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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마스크 사재기' 강원랜드, 안 쓸 거라면 대구에 보내는 게…

언제까지 휴장할지도 모르는 판에 곳간에 쌓인 마스크, 이유가 뭘까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20.03.12 09:22:20
[프라임경제] 코로나19의 발병이후 마스크와 사망자가 메인 뉴스의 주어로 자리 잡은지 3개월에 접어든 시점에서 강원랜드(대표 문태곤)의 마스크 사재기 소식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임시휴장을 연장해도 모자랄판에 곳간을 채워둔 마스크가 무슨 소용인 것인지 공감하기 어렵다. 그걸 지켜보는 정부도 답답하다. 국민들에게 일주일에 살 수 있는 '두 장'의 마스크도 당장 필요한 사람을 위해 양보해 달라고 말하기전에 강원랜드 곳간에 쌓인 마스크부터 필요한 곳에 보내야 한다.

10일, 김규환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강원랜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월31일 이후 강원랜드가 매입한 마스크는 총 13만360개에 달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1만장은 강원랜드가 휴장을 결정한 2월23일 이후(26일) 구매했다. 같은 날 국회는 코로나 3법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노인과 어린이, 임산부 등 감염취약계층에 마스크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들어있다. 

정부는 이 날부터 마스크 생산업자가 하루 생산량의 50%를 공적 판매처에 출고하도록 강제하기 시작했다. 마스크사재기가 빈번하자 시중 마스크 가격은 한장에 5천원을 호가했다. 국가적 재난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불량업자들을 보고만 있다는 지적은 넘쳐났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마스크 대란에 여론이 정부의 무능을 향하자 행정력을 동원하기 시작한 것으로 다음날부터 국민들은 1인당 5장의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 됐지만, 이 조차도 물량의 부족으로 순조롭지 못했다.

또한 이 날 식약처는 KF94등급의 마스크를 매일 새것으로 사용해야 한다던 질병관리본부의 예방지침을 뒤집고 '오염이 적은 본인이 사용한 마스크라면 재사용 해도 된다'는 권고를 내놓았다. 한 번 사용한 마스크에 열을 가하고 소독약을 뿌리면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정보도 떠돌았다.

재난영화의 한 장면처럼 마스크의 극심한 부족이 현실화 된 '그 날' 임시 휴장을 늘리기로 한 강원랜드는 '1만장'의 마스크를 추가로 사들인 것이다. 

그런데 1월부터 12만개 이상의 마스크를 사들인 강원랜드가 실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한 시점은 2월21일이다. 강원랜드 카지노는 일요일인 23일 새벽까지 영업을 마친 뒤 임시휴장에 돌입했다. 열흘 뒤인 3월2일부터는 협력업체도 휴업을 시작했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호텔이나 리조트처럼 고객 대면 직원들에게도 21일 이후부터 지급하기 시작했다"며 "회사에서 받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한건 일주일 정도"라고 말했다. 

즉 강원랜드가 의무화 이후 수천명의 직원에게 매일 지급했다 하더라도 아직 수만장의 마스크가 곳간에 쌓여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 사이 강원랜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피해자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 2일 특별 사회공헌위원회를 개최한 강원랜드는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의 감염병 확산방지와 자가격리자들의 안정적인 회복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성금을 기탁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성금은 마스크 및 손소독제 구입이 어려운 대구지역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방역용품을 보급해 전염병을 예방하고,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 의료진을 위한 방역키트, 자가격리자를 위한 생필품키트 구입에 쓰인다.

또 4일부터 정선 고한읍과 태백에 방역도움센터를 설치하고 압축분무 방역기 20대, 손소독제 6000여개를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소규모 식당과 방역취약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소독액을 포함한 소독방역기, 방진복, 살균소독액 등의 방역용품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하지만, 어디에도 마스크를 내놓았다는 설명은 없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본지에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은 카지노 고객을 위해 2300개, 폐광지역 지역방역센터에 7000개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폐광지역 지역방역센터는 전술한 방역도움센터로, 이곳에 제공된 마스크는 방역작업에 동원된 인력에게만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랜드 설립근거가 됐던 폐광지역의 일반 국민들에게 지급한 것이 아니라 자사가 운영하는 사회공헌사업의 현장 투입 인력을 위해 제공한 것과 다름없다. 

앞서 정부는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기로 했고, 11일 원단의 공급·중개업체 10여곳에 압수수색을 벌였다.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매점매석행위의 단속기간도 6월말까지로 늘렸다. 

하지만 정부는 마스크 부족사태를 겪는 동안 휴업중인 공기업이 '사재기'를 하더라도 어떠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바 없다. 강원랜드는 마스크를 쌓아두고 있었고 그 사실이 드러났지만 어떠한 조치의 계획조차 잡힌 바 없다.

들리는 얘기로는 보도 이후 강원랜드가 마스크 수만장을 일반 국민에게 지급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허나 이 또한 확정되지 않았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마스크 쓰지 말라'는 권고는 휴장중에도 1만장의 마스크를 매입한 강원랜드로 인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나아가 코로나19의 확산은 강원랜드의 실적 부진을 예고한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지노 휴장의 종료는 예측하기 조차 어렵다. 당연하게도 전파 속도가 유지될수록 실적은 곤두박질 치게 된다. 이제 진심을 담아 문태곤 강원랜드 사장에게 묻고 싶다. 아직도 마스크가 그렇게 아까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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