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김재현의 스포츠세상] 도쿄올림픽 연기, 국가대표 지도자들 앞날은?

한국체육지도자연맹 "지도자들의 연장이 바람직, 슬기롭게 대처해야"

김재현 칼럼니스트 | agent007@dreamwiz.com | 2020.03.27 18:21:09

[프라임경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우리를 경험해보지 못한 곳으로 몰아가고 있다. 세계는 위기 대응에 나섰고, 기업들은 비상대응체제를 가동 시키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20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전격 발표했다.
 
사상 최초로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지금까지 올림픽을 위해 준비해 왔던 각 종목 경기연맹, 국가올림픽위원회(NOC)들은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지만, 모든 구성원의 마음이 동일하지는 않다. 유례없던 사건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타났다.

"아쉽다" "맥빠진다" "괜찮다" "다시 시작하자" "기회가 더 주어졌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해야 하는데" 등 제각각이었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이 1년간 연장될 상황이 마냥 달가울 수 없다. 특히, 태극전사들을 지도하는 감독과 코치들은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대한민국은 국가대표 지도자에 대해 전임지도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계 종목의 경우 지도자의 계약은 도쿄올림픽 폐막일(8월31일)에 맞춰 계약이 만료되고, 이후 공채를 거쳐 9월부터 계약기간 2년으로 지도자를 재선임 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이처럼 지도자의 처우가 진행된다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고 중도탈락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해 다양한 문제가 야기된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지도자를 새롭게 선임할 경우 행정기관은 행정적 소모, 지도자는 박탈감, 선수들에게는 경기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종목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선수촌에서 선수와 지도자는 피와 땀으로 4년을 준비를 해왔다.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최상의 경기력을 위하여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선수들에게 전수하고 있으며, 상대 선수 및 팀을 이기기 위해서 방대한 정보를 수집·분석해 철저하게 대회를 준비해 왔다. 이런 노력에도 지도자 변경이 진행된다면, 1년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새로운 지도자와 함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심리적 불안감이 조성돼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에서 복싱을 지도하고 있는 김주영 교수(용인대)는 "선수촌 경험이 없는 지도자는 1년이라는 시간동안 선수촌 시스템의 적응과 선수들과의 소통만 하다가 끝나버릴 가능성이 있다"며 "선수들이 갑자기 바뀐 지도자의 지도방법에 따른 적응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탁구선수 출신으로 고등학교 현장에서 지도하고 있는 안국희 교사(두드림스포츠 회장)은 "선수들 입장에서 3년 정도 호흡을 맞춘 지도자가 바뀐다면 훈련 스타일이 달라질 것이 분명하고, 선수들의 바이오리듬이 깨질 우려와 신뢰감 형성기간이 짧아서 선수들이 많은 혼란을 겪을 것이다"면서 지도자 변경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또, 모 국가대표 지도자는 "지금까지 올림픽 국가대표 지도자들이 올림픽을 위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 준비해 왔는데 부득이하게 연기 되었고, 계약만료를 이유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도중에 지도자가 바뀐다면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지도자가 새로 부임한다면 선수에 대한 분석을 다시 해야 하고 선수는 지도자의 지도방법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그동안 선수들과 함께 노력하고 험난한 과정을 지켜온 지도자가 그 대회를 함께하지 못한다면 그 지도자의 심리적 박탈감도 매우 클 것이다.
 
필자는 (사)한국체육지도자연맹의 회장으로 체육 현장에서 많은 지도자들과 애환을 함께 하고 있기에 올림픽 출전과 메달 획득은 선수만의 꿈이 아닌 지도자에게도 평생의 꿈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가정을 뒤로 하고 개인의 인생을 선수에게 집중하고 있는 체육지도자들은 부귀와 영화를 누리려는 게 아니라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기 때문에 모든 열정을 쏟는다. 특히 세계적으로 경기력을 인정받던 선수 생활을 했지만 잦은 부상이나 여러 이유로 올림픽 출전을 못해 본 지도자의 경우 지도자로서 올림픽 참여는 평생의 꿈일 수도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체육지도자를 올림픽이 연기된 기간 동안 연장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체육지도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선수들을 위해서 즉, 선수의 심리적 동요를 막고 경기력 저하를 막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지도자 교체는 신중을 다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야구 대표팀 이나바 감독의 계약을 내년 올림픽 이후까지 연장하기 위해 일본야구팀에서 감독을 설득중에 있다.
 
대한체육회와 문체부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올림픽 연기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체부 관계자는 "우리 선수들의 1년 후까지의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올림픽의 좋은 성과를 위해서 지금까지 선수들과 함께 뛴 현 지도자들의 계약관계가 8월31일로 끝나지 않고, 천재지변으로 연기된 올림픽을 마칠 때까지 모든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행정과 결단이 필요 하다. 

음지에서 선수들의 그림자 역할을 다해 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체육지도자들의 도전을 위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마음 깊이에서부터 응원을 보낸다.

김재현 칼럼니스트 / 한국문화스포츠마케팅진흥원 이사장 / 한국체육지도자연맹 이사장 / 대한체육회 마케팅위원 / 저서 <나는 이렇게 스포츠마케터가 되었다> <스포츠마케터를 꿈꾸는 당신에게> <기록으로 보는 한국 축구 70년사> 등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