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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업무집중 높인 '코로나역설'…사무실 불필요 지시 줄이자

재택근무 후 업무효율 높아져…관리직 사이 전문성 차이 극명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3.27 15:55:27
[프라임경제] 신종코로나(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사회·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특히 제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한 재택근무로 기존 사무실 내 근무에서 발생했던 비효율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모 대기업 부장 A씨는 "최근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부장급들이 실무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오히려 상승했다"면서 "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원업무에만 치중했던 부장급들이 온라인 상 정확한 지시와 임무수행을 위해 실무전문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실 내에 근무하다보면 실무직급의 직원들은 정해진 루틴에 따라 처리하는 업무 외에도 상사가 시키는 각종 보조업무를 포함해 잔심부름까지 본연의 업무를 방해하는 불필요한 지시들이 발생할 일이 많다.

그에 반해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일부 직원의 경우, 본인이 수행해야 할 업무의 전반적인 내용정리를 부서 직원에게 지시하거나 '업무지원'을 근거로 지나친 간섭을 상시로 할 때가 많다. 잔소리 업무는 덤이다.

그러다보니 사무실 내에 근무하다보면 여유보다는 눈치가 늘고, 업무 강도가 강한 업종의 경우 '탈출'을 꿈꾸는 임직원들의 공감대가 업체를 넘어 형성돼있다.

그런데 코로나가 확산되고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이러한 불필요한 지시에서 발생하는 업무비효율이 크게 줄어드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정해진 업무를 정해진 시간 안에 수행해야하는 직원들은 집중도를 높여서 하루 일거리를 처리하고 나서 여유를 되찾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육아나 집안일 등 출근 시에는 잠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던 문제들을 동시에 감당해야해서 근무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못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런 문제들을 차치하고 나면 사무실 근무가 과연 필요했는가라는 의문까지 든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관리직들은 재택근무로 인해 실무직의 고충에 대한 이해를 좀 더 가지게 됐다는 소식이다. 평소 타부서나 관계기관·업체에서 연락이 오면 실무직이 바로 옆에서 정보를 전하던 것을 직접 조사해야 하다 보니, 평소 실무업무보다는 조율업무에 집중했던 관리직들은 곤혹감마저 든다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진다.

얼마 전 A보험사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시기를 맡아 사내 커뮤니티를 이용해 소소한 일상과 농담을 주고받는 '마음 면역력 증강 캠페인'을 진행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외식을 하는 대신 집에서 직접 식사를 준비하면서 요리 실력과 저축이 동시에 늘었다는 소식이나 시차근무제 시행으로 한 시간 늦게 출근하며 평일에도 늦잠을 잘 수 있어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직원들의 사연을 회사에서 직접 외부로 전달한 것이다.

사무실에서 하던 것과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여유와 그 여유로움을 공유하는 일상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코로나'라는 외풍이 불어야만 가능했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사회는 지금껏 '전천후 인재'와 '빠릿빠릿한 인재'에 박수치고, 인간·사회관계를 원만히 하는 것을 최우선 덕목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비대면'이 늘어나는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어쩌면 '대면에서 발생한 비효율'을 제거하는 데 있다.

우리는 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사회보다는 개인으로 그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그런면에서 이번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는 앞으로 다가올 개인의 시대에 대한 실험의 성격을 가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간은 섞이고, 만나고, 공감함으로써 발전한다. 그러한 발전을 위해서 전면적인 재택근무는 이번 코로나사태가 지나면 자연스레 없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이번에 깨달은 '비효율의 존재'는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가사·육아업무라는 업무 외 비효율보다, 사무실에 업무수행 중 발생한 비효율이 더 능률을 떨어뜨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혁신은 불필요한 비효율을 제거하는데서 시작하고, 정말 필요했던 업무 외의 것(가령 여유)을 찾는데서 시작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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