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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인터뷰] "자동화·자연어처리·신뢰, AI 발전 이끌 것” 폴유 런던대 교수

4차 산업혁명 연구의 최전방 런던대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미래를 듣다

김준형 특파원 = 런던 | press@newsprime.co.kr | 2020.03.29 12:49:38

[프라임경제] "과학기술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기술과 과학 분야가 협력(collaboration)을 통해 발전되어 왔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인재들인 한국에서 많이 나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폴유(Paul Yoo) 런던대학교 버벡 칼리지의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지난 3월 프라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폴유 교수는 'AI of Everything'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김준형 특파원

그가 몸 담은 런던대학교는 런던의 공립 대학 연합체다. 옥스퍼드(Oxford), 케임브릿지(Cambridge)밖에 없던 당시에 인종, 종교 간의 격차와 계급 간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취지를 가지고 설립된 것으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등 런던 소재에 있는 대학기관과 연구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런던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외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C&IS의 객원교수와  미국전기전자기술자학회(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IEEE)의 여러 인공지능 관련 저널들의 편집위원을 격임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시드니대학교(Univ of Sydney)와 아랍에미리트에 국립칼리파과학기술대학교(KUST, Khalifa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에서 근무를 한 바 있다.

그는 80개 이상의 권위 있는 저널과 컨퍼런스 출판물을 가지고 있으며 230만달러 이상의 프로젝트 자금을 유치해 데이터 사이언스, 머신러닝 그리고 보안 시스템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다수 받았다.

다음은 폴유 교수와의 일문일답.

- 현재의 직업을 가지게 된 계기는.

"1990년대 인간의 유전자 지도 완성을 목표로 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는 2003년까지 인간 게놈에 있는 약 32억개의 뉴클레오타이드 염기쌍의 서열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일원이셨던 호주 시드니대학교의 교수 권유로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단백질 삼차구조를 밝힐 인공지능을 연구하게 됐다. 그리고 2009년 한국이 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소를 수주하면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원자력 발전소 보안 연구를 하게 됐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좋아하고 학생들과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아서 대학에서 연구하는 직업을 선택했다."

-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겪은 어려움이 있었다면.

1956년 다트머스대 학술대회에서 인공지능이란 용어가 만들어진 뒤 인공지능은 긍정적 전망과 초라한 실적을 반복하며 1970년대와 90년대 두 차례 인공지능의 겨울(AI Winter)로 불리는 침체기를 겪었다. 그 시기에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 자금 지원이 상당히 위축되었다. 내가 공부를 하던 시기에도 인공지능에 대한 불신이 있고 투자가 적었던 시기였다. 어떤 기술이든 유행을 따라 투자가 있기보다는 지속적인 투자와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종사하고 있는 산업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AI of Everything'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사용되고 있다. IBM Research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0년에는 자동화(Automation),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신뢰(Trust) 세 가지 주제가 AI의 발전을 이끌 전망이라고 한다. 자동화는 여러 Smart Factory를 통해 잘 증명되고 있고, 자연어 처리는 대화, 토론, 통역 그리고 애플의 Siri나 아마존의 Alexa와 같이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 Computer Interface) 관련된 문제 해결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뢰는 인공지능의 설명 가능성에 관한 문제나 보안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더욱 신뢰를 쌓아갈 거라 생각한다."

- 현재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설명해 달라.

"사물인터넷에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무인자동차 같은 사물인터넷 장치들은 대부분 메모리나 배터리 같은 용량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효율적이고 resource를 최대한 적게 사용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드는 동시에, 위에서 언급한 '신뢰' 문제에 관련, 인공지능의 특정한 판단에 대해 알고리즘의 설계자조차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블랙박스(Black Box) 문제를 보완하고 특정한 판단에 관해 설명이 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또는 XAI)을 개발하고 있다."

- 국내에는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많은 정보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현재 이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혹은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을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걱정하시는 이들이 많다. 사실 과거 여러 차례 산업혁명들을 겪으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또 새로 생겼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화를 통해 일하는 방식이 많이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인간의 창의력을 요구하는 전문적 분야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거나 관리하는 직종들이 새로 생겨날 것이다."

런던대 버백대학원 앞에서. = 김준형 특파원

- 영국은 빅데이터 분야로 이미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나라다. 가장 최신의 빅데이터 기술은 어디까지 발달하였는지 알 수 있을까. 

"머신러닝은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에서 머신러닝 분야는 지난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으로 잘 알려진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리드하고 있고 케임브릿지와 옥스퍼드 대학교의 최고 기계학습을 연구하는 그룹들이 자연어 처리와 이미지처리 분야에서 리드하고 있다. 딥마인드에서 연구하는 강화학습은 당시 알파고가 과거의 바둑 빅데이터로 훈련됐지만 알파 제로는 훨씬 짧은 시간에 수만 판의 게임을 혼자 둔 후에 지난해 5월 현 세계랭킹 1위 커제 구단을 3대 0으로 꺾었던 기존 최강 버전 알파고 실력마저 압도했다.

영국에서는 또한 인공지능을 이용한 단백질 삼차구조 그리고 신소재 발견에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 새로운 분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만 가지 화학 반응을 연구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전문 분야의 수십 가지 반응은 기억할 수 있지만, 방대한 양의 정보로 인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영국에서 진행하는 인공지능연구가 이제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

- 빅데이터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또 빅데이터 전문가를 위한 기본적인 자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무한대에 가까운 디지털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IT기술 활용 능력, 데이터 분석과 적용, 알고리즘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 및 계산능력과 관련 있는 수학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이 필요하다. 컴퓨터공학, 뇌공학, 수학, 전자공학, 물리학, 신경생리학 등을 잘 아는 사람이 유리하다. 데이터에서 의미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인문학적 사고도 요구된다. 통계학 지식도 필요하지만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의미 도출도 중요하기 때문에 인문사회계열 단단한 기초도 중요하다."

- 영국 유학을 염두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영국교육은 창의적인 문제해결과 토론을 통한 비판적 사고와 의사소통과 협업 능력을 중요시한다. 무엇보다 독창성(Originality)과 참신함(novelty)에 중점을 둔 석박사과정 프로그램들이 차세대 데이터과학자, 또는 인공지능 전문가로 발돋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는 이외에도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짐을 강조했다. 이는 법과 규율 그리고 도덕과 같은 가치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있어 가지는 역할이 큼을 시사했다. 또한 세계 최고수준의 머신러닝, 빅데이터 전문가 그룹이 아직은 한국 대학기관과 연구기관에 참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그는 대학 시절 가족의 사업실패로 인해 호주에서 힘든 시기를 겪은 이야기를 하며 앞으로의 청년들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꿈과 목표는 우직하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성취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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