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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위 삼성생명 '입원비 지급' 둘러싼 또 다른 얼굴

 

이지운 기자 | jwn@newsprime.co.kr | 2020.03.11 11:40:12
[프라임경제] #'약관의 해석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고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서는 아니되며,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합니다' - 삼성생명 약관 5조

'강자와 약자' 불행하게도 이 둘의 관계에서 아직까지 개인의 힘은 후자인 약자에 속한다. 몸도 마음도 치유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 속,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지 못한 약관'은 암 환자들을 언제 끝날지 모를 긴 싸움으로 몰아넣었다. 상대는 창과 방패로 온몸을 무장한 삼성생명이다.  

기업과 개인의 다툼은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불리한 싸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 불투명한 미래보장이라는 보험파트는 이러한 분쟁이 끊이지 않는 험지다. 때문에 최근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보험)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암담한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간다. 

삼성생명의 암환자들에 대한 입장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 긴 싸움의 핵심은 '입원비 지급'이다. 삼성생명 암 보험 약관에는 암 직접치료를 목적으로 한 입원에 한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어떤 치료가 암의 직접치료인지를 알리는 구체적 사항이 없다.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한다'는 것이 명시돼 있음에도, 삼성생명은 모호한 약관을 이유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방사선 치료 등을 받는 등의 의료행위는 직접치료가 아니라며 입원비 지급을 거부했다. 직접치료를 의사가 아닌 고객에게 묻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보험사와 고객의 기나긴 싸움에 금융감독원이 중재에 나서 △말기 암 환자의 입원 △집중 항암치료 중 입원 △암 수술 직후 입원 등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지만 삼성생명은 버티기로 맞섰다.  감독기관의 권고마저 무시할 수 있는 힘이 이들에겐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은 생명보험사 사장단 자율결의에 참여해 소비자 신뢰 회복에 대해 뜻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엔 암 보험 피해자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면서까지 긴 싸움을 이어가는 업계 1위 삼성생명의 또 다른 얼굴이 있다. 

"싸움이 장기화 될수록 지쳐가는 건 개인입니다. 보험사는 절대 손해볼 것이 없죠. 하지만 개인은 긴 싸움으로 일상의 평범함 조차 잃어버리 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보험사는 그걸 노리는 겁니다." 취재 중 만난 손해사정사의 말이다.

현재 생보사는 실적 악화의 늪에 빠졌다. 고객은 회사의 주머니를 뒤져 돈을 갈취하는 불량배가 아니다. 고객을 이겨야 하는 적으로만 바라본다면 향후엔 생존 자체를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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