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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덴셜생명' 입맛 다시는 사모펀드…보험업계 '먹튀' 우려

단기 차익 노린 성과 위주 경영·인위적 구조조정 가능성 제기

이지운 기자 | jwn@newsprime.co.kr | 2020.04.03 16:45:26
[프라임경제]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사모펀드가 대거 참여한 가운데 일각에선 사모펀드 생명보험사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기 차익을 중점에 두는 사모펀드 특성상 보험사를 단순 '자산 부풀리기' 수단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사모펀드가 대거 참여했다. 이번 입찰에는 KB금융지주와 대만 푸본생명, 사모펀드에선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IMM프라이빗에쿼티, 한앤컴퍼니가 이름을 올렸다. 푸르덴셜생명 매각 측은 이르면 다음주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 푸르덴셜생명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매각 측은 이르면 다음주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에는 총 5곳이 참여했다. 전략적투자자(SI)로는 KB금융지주와 대만 푸본생명, 재무적투자자(FI)에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IMM프라이빗에쿼티, 한앤컴퍼니가 이름을 올렸다.  

앞서 지난달 19일 푸르덴셜생명 매각은 본입찰이 진행된 이후 2주가 넘도록 우선협상 대상자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가격 경쟁만 치열해진 상황이다. 높은 매각가를 위해 프로그레시브딜(경매호가식 입찰)을 진행하는데 여기에 사모펀드가 세 곳이나 뛰어들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 상황. 

이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연맹은 '사모펀드 보험사 인수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사모펀드 생명보험사 인수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생명보험사는 보험계약자의 생애 전 기간 유지되는 계약을 업으로 하는 기업이다. 사모펀드가 생명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과도한 위험을 인수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라며 "과도한 위험 인수는 기존 보험계약자와 신규 보험계약자 및 생명보험사 채권자 모두에게 그 위험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회사 자산은 초장기 자산으로 부동산, 채권 등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자산들이 많아 이를 재평가해 얼마든지 분식회계가 가능하다"며 "기존의 형성된 자산을 부풀릴 수 있는 여지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계약자 자산이 주주에게 넘어가는 불공정한 거래는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모펀드는 대부분 저평가된 기업을 매수해 기업의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단기 차익을 얻는 방법으로 수익을 낸다. 때문에 이를 위한 가치 극대화 과정에서 성과 위주 경영, 인위적인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실제 이번 입찰에 참여한 MBK파트너스의 경우 앞서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했다. 이후 시장 가치를 과도하게 향상시킨 뒤 신한금융지주에 4850만주(지분율 59.15%)를 2조2989억원(주당 4만7400만원)에 매각하며 막대한 차익을 남긴 바 있다. 

현재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는 KB금융이 가장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 우위를 차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MBK파트너스도 2조원 안팎의 인수가를 제시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업계에서는 KB금융과 MBK파트너스의 치열한 가격 경쟁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생명보험이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되는 이유로는 은행과 달리 금산분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의 경우 은행법 제16조의 2를 통해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주식 소유를 원칙적으로 4%로 제한하고 있다. 이와 달리 보험업법에는 이러한 규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때문에 현재 비금융주력자의 생명보험사 인수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보험업계에선 단기 차익만을 노리는 사모펀드의 행태로 인한 시장 전체 위험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험업법에도 위와 같은 형태의 규정을 도입해 사모펀드가 생명보험사를 소유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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