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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무위로 돌아간 KB·우리 메가뱅크 경쟁 "이번엔 메가딜"

어윤대 회장 "2년간 M&A 않아"…생명보험 포트폴리오 확장 '리딩뱅크' 탈환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0.04.03 08:33:08

2010년 당시 '우리금융 민영화'를 두고 메가뱅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당시 강정원 KB금융 회장(사진 좌측)이 과감한 출사표를 던지자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합병 과정에서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한국 금융산업 재도약을 위한 메가뱅크가 현실화될 경우 국민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10년 4월2일 당시 강정원 KB금융 회장대행 겸 국민은행장이 국민은행 전 직원을 상대로 한 정기조회에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강정원 은행장이 언급한 '메가뱅크(Mega Bank)'는 은행간 인수합병을 통해 탄생한 초대형 은행을 의미하죠. 

◆'우리금융 민영화' 주도권 경쟁…결국 전면 수정

사실 메가뱅크는 2008년 초 산업은행·우리금융·기업은행을 합치는 구상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산 규모가 '세계 50위 은행' 절반 밖에 되지 않는 국내 은행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업무영역 다변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죠. 물론 대형화 때문에 시장 경쟁이 줄어들어 금융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반발도 적지 않았죠. 

이에 은행장들은 메가뱅크 '주도권 선점'을 위해 경쟁에 뛰어드는 듯 보였지만, 곧이어 터진 금융위기로 힘을 잃은 바 있죠. 

하지만 2010년 전후 정부가 은행 대형화 구상 핵심인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구체화, 메가뱅크 필요성을 처음 주장했던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적극적으로 출사표를 낸 곳은 당시 지주회사 회장 선임을 놓고 홍역을 치른 KB금융이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업계 재편 과정에서 국내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한 메가뱅크가 추진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의미인 셈이죠. 

합병 처지에 놓여있던 우리금융지주도 이에 질세라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당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앞으로 민영화와 금융산업 재편 과정에서 우리금융그룹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의욕을 드러냈죠. 합병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가 '한 역할' 아니 '주도권'을 다른 은행에 뺏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습니다. 

당시 금융권에서 거론된 메가뱅크 시나리오는 우리금융그룹과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분위기였죠. '정부소유' 우리금융과 '국책은행'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면서 다른 국내 은행과 합병하는 것이 메가뱅크를 탄생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KB금융(316조원)이 우리금융(317조원) 및 산업은행(156조원)과의 성공적인 합병시 무려 789조원의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었죠. 

하지만 그해 7월 KB금융 수장에 오른 어윤대 회장이 "향후 2년간 M&A에 나서지 않겠다"며 인수합병(M&A)을 통한 메가뱅크론에서 한 발짝 물러서면서 우리금융 합병을 통한 '메가뱅크 도약'는 사실상 물거품됐죠. 

게다가 인수 유력 후보였던 하나금융지주도 당시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가 매각을 재추진하던 '외환은행 인수'로 선회하면서 '국내 메가뱅크 시나리오'도 전면 수정되고야 말았습니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전' 전략적투자자 VS 인수금융 주선자 

이처럼 10년 전 '메가뱅크' 선점을 위해 서로 의견이 갈렸던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이번엔 인수합병 시장읜 '메가딜'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입찰자들이 써낸 푸르덴셜 매입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시장 추측으로는 2~3조원대인데요. 다만 최근 계속되는 코로나19 여파로 생보사 업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만큼 2조원 안팎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올해 인수합병 시장 '메가딜'로 불리는 푸르덴셜생명 유력한 후보로 윤종규 회장(사진 좌측)의 KB금융지주가 꼽히지만, '연임'에 성공한 손태승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앞세운 우리금융 행보에 따라 적지 않은 변수가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매각 주관을 맡고 있는 골드만삭스가 실시한 본입찰에 △전략적투자자(SI) KB금융 △재무적투자자(FI) 한앤컴퍼니 △우리금융이 '인수금융 주선자'로 참여하는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참여했죠. 

물론 이중 가장 유력한 인수합병 대상자로 KB금융지주가 꼽히고 있습니다. 최근 2년 연속 신한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KB금융이 생명보험 포트폴리오 확장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 KB금융이 예비입찰과 달리 본입찰에서 2조2000억원 안팎 수준의 최고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타 업체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지난달 주주총회를 통해 결국 연임에 성공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을 좌우할 핵심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금융의 경우 다른 금융지주사와 비교해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시급했던 만큼, 손 회장도 지난해부터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 의지를 밝히기도 했죠. 이 때문에 그간 우리금융은 매물이 나올 때마다 '잠재적 인수 후보'로 평가받곤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비은행 인수합병 등을 통해 그룹체제를 공고히 다진 우리금융은 성공적인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통해 최근 회사를 둘러싼 분위기 반전 효과도 기대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10년 전 메가뱅크 주도권 선점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KB금융과 우리금융이 과연 '메가딜'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인수전 결과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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