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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그리스 IMF 구제...혹독한 대가 치르고 봄이 오곤 있는데

임금삭감·구조조정...미초타키스 정부 친 기업 정책 투자금 몰려

이지운 기자 | jwn@newsprime.co.kr | 2020.03.26 07:56:11
[프라임경제] 그리스는 지중해의 훌륭한 자연경관과 수많은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국가입니다. 흔히 그리스하면 많은 이들은 산토리니의 푸른 바다와 눈부신 고대 건축양식 등을 떠올리곤 하는데요, 하지만 이처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던 훌륭한 자연유산도 무너지는 경제 앞에서는 '민영화'라는 자구노력의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스가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은 지 10년이 흐른 지금 그곳에는 어떤 변화들이 생겼을까요? 

2010년 그리스가 IMF와 유럽연합(EU) 등으로 부터 받은 구제금융조치를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당시 그리스 의회앞에서 전경과 충돌한 모습. ⓒ 연합뉴스

10년 전 오늘 2010년 3월26일 유럽발 경제위기의 진원지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인 IMF와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으로부터 2890억유로(372조330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이에 당시 그리스는 '국가 부도'라는 최악의 위기는 넘겼지만 이 대가로 IMF가 제시하는 혹독한 과제를 안게 됩니다. 

◆내부 부정부패…그리스 재정 위기 키워 

그리스 경제위기 원인을 두고 일각에서는 '형편에 맞지 않게 빚을 내 즐긴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실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같은 유로권 국가인 독일 단위노동비용과 비교해보면 독일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데 반해 그리스는 무려 27%나 급증했습니다. 
 
그리스의 높은 노동비용 원인은 높은 물가에 있었습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독일의 물가가 16% 오르는 동안 그리스는 32% 상승했습니다. 2010년 이후 3년간 그리스의 단위노동비용이 7%가량 추락하는 와중에도 그리스의 물가는 9%나 더 올랐죠. 그리스의 인플레이션에는 인건비가 아닌 다른 구조적인 문제가 작동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같은 이유는 바로 그리스 내부 부정부패로 볼 수 있는데요, 권력과 결탁한 소수의 기득권 집단이 가만히 앉아서 거대한 자릿세를 뜯어먹은 것이죠. EU 가입 후 그리스 정부가 낮아진 국채 조달 금리를 이용해 조달한 자금을 연금 인상이나 각종 보조금 등으로 흥청망청 써버렸습니다. 경쟁자의 진입을 차단하고 물가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렸죠. 경제 위기 이후에도 그리스의 집값이 노동비용과 함께 폭락하는 와중에도 그리스의 물가는 계속 오르게 됩니다. 

악화일로를 걷던 그리스 사태는 결국 IMF의 개입으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그리스는 지원방안에 만족감을 나타냈지만 IMF가 제시하는 혹독한 개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의미 있는 희소식'…IMF 아테네 사무소 폐쇄  

이후 그리스는 공공 뿐 아니라 민간영역까지 강도 높은 임금삭감,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연금 개혁과 공기업 민영화도 단행했습니다. 당시 그리스는 빚을 갚기 위해 피레우스 항과 테살로니키 항구의 운영권을 민간 기업에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나 광고에서 자주 등장하던 아름다운 섬들 또한 해외 부호들에게 매각되는 등 국민적 시련을 겪습니다. 

이 같은 과정을 지나 지난해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2%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시장은 본격적으로 상승해 연 49% 올랐죠. 실업률은 지난해 10월 16.6%를 기록해 201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 올해 그리스는 IMF 체제의 완전한 종식을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사실 그리스는 금융위기 발생 8년 만인 2018년 구제금융에서 벗어났습니다. 다만 이후에도 재정 지출과 구조 개혁 등에서 IMF를 비롯한 국제채권단의 엄격한 관리·감독 아래 있었습니다.

그 최전선에 있던 IMF 아테네 사무소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사실상 그리스가 IMF 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리스의 IMF 관리 종식에 대해 "기술적인 의미에서 볼 때 위기에 처한 국가가 아니다"고 분석했습니다.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 연합뉴스

◆봄은 서서히 온다 

특히 지난해 7월 출범한 친 기업 성향의 미초타키스 정부가 법인세를 깎아주고 각종 개혁을 추진하면서 투자가 늘었습니다. 미초타키스 정부는 과거 정부에서 불허했던 금광 개발이나 외국 자본의 투자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런 개발 정책에 힘입어 그리스는 부동산 가격은 물론 국채를 통한 자본 조달이 가능한 상태까지 이르게 됩니다. 

물론 그리스가 긴 터널의 끝을 나왔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른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스는 큰 위기에서 탈출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남아있는 과제도 많기 때문이죠. 

그리스는 여전히 부채 규모가 GDP 대비 180%(지난해 2분기 기준)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업률도 2010년과 비교해 개선된 것은 맞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죠. 아직 리스크가 높은 것이 현실이므로 마냥 장밋빛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리스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부활과 각종 경제지표들이 개선되면서 실제로 상가나 호텔 등도 이전과는 달리 활기를 띠고 있는데요, 관광 분야의 GDP 규모는 전체 그리스 GDP의 20%에 달할 만큼 관광산업이 그리스의 경제 회복에 주요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테네 중심가의 경우에도 지난 한 해 동안 부동산 가격이 31%나 올랐습니다. 이는 본격적인 경제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됩니다. 

그리스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1.0%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채권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데요,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30%를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그리스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한층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리스 국채 발행에 자금이 모이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가 실시한 15년 만기 국채 발행에 140억유로(약 18조원)의 매수세가 몰렸습니다. 부채 위기 이후 최장기 국채 발행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것입니다. 

아테네의 한 시민은 해외 언론 파이낸셜타임스에 "지금처럼 바쁜 적이 없다. 낡은 비즈니스가 사라지고 새로운 것들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처럼 국가적 분위기는 차츰 좋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 전 세계의 경제가 주춤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은 시기적으로 아쉬운 부분입니다. 모쪼록 이번 사태가 신속히 종식되고 그리스 경제에도 봄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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