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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손학규 라인' 김비오가 남에게 '아바타' 공격?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0.04.01 09:17:37

[프라임경제] 부산 중·영도를 둘러싸고 김비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보승희 미래통합당 후보간의 치열한 격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 후보는 당원명부 과다조회 논란에 억울하게 휘말려 자칫 공천을 받지 못할 뻔했으나 결국 당의 부름을 받았죠. 황보 후보는 김형오 전 미통당 공관위원장과 가깝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김 후보는 이런 점을 놓치지 않고 일명 '사천 논란(즉 사사롭게 공천을 했다)'을 띄웠는데요. 지역 언론에 공공연히 "이번 선거는 '김비오 대 김형오 아바타'의 선거"라고 황보 후보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내놨죠.

아바타를 꾸미며 서로 1촌 방문을 하는 게 싸이월드의 큰 재미였다. 최근 이 단어를 허수아비처럼 조종당하는 정치인을 가리키는 단어로 변질해 사용하는 예가 있다. ⓒ 싸이월드

아바타 이야기부터 '간만에' 해 볼까요? 아바타는 '분신'이라는 뜻으로 과거, 세이클럽이나 싸이월드가 대유행하던 시기에는 자기만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 아바타를 꾸미는 게 유행을 한 바 있습니다. 시기는 다르지만, '아바타'라는 영화가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대히트를 친 적도 있으니 그 자체가 나쁜 뜻은 아닙니다.

그런데, 거물 정치인의 이름을 따서 리틀 ooo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와 누구의 아바타 식의 표현은 좀 다르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김영춘=리틀 YS'라고 지칭하는 것과 '안철수는 이명박 아바타라는 식의 공격이 과거 대선 때 있었다'는 경우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느껴질 겁니다. 조종돼 움직인다는 의미가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누구의 아바타라는 식으로 다른 정치인을 공격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치는 사람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에 정치권은 크고 작은 계파와 인연으로 얽혀 있고 원하지 않아도 누구의 사람 식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김 후보 역시 이를 모르지 않을 만큼 정계 경력이 많은 인물이지요. 특히 그는 '민평련계' 인사로 손학규 라인에 섰던 몇몇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네, 얼마 전까지 바른미래당 대표를 지낸 그 손학규씨 라인으로 분류됐었다는 얘기입니다. 참고로 민평련 즉 민주평화국민연대는 옛 국민정치연구회의 몸통을 물려받은 정치 계파로 김근태계로도 불립니다.

MB 정권을 탄생시킨 2007년 연말 대선 패배 이후, 오늘날의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울한 기류와 함께 당내 계파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겪습니다. 이때 손학규 캠프는 원래 당내 기반이 약해 고심이 컸는데, 우원식 의원과 김비오 후보 등 민평련 9인이 '손학규 지원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 큰 힘이 돼 주었던 적이 있죠.

사실 손학규쪽이라는 분류는 김비오 후보 정치인생에 큰 보탬이 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우선 2012년 봄 당내 공천 과정을 풀이한 것만 보더라도, 손학규계와 정동영계 인사들이 원조 친노쪽에 밀렸다는 해석이 유력했고요.

사실 결과론적인 해석이지만, 친노가 아닌 다른 이의 라인으로 분류되는 게 '김비오 정치인생'에는 큰 도움이 안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2년 초 열렸던 옛 민주통합당 부산시당 개편대회에서 박재호 후보(이후 국회의원이 됨)가 김비오 후보를 51표 차로 제치고 부산시당 위원장에 올랐던 것을 볼 때에도 당내 역학 구도에서 비주류 거물의 라인을 탄 지역 정치인의 운명을 볼 수 있다고 하면 글쎄요, 지나친 해석일까요?

그런 손학규의 사람 경험을 지닌 그렇지만 멋지게 자신만의 정치 이력을 쌓으면서 여태 버텨온 게 바로 김비오 후보지요. 그런 그의 입에서 다른 정당 소속이긴 하나, 같은 정치의 길을 걷는 인사를 ooo의 아바타 운운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건 사천 논란에 대한 위트이기 이전에, 프레임 씌우기와 패거리 정치 문화의 악습이 더 짙게 드리운 단어이기 때문이지요. 누군가 저 시절의 김 후보를 거물과의 연관성이라는 것 하나로(의리 같은 맥락을 도외시하고) 손학규 아바타 혹은 그와 비슷한 표현으로 한줄 요약한다면, 과연 김 후보는 승복할 수 있을까요?

이번 총선에서도 설사 지더라도, 김비오 후보가 누구 진영의 사람 혹은 부산 민주당 구석의 별 볼 일 없는 인물로 폄하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요? 김비오는 그저 김비오일 뿐이니까요. 그런 역지사지를 남에게도 해 줘야 옳겠죠. 김비오 후보의 아름다운 완주, 그리고 정치 후배에게 이빨을 드러내는 대신 격려를 할 수 있는 정치적 성숙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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