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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시 '불법 하도급' 자행한 승강기업체 4사 철퇴

행안부 "공동도급 위장한 하도급" vs 승강기 4사 "하도급 관계 아냐"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04.01 10:16:28
[프라임경제] 서울시가 승강기안전관리법(승강기 유지관리 업무의 하도급 제한 규정)을 위반한 관할 소재 승강기업체 4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결정했다.

1일 프라임경제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는 오는 5월1일자로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현대엘리베이터(017800)·오티스엘리베이터·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등 4사에 대한 승강기 유지관리업 등록취소 처분을 시행한다. 

앞서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지난해 10월21일부터 12월6일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승강기안정공단과 공동으로 4사의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 하도급 실태 조사에 나섰다.

서울시 주택건축본부가 오는 5월1일 관할 소재 승강기업체 4사에 대한 유지관리업 등록취소 처분을 시행한다. ⓒ 연합뉴스

당시 정부 합동조사는 승강기 대기업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점검·교체 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그 원인으로 불법 하도급을 통한 '외주화'가 지목돼 이뤄졌다.

승강기안전관리법에는 승강기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해당 업무의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으며, 발주자 동의를 받아 일부 업무를 하청 업체에 맡기더라고 그 비율이 5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행안부 조사에 따르면, 4사 모두 2013년 2월부터 편법·탈법적으로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의 하도급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

이에 행안부는 지난해 12월 전국 17개 시·도에 이러한 문제점이 발견된 승강기 4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요청했고, 서울시는 올 초 청문과 추가 위반사항을 검토한 뒤 지난달 26일 등록취소 처분을 최종 결정한 것이다.

◆불법 하도급 어떻게 이뤄졌나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배경에는 4사가 승강기 유지관리업무를 수주할 때 표면적으로만 협력업체와 '공동도급' 계약을 했다는 데 있다. 공동도급 계약이란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 동등하게 업무 책임을 지고 이에 대한 대가도 나눠 가지는 형태다. 

즉, 4사는 전국적으로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를 수주하면서 하도급을 숨기기 위해 협력업체에 공동수급협정서를 작성케 하고 실제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를 일괄 분담시키면서 업무지시 및 실적관리 등 공동도급 계약이 아닌 실질적 원청업체 지위 역할을 해온 것.

행안부 조사 결과 승강기 4개사는 실질적 원청업체 지위 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 행정안전부



행안부 조사에 따르면 △공동수급협정서 등 도급계약 관련 서류 △협력엄체 관계자 제보 및 증언 △법원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공동수급협정서는 명목상의 계약서에 불과하고 내부 관계에서는 실질적 하도급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승강기 유지관리로 발생하는 매출을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분배해야하지만 모두 자사 매출로 하고, 협력업체에 그 대가의 최소 25%에서 40%를 선취한 뒤 지급한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4사가 유지관리를 맡은 승강기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약 37만대로, 이 가운데 공동도급이지만 실제로 협력업체가 하청 받아 관리한 것은 약 53%인 19만4000여대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티센크루프가 불법 하도급으로 유지관리 하는 승강기 비율이 67.8%로 가장 높았고 △현대 59.9% △오티스 37.8% △미쓰비시 19.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승강기 4사 올해 실적 전망 불투명

일각에서는 국내 승강기 대부분을 납품 및 유지관리하고 있는 4사에 대한 이번 행정처분으로 각종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이는 4사가 직영으로 운영관리하고 있는 초고속·신기술이 적용된 승강기(전체 승강기 대수의 약 15%)에 대한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초고속·신기술 승강기를 설치한 서울 여의도 소재 63빌딩의 경우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가 납품, 직영으로 운영관리를 하고 있다.

반면 이를 제외한 현재 서울시 내에서 운행 중인 약 14만대 승강기 중 75.3%는 4사의 협력업체가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큰 문제가 따르지 않을 것으로 서울시 측은 관측했다.

업계에서는 4사가 행정처분에 따른 유지관리 업무 정지보다 우려해야 하는 부분은 '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행정처분이 시행될 경우 발주처가 이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어 4사에 경제적 타격이 가중될 수 있는 탓.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건설경기가 침체된데 이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산업계 위축과 이번 행정처분까지 겹쳐 승강기 대기업 4사의 올해 실적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4사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또는 행정처분조정 신청제도를 활용한 행정소송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서울시는 전국 17개 시·도가 동일한 사항이므로 행정소송 등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이와 관련 "행정처분 등에 대해서는 법에서 정한 절차 내에서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고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불법 하도급으로 인해 승강기 유지관리업 등록이 취소되는 업체는 승강기안전관리법 제 40조에 따라 취소처분일로부터 2년이 경과해야 유지관리업 재등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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