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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생명 살리는 '헌혈' 자원봉사 제외…정부 '탁상공론' 빈축

 

양민호 기자 | ymh@newsprime.co.kr | 2020.03.31 08:06:55
[프라임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와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매스컴에서 실시간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한 감염자 현황을 발표하는 것은 물론, 집단 감염 등 여러 사건사고들이 집중 조명 받고 있기도 하죠. 

우리나라의 경우 30일 오전 1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총 9661명으로 집계됐으며, 해외 여행자 유입과 수도권 집단감염 사례 등으로 전국이 떠들썩한 상황이죠.

이와 같은 코로나19의 감염과 전파에 대한 우려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거리에는 사람들이 눈에 띠게 줄어들었는데요. 시내나 번화가에서 조차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많은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들리는 듯 합니다. 

코로나19 확산 속 부족한 헌혈에 동참한 5사단 장병이 응원 메시지와 함께 기념 촬영하는 모습. ⓒ 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경제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들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특히 전국적으로 빚어지고 있는 혈액 부족 사태는 의료분야에서도 시급을 요하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혈액 부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설상가상으로 국민들의 외출 감소, 채혈 과정이나 대면 접촉 기피현상 등은 혈액수급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최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기업, 개인에 이르기까지 단체 헌혈 릴레이 운동에 동참하거나 헌혈증을 기부하는 등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죠.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고 헌혈 참여에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는 신규 캠페인 광고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헌혈에 대한 소중함은 어느 때보다 더욱 조명 받고 있는데요. 이른바 사람을 살리면서 남에게 베풀고, 필요한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내 건강을 지키며 다른 사람의 귀중한 생명을 살리는 선행으로 으뜸이라 평가됩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30대에서 50대 중장년층 헌혈자는 평균 전체 헌혈자대비 3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헌혈의 대부분은 10대에서 2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설명과 같죠.     

10대에서 20대 헌혈자들의 경우, 겨울철에는 방학과 휴가 등으로 헌혈자 약 7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한 생명을 살리는 봉사를 함과 동시에 자원봉사 인정도 받아 진학·취업에서도 플러스를 받을 수 있죠.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0년 3월31일, 정부는 지금과 사뭇 다른 헌혈 관련 정책을 발표하는데요. 이날 행정안전부는 자원봉사를 활성화하고 바람직한 인정·보상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자원봉사 인정·보상 기준안'을 처음으로 마련, 하반기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자원봉사 인정·보상 기준안'에서 '헌혈이나 물품·현금 기부행위는 자원봉사활동 시간으로 환산해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헌혈이나 금품 기부행위를 해당기관에서 헌혈 건수나 헌혈증 기증여부, 기부 금액 등을 별도 관리하도록 한다'고 밝혀 문제가 된 것이죠. 

이 시기 일부 학교나 기업은 진학 또는 취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자원봉사활동 실적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었죠. 이러한 행안부의 기준안 발표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된 셈이죠. 

당시 행안부 관계자는 "최근 진학이나 취업 시 자원봉사 실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는데, 인정 기준이 서로 달라 혼란을 주고 있어 기준안을 마련하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대부분 국민들은 △'정부 고위관료들은 헌혈을 해본 것인지 모르겠다. 헌혈이 얼마나 가치 있고 보람찬 일인 줄 모르고 이러한 탁상공론을 펼치느냐' △'자원봉사 정책 정말 문제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헌혈을 제외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등 강력한 불만들을 전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왜 헌혈이 자원봉사로 인정받지 못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며 "학생들의 봉사활동에 지장을 주는 것을 떠나서 혈액이 부족한 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려는 것인가"라며 지적하기도 했었죠.  

혈액부족 문제는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존재하던 숙제였죠. 항간에선 '외국에서 혈액을 수입해온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당시 정부 발표가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것인지, 정부는 석 달 뒤 2010년 6월14일 일곱 번째 맞는 세계 헌혈자 날에 자발적인 헌혈문화 확대를 위해 다음달인 7월1일부터 헌혈을 자원봉사로 인정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기로 약속하게 됐죠. 

이로 인해 헌혈 종류에 상관없이 1회당 4시간 자원봉사 시간이 인정이 됐습니다. 이른바 '탁상공론'을 인정한 정부의 씁쓸한 모습을 남긴 사건이였죠.  

헌혈이 단 10분 투자로 고귀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나눔인 것은 명확한 사실이죠. 정부가 단순히 격려·권장하며 국민들에게 감정적인 호소를 구하는 것보다, 체계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헌혈에 적극 동참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글로벌 재해라 불리는 코로나19 위기속, 혈액 부족 또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나아가 정부가 어떤 현명한 정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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