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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더 이상 'n번방' 가해자 서사는 필요 없다

 

조희연 청년기자 | cho77640@naver.com | 2020.04.08 15:36:00
[프라임경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에 대한 사람 분노는 여전하다. 

경찰은 지난달 2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공개를 허락했다. 전날 한 뉴스에서 공개된 그 신상은 여러 사이트를 통해 퍼졌으며, 많은 국민들이 범죄 행각에 경악했다. 

이튿날 조주빈은 경찰서 포토라인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정작 그 입에서 나온 말은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이 담긴 사과가 아닌, 유명인사 이름이었다. 반성하는 모습 없이 마치 '물타기'를 시도하는 듯 보였으며, 실제 상당수가 그가 언급한 손석희와의 관계로 쏠리기도 했다. 

안타까운 점은 악마로 자신을 지칭하는 조주빈 말에 '한국판 조커'라며 일컫는 사람들의 말이 자칫 캐릭성을 부여하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신상공개로 드러난 과거 행적들이 가해자에게 서사를 암시하는 일련 기사들로 포장되면서 범죄 행위에 당위성이 부여되진 않을까 우려된다. 

현재 경찰은 조주빈 외 여러 n번방 운영자 및 가담자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범죄자를 검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범행 동기를 밝히는 것 역시 수사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한 교양시사 프로그램은 조주빈 과거사를 부각, 불우한 가정환경이 범죄 행동에 영향을 준 듯이 서술했다. 범죄자 입장에서 과거 행적과 사건들을 서술하며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피해자 자리를 지울 뿐, 전혀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론은 가해자 서사에 집중하지 말고, 피해자 피해를 보다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서술해야 한다. 그래서 가해자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보도해야 한다. 특히 이런 성범죄의 경우 자칫 2차 가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필자는 더 이상 가해자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다. 

오래도록 많은 기사 등을 통해 접한 가해자들의 삶을 통해 필자가 내린 결론은 '그들은 극악무도한 범죄자이자 사회를 해치는 악'이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부여하는 서사는 사람들이 인식해야 할 범죄행위를 지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들 범죄행위가 '과거를 통한 합리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범죄는 특별한 사람이 일으키는 게 아니고, 범인(凡人)이 저지르는 죄다. 때문에 특별하게 여겨서도, 방심해서도 안 된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범죄자가 서사 속에 숨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은 범죄자들이 그에 걸맞은 형 집행을 받도록 항시 주시하는 것이다. 

더 이상 피해자도 가해자도 생기지 않도록 이 사건을 오래도록 주목해야 할 것이다.



조희연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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