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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마스크 대란에 말 바꾸는 정부

"면 마스크도 괜찮다?" 계속 달라지는 마스크 사용 기준

김다이 기자 | kde@newsprime.co.kr | 2020.03.09 18:49:06

[프라임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마스크 대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가 일관적이지 않은 대응책들을 내놔,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9일 청와대는 코로나19 마스크 사용 기준을 변경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준 변경을 이유로 지금까지 사용해오던 보건용 마스크를 면 마스크로 대체하겠다는 것.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29일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했을 때 'KF94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 사용을 권장했다. 

그러나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로 1월 말부터 2월까지 대량의 마스크가 중국 등 해외로 빠져 나갔고, 마스크 사재기와 매점매석이 버젓이 이뤄졌다.

마스크 대란의 초석을 정부가 놓았다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이후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들어선 가운데 마스크 공급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뒤늦게 정부는 수출제한 등 여러 대안을 내놓기 바빴다.

지난 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정부가 내놓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에선 1인당 주 2개의 마스크 구매를 기준으로 하는 '마스크 5부제'가 공개됐다. 태어난 연도에 따라 지정된 요일에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여론은 들끓었다. 일회용 마스크의 재사용이 불안하다던 정부가 이제는 일주일에 마스크 두 장으로 버티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달 4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천이나 면으로 된 마스크는 제약이 있다"며 보건용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재사용을 금했다. 

당연하게도 마스크 수급에 지속적인 차질이 벌어지는 까닭에 사용량을 줄이자는 방침이다.

두 장으로 일주일을 버티라던 정부의 말 바꾸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거나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 사용 자제하라"고 말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면 마스크 착용과 일회용 마스크의 재사용을 요청했다.

코로나19의 예방수칙으로 'KF94 등급' 이상의 일회용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를 강조해 온 정부가 이제는 국민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제한하고 나선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가 정의한 코로나19는 '신종감염병 증후군'에 포함돼 1급 감염병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사람의 침이 호흡기를 통해 침투했을 때 전염성이 나타난다. 식약처와 복지부의 설명이 이러한데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다가 감염될 경우 청와대는 이 국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이제 의문은 '건강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포기'한 마스크가 어디로 가는가로 향한다. 질본의 예방수칙과 청와대, 국무총리의 예방수칙이 전부 다르지만, 갈수록 개인 방역의 포기를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내가 사용하지 못하게 된 마스크가 얼마나 올바른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또한 인지상정상 이렇게까지 해서 정부가 국민들에게 마스크를 포기하도록 만들었다면, 과학적이고 설득력을 갖춘 방역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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