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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와 오너리스크방지법

법조 막장극 주연이 또 다시 가맹본부 계열사 임원이라니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20.03.18 10:26:16
[프라임경제] 오늘 다룰 이야기는 돈과 사법권력이 얽혀 가맹점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이야기입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에 관한 사건을 지금의 눈으로 다시 봅니다.   

2017년 1월13일,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뒤 호송차에 오르는 모습. ⓒ 연합뉴스.


법과 질서를 돈으로 계산했던 정 전 대표의 성공신화는,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Edward Lorenz)가 처음 기상 예측 모델 연구이론에서 사용을 시작해 경제학과 사회학을 아우르는 하나의 테제가 된 '나비효과'처럼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역사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1966년생인 정 전 대표는 2000년대 초, 더페이스샵의 성공신화로 화장품업계에선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인물이었습니다. 중저가 로드숍 브랜드로 출발한 더페이스샵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화장품시장에서 승승장구했습니다. 

그 배경으로는 당시 시대의 트렌드였던 '웰빙'에서 나온 '자연주의'를 표방한 것과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배우 권상우씨를 모델로 발탁한것이 주요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더페이스샵은 권씨의 광고를 사진전으로 기획해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중저가 화장품과 남성 유명 연예인의 굿즈(Goods)를 증정하는 마케팅을 종종 펼친바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인 국가대표 축구선수 안정환씨 등, 남성화장품 제품 광고에 남성이 등장한적은 여러차례 있었지만, 화장품 전반을 아우르는 브랜드의 광고에 남성미가 강한 배우를 사용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정 전 대표가 성공적인 마케팅전략가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2006년 정 전 대표는 더페이스샵 지분 70%를 사모펀드(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하며 "어피니티가 더페이스샵을 재매각하기 전까지 동종 업계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화장품 시장에서 물러납니다. 그리고 2009년 더페이스샵이 LG생활건강에 전격 매각되자 2010년 3월 네이처리퍼블릭 지분 100%를 인수하며 네이처리퍼블릭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복귀합니다.

복귀 후 첫 행보로 10년 전 오늘 정 전 대표는 2009년부터 이어온 가수 '비(정지훈)'와의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 광고모델출연 계약을 1년 연장합니다. 때문에 당시 네이처리퍼블릭 설립 당시부터 정 전 대표가 깊이 관여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정 전 대표가 합류하기 전, 네이처리퍼블릭은 창업 첫 해인 2009년에도 이미 유명 연예인이었던 비와 전속광고 계약을 맺었고, 그 해 올린 220억원의 매출실적은 시장 연착륙을 의미하는데요. 더페이스샵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네이처리퍼블릭은 브랜드 이름에서 보이듯 '자연주의'를 지향하며, 당대 최고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을 폭넓게 펼쳤기 때문입니다.

이후의 사정을 고려하면 나비효과이론이 말하는 '날개짓'은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인수일 것입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매각을 경정하는 바람에 정 전 대표는 취임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140개 이상의 매장을 열며 성공을 향해 달려갑니다. 서울지하철 상가 운영권을 인수하는가 하면, 취임 3년만에 면세점에 입점하는 등 초고속 성장을 이뤄냈지요.

또 다시 써내려간 성공신화가 독이 됐을까요. 2015년 검찰은 '범서방파'와 '학동파' 등 조직폭력배가 마카오 현지 카지노 업체에 보증금을 걸고 빌린 이른바 '정킷방'에서 국내 기업인 여러 명이 도박판을 벌였다는 첩보를 확인하고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검찰은 그해 7월 해외원정도박혐의로 정 전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그리고 9월, '정 전 대표가 회삿돈을 빼내 도박자금으로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소환된 사실이 공개되며 해외원정도박 사실은 세간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12월 정 전 대표는 100억 원대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 1심에서 징역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습니다.

검찰의 조사결과와 보도를 종합해보면 정 전 대표는 2012년에도 마카오에서 329억 원대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2014년 7월과 2015년 2월에도 해외 원정 도박혐의로 조사를 받았고요. 당시 정 전 대표는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를 수임하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앞선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또 다시 편파판정을 받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구치소는 형사 피의자 또는 형사 피고인을 수용해 행형과 교정처우가 이뤄지는 장소입니다. 여기서도 정 전 대표는 또 다시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맙니다.

