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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천정배의 회심작 '전두환 내란목적 살인죄' 가능성 충분

형사소송법 체계상 일사부재리나 기판력 문제와 충돌 없어…역사적 진실 규명과 단죄 가능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4.07 08:47:37

[프라임경제] 천정배  민생당 의원이 2020년 제21대 총선에 임하고 있습니다. 1996년 '꽁지머리를 묶은 인권변호사'라는 책을 내기도 한 그는 '목포 3대 수재'라는 평을 일찍부터 들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서울대학교 법대에 진학, 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참여정부 당시 법무부장관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정치를 했지만 지역구를 광주로 옮기는 승부수를 띄운 바도 있지요.

그런 '천하의 천정배'에게도 이번 21대 총선은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과거부터 그와 언젠가는 필사의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점쳐졌던 양향자 전 삼성전자(005930) 상무와 광주 서구을 지역구를 놓고 대결 중인데요. 양 전 상무 역시 '고졸신화'와 '삼성전자 내에 드문 여성임원' 스토리를 들고 나온 만만찮은 인물이고, '양 더불어민주당(여당) 후보 vs 천 민생당 후보'라는 정당의 위상 문제도 녹록한 문제가 아니라는 풀이도 나옵니다.

그런 천 의원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 인사를 하고, 한 민생현안이라도 더 논의해야 할 이 중차대한 시국에 오래된 문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 내란목적 살인죄' 이슈인데요.

그는 이미 일찍부터 이 문제를 거론해 온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니, 5일 토론회에서 "이제 5·18 진상규명조사위가 활동을 시작해서 새롭게 (전 전 대통령의) 발포명령이든 추가로 계엄군에 의해서 살해된 희생자들에 대한 진상을 밝혀내면 다시 내란목적 살인죄를 적용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역사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토론장에서 결기를 세운 천 의원, 과연 이게 가능한 것일까요? 위에서 소개했듯 설마 법무부장관 출신 변호사가 없는 소리를 정치적으로 꺼낸 건 아닐 것인데요.

한 사건을 재차 재판하지 못한다는 '일사부재리'나 일단 나온 판결의 효력이 전제가 된 동일한 사실에 효력을 미친다는 기판력 논의 등 여러 측면에서 내란목적 살인죄는 무리수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없지 않습니다.  

자, 내막은 이렇습니다. 일단 기판력과 일사부재리의 기본 틀을 따져 봅니다. 학설이 좀 나뉘지만, 기판력과 일사부재리 사이의 관계에서 두 이야기를 사실상 같은 것으로 보는 설도 있으니, 일단 간단히 거기에 따라 묶고 이야기를 전개하겠습니다. 

공소(검사가 법원에 재판을 구하는 것)사실의 동일성을 따질 때에 문제가 같은 것으로 되면 위의 두 논의상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 학설은 ① 기본적 사실동일설 ② 죄질동일설 ③ 구성요건공통설 ④ 소인공통설로 견해가 나뉘고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동일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기본적 사실동일설을 주장합니다. 판례(법원의 대체적인 입장)는 기본적인 점에서 같은 입장이나 규범적 요소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는 태도지요.

이를 보면 내란목적으로 사람을 죽였다는 이야기는 이미 기소돼 재판이 이뤄졌었고, 일부 무죄와 일부 유죄 등 단죄도 이뤄졌습니다(사면이 되고 안 되고는 정치적 문제이니 여기선 빼겠습니다). 그러니, 일사부재리 문제상 내란목적 살인죄 카드를 다시 꺼내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각이 당연히 존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내란목적 살인죄는 희생자 개개인의 소추에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을 주목해 봅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5·18 희생자 160여명 중 25명을 뺀 나머지 희생자에 대해서 진상이 규명되고 새롭게 범인이 잡힌다면, 내란목적 살인죄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천 후보는 이미 국회의원으로 오래 일해온 바쁜 상황 속에서도, 이 문제를 때때로 지적해 왔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법무부장관 임명장을 주는 모습. 천정배 민생당 의원의 지금보다 한결 젊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 연합뉴스

다른 허들이 하나 더 남습니다. 이미 이뤄진 재판에서 죄를 다투는 최종적 과정에 넘어가지 않았더라도 다른 죄를 다투는 상황에서 사실상 대부분 건드리고 넘어갔다면, 그것도 어찌 보면 일사부재리나 기판력 효력상 이제 더 이상 다시 파면 안 되는 게 아닐까요? 이른바 '공소제기가 되지 않은 여죄(餘罪)에 실질적으로 심리가 행하여지고 그 여죄가 양형의 자료로 사용된 경우'겠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습니다. 여죄사실과 공소사실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기판력이 인정된다는 이창현 교수 같은 (조건부) 입장도 있고요. 기본적으로는 여죄사실이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기판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정웅석 교수나 송광섭 교수 같은 좀 단호한 의견도 있습니다. 

후자의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전 전 대통령이 발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는가의 이슈는 공소와 재판의 상황 속에서 여죄의 실질적인 심리라고 하기 어렵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네, 천 후보의 결기가 논리상 옳다는 점은 일단 여기까지입니다. 다만, 정치적으로 지금 이게 과연 맞는 선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선거에 그리고 득표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시간 낭비는 아닌지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천 후보는 과거 사법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습니다. 판사나 검사를 할 수 있었지만 '전두환 정권이 주는 관리 임명장을 받기가 싫어' 변호사 개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라면, 내란목적 살인죄의 또다른 진실규명은 정치 인생 전부를 걸어볼 만한 과제이자 법조인으로서 그리고 자연인으로서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매달려 볼 숙명이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변방의 정치인 노무현'을 일찍부터 발굴해 돕고 '노무현 정권'을 만든 것도 천 후보입니다. 오늘날의 민주당인 옛 열린우리당에서도 대단히 비중있는 정치인으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불편한 문제로 각을 세우고 결국 더 작은 민생당에 있지요.

요상하고 어려운 길을 마다치 않는 천 후보의 이번 내란목적 살인죄 규명 노력에 "지금 그걸 매달릴 때가 아니에요"라고 보좌진이나 선거운동원들이 말리지 못하는 이유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게 정치공학 아닌 진짜 정치의 매력이지 않나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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