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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19 방역 '유독물질 살포' 의혹…'가습기살균제' 닮은꼴?

지자체, 환경부 방역 관련 고시 무시... 보건복지부 "지도·감독할 이유 없어"

김화평 기자 | khp@newsprime.co.kr | 2020.04.01 18:32:02
[프라임경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소독부터 하자'는 정부의 방역시책이 2차 피해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염병 확산 방지에 급한 나머지 제대로 된 용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체내 흡수된 살균제에 따른 추가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정부의 가이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살균할 수 있는 소독제를 특정해서 정확한 용법으로 사용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그러나 수급의 어려움, 대체제에 대한 홍보 부족 등 각 지자체별로 갖가지 이유를 들며 무분별한 소독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프라임경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당시 생물에 축척돼 피해를 입힌 사실이 공개돼 사용을 금지했던 '제4급암모늄화합물'이 여전히 공중살포 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달 6일 울산시 북구에서 육군 제독 차량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환경부 승인제품 중 일부 유해성 논란
 
지난 2월25일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환경부는 4개 유효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 △알콜(70%) △제4급암모늄화합물 △과산화물(peroxygen compounds)을 함유한 방역용 소독제 환경부 승인제품을 총 77가지로 제한하며, 소독제 사용 시 물체 표면을 충분히 젖도록 한 후 닦아서 살균하는 방법으로 한정하는 내용의 공문을 각 지자체에 보냈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이 밝힌 제4급암모늄화합물 사용 승인 이유는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4급암모늄화합물이 들어간 제품들은 실내 공간에 사용하는 제품"이라며 "일단은 긴급한 상황이라서 그렇게 승인한 상태"라는 것이다. 

또한 "이 물질 자체가 수생태 쪽으로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밖에서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며 "저희가 승인한 제품들은 사용 시 주의사항에 보호 장비를 꼭 착용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채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4급암모늄화합물은 살균제·탈취제·세제 등에 흔히 쓰이는 물질이다. 세균·바이러스뿐 아니라 동물·사람의 세포에도 비슷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해외 연구들이 나오면서 해당 물질의 독성 및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공중살포용으로 사용해 사람이 흡입하면 호흡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도 3월15일 배포한 지자체 코로나19 대응지침을 통해 "바닥이나 표면은 분사가 아닌 소독제가 묻은 걸레나 천으로 반복적으로 닦음. 소독제를 분사하는 소독방법은 적용 범위가 불확실하고 에어로졸(Aerosol, 공기 중에 부유하고 있는 작은 고체 및 액체 입자) 생성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바닥 및 표면 소독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제품별 안전 사용방법(희석비율·접촉시간·적용대상 등), 취급 시 주의사항 등 제조사 권장사항 반드시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환경부 방역 관련 고시 현장에선 '무시'…보건복지부 "지도·감독할 이유 없어"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여러 지자체가 소독제의 사용방법과 주의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방역을 통제할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용인·성남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개별 원칙에 따른 방역을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용인시 처인구 보건소의 방역 담당자는 "쿼트플러스알파액과 바이제로를 소독제로 사용하며 초미립자분무기로 방역한다"며 "방역 방법이 구분되는 약품들이 아니다. 공중살포 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고 답했다. 

성남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성남시 재난안전관은 "보건소에서는 확진자 위주의 방역을 하고 있다. 인원은 부족하고 방역할 곳은 많아서 자원봉사자들이 예방 차원의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며 "민간 자원봉사자 사용 약품은 시에서 구입하고 바이제로를 사용한다. 희석비율은 물 20ℓ에 57㎖를 넣게 돼 있다. 표면 소독은 못 하고, 건축물 바닥에 한다"고 말했다. 

용인시와 성남시에서 사용한다고 밝힌 '쿼트플러스알파액'과 '바이제로'는 4급암모늄화합물을 함유해 공중살포 할 경우 호흡기 건강에 치명적일 가능성이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20일 배포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제3판)'에도 해당 성분을 흡입할 경우 호흡 곤란 등 급성독성 일으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이러한 소독제 오용이 발생해도 책임지고 바로잡을 임무가 어디에 있는지 불분명한 데 있다.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 관계자는 "환경부의 역할은 제품신고와 승인 및 불법제품관리 등 소독제를 관리해 사용량·사용방법·주의사항을 지자체에 고지하는 것"이며,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방역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은 보건복지부의 소관이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중앙사고수습본부장으로 방역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런데 중수본 관계자는 지자체의 방역 실태 파악과 관리·감독 여부에 대해 "기본적으로 방역이라는 게 중앙에서 지도·감독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며 "중대한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지자체를 일일이 관리·감독하진 않는다"며 "그것은 지자체의 역량"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소독제의 수급에서 소독제 성분에 대한 부족한 정보까지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가 스스로 최선의 방역을 실시하길 기대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방산시장에서 상인연합회 관계자가 소독제를 이용해 상점 문을 닦고 있다. ⓒ 연합뉴스


◆'제2의 가습기살균제' 닮은꼴?... 6월5일까지 방역관리 공백
 
최근 가습기살균제 특별구제대상자가 추가 인정되면서 현재까지 특별구제대상자는 총 2218명(질환별·분야별 중복 지원 제외)으로 늘어났다.

케미포비아를 불러왔던 가습기살균제 사건 후 세정제·접착제·탈취제·코팅제·방향제·소독제 6개 유형의 23종의 생활화학가정용품을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또한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품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해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이 큰 살생물제품을 엄격하게 관리 중이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상정된 '코로나19 3법(검역법·의료법·감염병예방관리법)'이 2월26일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된 감염병예방관리법 제51조(소독 의무) 제1항에 따르면 '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청소나 소독을 실시해야 하고 이 경우 소독은 사람의 건강과 자연에 유해한 영향을 최소화하여 안전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에 신설된 제2항을 통해 소독의 기준과 방법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법률의 시행은 6월5일부터다. 즉 지자체가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올바른 소독을 실시해야만 하는 시기는 앞으로 두 달 뒤에나 찾아온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장기간의 방역책임 공백이 발생한 것.

최근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4월1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9887명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전날보다 101명 증가했으며 신규확진자의 절반은 수도권에서 나왔다.

사태의 원인은 바이러스지만, 전염되게 만드는 것은 국가시스템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정부의 감염병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결과 감염병이 크게 확산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가 거친 시행착오를 발판으로 방역시스템을 정비해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신속한 정보 공유와 업무 협조가 전쟁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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