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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치킨게임' 유가 폭락…원유 'DLS' 원금 손실 '비상'

'감산 합의' 실패, 주요상품 이미 knock-in 진입 '가격 회복 관건'

염재인 기자 | yji2@newsprime.co.kr | 2020.03.10 17:21:23
[프라임경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치킨게임에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 유가 급락에 주요 원유 DLS 상품이 원금 손실 발생 구간(knock-in, 녹인)에 진입하고 있어 국제유가 반등이 중요해진 시점이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20% 넘게 폭락하면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상품들이 원금 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했다. 향후 유가 반등이 어려울 경우 원유 DLS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 연합뉴스


9일(현지 시각) 국제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유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감산 결렬 등으로 20% 이상 폭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대비 배럴당 24.58%(10.15달러) 추락한 31.13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 걸프전 당시 1991년 이후 최대치다. 런던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북해산 브렌트(BRENT)유도 배럴당 24.10%(10.91달러) 급락한 34.36달러로 장을 종료했다. 

이에 따라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가 '녹인'에 진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DLS는 주가, 원자재, 금리, 신용, 주식 등 다양한 자산을 기초로 하는데 국내에서 기초자산으로 많이 쓰이는 것 중 하나가 국제유가다. 

원유 DLS는 유가가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해당 구간을 벗어나게 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이 약정된 구간을 '녹인'이라고 말한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대개 가입 당시 유가의 45~50% 선, 예를 들어 지난해 WTI가 고점을 찍었던 4월23일 가격인 66.30달러였을 때 가입했다면 '녹인'은 약 30~33달러다. 

보통 DLS는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가격의 70~80% 이상이면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지만, 한 번이라도 '녹인'에 진입하면 만기 때 최종 가격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만기 시점에 다시 70~80% 가격 수준을 회복하면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유가는 지난해 대체로 약세였기 때문에 최근 하락으로 인한 문제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23일 등 유가가 고점일 때 발행된 DLS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지난해 4월 발행된 원유 DLS는 △삼성증권2570 △한화스마트649 △한국투자증권트루1406 등으로 이 상품들은 WTI 29달에서 33달러, 브렌트유 33달러에서 37달러 아래로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삼성증권2570 DLS의 경우 지난 9일 기준으로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녹인 접근도는 101.04%, BRENT는 102.64%다. 녹인 접근도는 '녹인' 가격까지 접근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100%가 되면 녹인이다. 

접근도 100%를 넘었다는 것은 이미 '녹인'에 진입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상품의 녹인 예상가격은 WTI 31.49달러, BRENT 35.39달러다. 

한화스마트649의 경우도 WTI 기초자산 상품의 녹인 접근도는 106.09%, BRENT는 107.77%로 녹인 예상가격은 각각 33.15달러, 37.26달러다. 이 밖에 한국투자증권트루1406 역시 WTI와 BRENT 기초자산 상품의 녹인 접근도는 각각 106.09%, 107.77%였으며, 녹인 예상가격은 각각 33.15달러, 37.26달러였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녹인' 레벨이 45%인 미상환잔액은 1594억2000만원, 50%인 미상환잔액은 3715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BRENT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녹인' 레벨이 45%인 미상환잔액은 921억2000만원, 50%인 미상환잔액은 2751억4000만원이다. 

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이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논의했던 감산 논의가 틀어진 상황에서 이전 국제유가가 급락했을 때와 달리, 반등할 가능성이 낮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OPEC+ 총회에서 추가 감산 결렬과 사우디의 치킨게임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락했다"며 "하지만 2015년에서 2016년 국제유가 급락 구간과는 달리 국제유가 반등 모멘텀이 더딜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유가는 지난 20년간 최저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국제유가 하방은 어느 정도 지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OPEC+ 총회 협상 결렬로 오는 3월 말 종료되는 현행 감산도 연장되지 못했다"며 "3월 중 긴급 회담이 개최돼 감산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4월부터 OPEC+ 참여국들은 산유량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하단은 WTI 기준 2016년 2월 저점인 배럴당 26달러까지는 열어둬야 한다"며 "최근 협상 결렬을 반영해 올해 상반기 국제유가(WTI) 전망치는 기존 54달러에서 47달러로 하향 조정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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