2015년 10월 입감된 정 전 대표는 보통사람이라면 평생 만저보기도 어려운 돈을 보석을 받기 위해 사용합니다. 정 전 대표의 옥중 범죄 이야기는 사실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50억원을 들여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를 선임해 보석을 신청하지요. 하지만 법원은 보석신청을 기각했고, 최 변호사는 이 가운데 30억원을 정 전 대표에게 돌려줍니다. 

남은 20억원을 두고 정 전 대표는 보석에 실패했으니 돌려달라고 주장했고, 최 변호사는 '착수비' 명목이라며 거절했습니다. 그 사이 정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게 됐습니다. 

2016년 2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정 전 대표는 교도관을 폭행하고 폭언을 퍼붓습니다. 그리고 2016년 4월에는 최 변호사의 손목을 비틀고 욕설을 퍼부어 감금과 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에 이릅니다. 또한 법조브로커를 동원한 사실도 드러납니다. 최 변호사의 선임은 형량을 낮추기 위해 전관예우를 받겠다는 목적으로 거금을 들인 것이지요. 당연하게도 대한변협은 최 변호사와 법조브로커 이모씨 등 관련자 일체를 고발했고, 최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됩니다.

한 명의 범법자를 보호하기 위해 벌어진 법조비리인줄 알았던 사건은 이제 큰 폭풍이 됐습니다. 검찰은 앞서 정 전 대표의 원정도박을 변호한 홍만표 변호사와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의 재판을 담당한 김수천 부장판사도 조사 대상에 올립니다. 이들은 모두 정 전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입증됐습니다.

정 전 대표의 성공 배경에 감춰졌던 비리도 드러납니다.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대한 로비의혹, 그리고 군납비리, 지하철사업권 비리 등 폭발적인 확장 이면의 민낯이 밝혀지고 말았습니다.

또한 홍 변호사의 파트너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필하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지요. 그리고 당시 보도를 통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정체가 드러나게 돼며, 우씨의 장모와 최순실씨 사이의 친분관계도 세간에 알려집니다. 

결국 2016년 9월 국회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청문회를 개최합니다. 

그리고 이 청문회는 최씨 사익추구의 한 축이 됐던 서울대학교 병원장 및 대통령 주치의 선임 의혹을 불러옵니다. 청문회에 참석했던 당시 의료계 거물들이 '몰랐다'고 주장하는 통에 오병희 전 서울대병원장이 자발적으로 청문회장에 출두하는 등 웃지못할 촌극도 벌어졌었지요.

파장은 계속 파도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어진 청문회는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구속시키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우리는 겪게 됐지요.

이제 현실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최근 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출소한 정 전 대표의 네이처리퍼블릭 복귀가 점쳐진다고 합니다. 근거로 정 전 대표가 △세계프라임 △오성씨앤씨 △세계프라임개발 △에스케이월드 △쿠지코스매틱 △네이처리퍼블릭온라인판매 등 네이처리퍼블릭 계열사 사내이사로 등기한 사실을 들었습니다.

또한 네이처리퍼블릭 이사회가 정씨의 복귀를 추진하고도 남을 구성이라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네이처리퍼블릭 이사회 의장은 정 전 대표의 부인 정숙진씨가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최 변호사에게 1억원짜리 수표 50장을 전달한 인물로 알려진 정 전 대표의 여동생을 비롯한 친인척들의 이사진 포진은 정 전 대표 복귀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을 제공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우, 2018년을 기준으로 193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가맹본부입니다. 정부는 2018년 가맹점주 보호를 위해 '오너리스크법'을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가맹본부나 그 임원이 위법 행위나 가맹사업의 명성·신용을 훼손하는 등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로 매출 감소 등의 피해가 발생할 시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해당 조문의 주어에 집중하면, 가맹본부인 네이처리퍼블릭 이사회에서 이미 회삿돈으로 원정도박과 법조비리를 저질러 실형을 받은 바 있는 정 전 대표를 복귀시키는 결정에 대해서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집니다.

즉 정 전 대표의 계열사 사내이사 등기 자체로 가맹본부가 저지른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라는 주장입니다. 드러나지 않은 부분까지 더하면 과연 얼마였을지도 모를 정도의 회삿돈을 가져다 사용했던 화려한 전적(?)의 보유자인 만큼, 신뢰할 수 없다는 말이지요.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개정 가맹사업법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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