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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에 '인간선언' 요구, '이건희 유고' 고려시 명분과 실익은?

준법감시위 선제적 예방접종 통해 부담 경감, 이부진 등 부각 막고 JY 몰아주기 포석 의미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3.11 17:51:04

[프라임경제] 2차 대전 이후 일본에 주둔한 맥아더 사령부는 일왕의 처벌을 면제하는 대신, '인간선언'을 하도록 요구했다. 신의 자손이자 전쟁 기간 내내 일본인들의 구심점이었던 일왕이 거구의 미국 장군 옆에서 다소곳하다 못해 초라한 포즈로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일본의 전시군국주의는 금이 갈 수밖에 없었다.

3월11일은 삼성그룹 역사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장이 열린 날이다. 오너 일가와 계열사들이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의 그간 모든 문제들은 대개 오너 일가의 승계 보장 문제를 위한 무리수였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 무노조 경영 등 삼성의 고질적인 반사회적 노동관 역시 대개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삼성 창업주부터 3세까지의 존영. ⓒ 삼성그룹

그 외 사회와의 소통 실패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됐지만 이날 발표는 '노동과 승계' 그간 삼성이 해결하지 못해온, 아니 해결을 하고 싶지 않았던 양대 문제를 모두 건드리는 과감한 '직언' 더 나아가 두 이슈의 해결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극약 처방'을 사실상 한 것이라는 풀이가 일단 나온다.

특히 준법감시위는 고질적인 삼성의 오너 일가 보위 문화 적나라하게는 결사 옹위 문화에 대해서도 오금을 박았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위 문제들의 해결 및 재발 방지를 국민들 앞에 약속하라는 이행 절차에 대해서도 주문을 해놓은 것이다.  

이는 그간 삼성이 매번 사장단 등 임직원들을 방패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과감히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 일각에서는 각종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 재판마다 정교하게 나타나는 오너 일가 대타들의 존재에 대단한 불만을 표해왔다는 것.

이번에 노동 이슈와 승계 논란 등을 모두 전향적으로 해결하라는 준법감시위의 지적을 수용할 경우, 삼성에 대한 국민적 여론 개선과 신뢰도 제고는 분명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 대한 호감과 신뢰가 이미 높은 터라 괄목할 만한 성장이라고까지 하긴 어렵겠으나, 분명 '존경받는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까지 시프트가 이뤄질 정도의 이미있는 진전은 가능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 이병철 창업회장 및 건강상 이유로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한 이건희 2대 회장,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황에서 국민들 중 상당수가 승계 무리수를 비판한다. 이 부회장이 창업주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풀이가 정설인 반노조 정서를 혼자 일거에 날려버리는 것이 가능할지 회의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또한 동시에 그 체제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동정론에 손을 들어주는 적잖은 국민들이 존재하는 상황이 병존한다. 이런 터에 위와 같은 논의는 대단히 큰 무형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 준법감시위가 삼성 측에 제안한 이 같은 손자 JY가 이병철 시대의 과오를 인정하는 수준으로까지, 일견 치욕적인 '인간선언'을 요청한 점이 레토릭에 해당한다는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다.

삼성 측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짰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과거엔 복잡한 순환출자 형식을 구사했으나, 사실상 지주회사 체계를 활용하는 쪽으로 재편한 셈이다.

지난 2019년 10월 말 기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17.23%의 지분을 가진 JY.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까지 시선을 넓혀 보면 지분은 33.23%다. 우호주주 KCC지분은 8.97%다.

사실상 이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JY가 장악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및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전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한다.

다만 여기에도 문제가 없지 않으니, 이건희 2대 회장의 변고 가능성이다. 이 회장 주식 가치는 금년 초 대단히 큰 수준으로 평가된 바 있다. 1월 초 기준 17조3000억원선으로 2011년 8월과 비교하면 심지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회장 주식 재산은 2012년 10조원대라는 가공할 액수에서, 2015년 천문학적 재산 규모인 17조원대로 늘었다. 2016년 6월말 11조원대로 잠시 하락했으나 2018년 초 20조원대를 넘기도 했다.

지금 국민연금을 우회하고 국정농단 실세의 손까지 빌리는 식으로, 즉 국정농단 사건에 피해자 혹은 잠재적 라이더로까지 등장하면서 무리수를 둘 정도로 삼성 많은 직원들이 애면글면 이 부회장을 위해 노력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틀은 이미 정권 자체가 무너질 정도로 거셌던 파장 속에서 널리 드러났고, 정상적인 상황에서 부친의 저러한 막대한 자산을 상속 관련 세금 부담을 감수하면서 받아낼 재간은 천하의 삼성 3세들에게도 녹록하지 않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인간선언을 통해 차라리 국민적 사랑을 획득하고, 느슨한 연합구조로 운영해야 할 정당성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및 이서현씨 등 동생들에게도 요구하는 게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너무 메마르게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니더라도, 이번 인간선언은 삼성이 그간 오래 시달려온 각종 견제구에서 벗어나고, 개혁적이고 참신한 기업이자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과 먹거리, 일자리 등을 두루 책임지는 4번 타자로서 자리매김을 한다는 점에서 우수한 홍보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진다. 

4번 타자로서'만' 역할을 한정한다는 점에서 오너 일가의 부담이나 상실감이 없지 않겠으나 이 조율은 이제 사회적 문제로 커진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전향적 결단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대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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