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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쥐어짜고 또 짜는' 무급인턴은 아프다

 

김동영 청년기자 | kingofteam@naver.com | 2020.03.23 11:37:01
[프라임경제] 대한민국 사람으로 태어난 대다수 청년들이 마주해야 하는 최근 구직시장은 녹록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실업률(2월 기준)은 4.2%대이며, 3년 이상 장기 미취업자도 무려 26만명으로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취업시장에서 기업이 중요시 여기는 것이 '경력'이라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에게 월급을 주면서 가르치는 것보단 이미 길러진 '중고 사원'을 원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입사원이 되려는 구직자 입장에서는 한숨만 나올 뿐.

그렇다면 왜 이렇게 취업의 문이 좁아진 것일까?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사실 이전에는 '정부 주도' 중화학 공업이 대기업 필두로 인재를 집중 육성했지만, IMF사태로 경제성장률이 꺾이자 기존 경력자조차 기업에서 쫓겨나기 일쑤였다. 이후 기업들이 대학에서 '인재 모셔가기' 현상은 사라지면서 이를 기점으로 취업시장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발달을 꼽을 수 있다. 

온라인 시장 발달로 정보가 비약적으로 투명해지자, 구직자들은 더 이상 정보 수집을 위해 점차 직접 취업박람회 및 기업을 방문하지 않게 된 것. 대신 구직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통해 '좋은 직장'과 '나쁜 직장'으로 구분, 보다 좋은 직장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온·오프라인 구직시장에서 고착화되면서 좋은 직장 취업은 더욱 힘들어진 반면, 나쁜 직장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처지에 몰렸다. 

물론 시대가 어려워졌다 한들 청년들이 구직을 포기할 리는 없다. 

구직자가 신입사원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은 총 5단계다. 

우선 '스펙 쌓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토익 및 스피킹 등 어학 점수는 물론 △컴퓨터활용능력·워드·한국사 자격증 △봉사활동 △어학연수 △대외활동·공모전 등 항목이 너무나도 많다. 이런 활동들은 기본 축에 불과, 이외에도 △특수 자격증 △소수언어 능통 △창업경험 등 기존에 추가된 우수 스펙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런 스펙을 갖췄다고 바로 취직이 되는 건 아니다. 기업별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관문이 도사리고 있다. 물론 자신 이야기를 진솔하게 회사에 맞춰 작성하면 된다는 점에서 '자소서는 관문이 아니다'고 반문할 수도 있다. 

다만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자소서라면,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구직자들은 본인 능력만으로 작성하기도 하지만,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컨설팅이나 학원에 등록해 자소서를 완성시킨다. 

세 번째 관문은 '인-적성 검사'다. 뛰어난 지능을 가졌거나 인-적성 검사에 특화된 구직자라면 기간이 길지 않겠지만, 대다수 구직자들의 경우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인-적성 검사'에 투자한다. 

특히나 인-적성 검사가 구직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이유는 타고난 능력이 없다면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즉 해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적성 검사 이후에는 '면접'이 기다리고 있다. 

면접이야말로 본인 그대로 보이면 그만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철저히 기업과 한국식 '예의'로 포장된 면접자만이 이를 통과할 수 있다. 아무 정보 없이 면접장에 들어섰다간 이미 스피치 과외나 학원을 통해 철저히 무장한 경쟁자들에게 밀리기 십상이다. 

그토록 원하는 구직을 위해선 이처럼 갖출 조건이 만만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경력'이 남아있다. 기업들이 원하는 스펙 중 하나인 '경력'은 한 기업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으로, 다른 기업에서도 적응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경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많은 구직자들이 운이 좋은 케이스를 제외하곤 아르바이트나 인턴을 선택한다. 

하지만 최근 인턴은 일명 '금턴'으로 불릴 정도로 취업 수준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특히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금융공기업이나 사회 인프라 시설의 경우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조정되자 기업들은 한 가지 묘수를 생각했다. '인턴에 대한 수요는 많은 반면, 공급은 적은 만큼 공급자가 유리하다. 무급 인턴 공급으로 업무에 보탬은 되고, 구직자는 경력이라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라는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다.

하지만 무급인턴은 고달프다. 교통비와 식대는 스스로 내야하고, 혼자 살 경우 방세까지 부담해야 한다. 즉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까지의 마이너스 인생이 인턴생황에서도 연속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현재 영국에서는 무급인턴을 금지하고 있으며, 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돈을 받지 않는 '무급인턴'이라는 이유로 고용노동부 보호 대상에서도 제외된 상태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당사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1차적으로는 제도적으로 이를 막지 못한 국가 책임, 2차적으로는 구직자 절박함을 이용한 기업, 마지막으로는 그럼에도 이를 하고 있는 구직자 역시 일부 책임이 있다. 구직자가 모두 무급인턴을 거부할 경우 기업은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충분히 이들 마음도 이해한다. 

결국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무급인턴은 청년 아픔을 더욱 조일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동영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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