이번 코로나19 백신 역시 수조 원 단위 투자가 가능한 다국적제약사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실제 사스 백신을 개발한다던 국내 모기업은 사스 유행이 잦아들자 슬그머니 개발을 중단했고, 메르스 백신 개발도 현재진행형이다. 백신 개발에 필요한 투자가 부족하다보니 연구자 차원의 기약 없는 연구만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정부의 투자금액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해 한화 9조8900억원(83억달러)을 투입한다. 토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미 의회가 합의한 83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긴급 예산안에 서명했다. 이는 같은 날 6일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R&D에 50억원을 투입하는 긴급 대응연구에 약 2000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한 지난 6일(현지시각) 영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검사 개선에 4600만파운드(약 700억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국제 백신개발 기관인 세피CEPI)에 따르면,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드는 비용은 약 3조원 가량이다. 이처럼 막대한 개발 비용은 국내 대기업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의욕을 보이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이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면 약효가 들지 않기 때문에 개발한 백신이 무용지물이 된다"며 "국내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비용 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지만, 매출 1조원 조차 진입하기 힘든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여가며 백신 개발에 나서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 개발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 시간과 투자비용에 따라 백신 개발의 성패가 갈린다.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한 다국적 제약사 중심으로 백신 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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