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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내력벽철거' 이익 때문에 "안전문제 쉬쉬" 전문가들 우려표명

"삼풍백화점 망각한 멍청한 짓"…후진적 벽식구조 점진퇴출 필요성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4.10 11:38:12

국토교통부가 내력벽철거를 통한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문제에 대한 결론발표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건설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안전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부동산이익 추구집단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것이라는 지적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가 공공주택(아파트) 리모델링시 내력벽철거를 허용하는 것에 대한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처가 전형적인 부동산에 건설이 끌려가는 행태로 심각한 안전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리모델링이란 건축연한과 안전구조평가, 용적률 등의 문제로 재건축을 진행할 수 없는 단지에 수평이나 수직으로 증축을 하는 사업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철거 후 재건축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비용이나 시간이 더 많이 들고, 정작 넓힐 수 있는 공간은 한정돼있어 평형을 넓히거나 타입구성을 바꾸는 데 제약이 많다. 이 때문에 기존 수평증축에서 수직증축을 할 수 있도록 2014년에 추가로 허용했지만 실제 진행 단지가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제시된 대안이 '내력벽철거'다. 내력벽은 건물의 무게하중을 견디는 벽체를 말하는데 이를 제거하게 되면 당연히 무게 하중부담이 늘어나고 안전성에 문제가 생긴다.

국토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안전성 연구용역' 실증실험을 맡겨 이 결과를 바탕으로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는 문제를 결론짓는다는 입장을 정했다.

건축업계전문가들은 이러한 국토부의 방향성이 안전보다는 이익을 추구하는 요구에 끌려가는 처사라면서 향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형건설사에서 리모델링 임원을 역임한 A 기술사는 "리모델링은 순전히 부동산이익 논리에 따른 것으로 집을 정방형이 아닌 기형적 장방형으로 만들면서 무리하게 집을 넓히는 방식"이라면서 "이것마저도 이익이 되지 않으니 안전문제에 직결되는 내력벽을 철거하겠다는 어마무시 한 생각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덧붙여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현장에서도 이미 모두 알고 있는 문제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애초에 경제적 이익 때문에 내력벽 건물로 짓는 자충수를 뒀다가 안전과 기술보다는 이익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험으로 내모는 짓을 또다시 자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원인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세대간 벽이 힘을 받는 벽식구조로 지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벽식구조의 건물은 선진국 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라지고 있는 후진적기법이라는 것이다.

기둥과 보가 무게를 견디는 라멘조방식을 채택할 경우 건물을 구성을 변경할 때, 기둥과 보를 남기고 건물 내부 구성을 변경하기가 쉬워 내부 공간을 늘리거나 줄이고, 마감재도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여기에 층고가 높아지고 ALC(경량기포콘크리트)와 같은 자재를 사용해 화재위험과 소음 문제도 벽식구조보다 나은 점이 많다.

이 때문에 라멘조로 지어진 건물을 변형하는 것은 속의 구성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에서 '리뉴얼'이라고 불린다. 유럽과 일본 등 건설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라멘조방식과 '리뉴얼'이 보편화돼있다.

리뉴얼로 기둥과 보를 제외한 건물의 구성을 새롭게 하기 때문에 '100년 건물'이 가능하다.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장(長)수명주택'도 라멘식구조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라멘조방식보다 벽식구조를 선호하는 것은 분양단계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유가 크다.

라멘식으로 건물을 지을 경우 층고가 높아져서 같은 건물 높이로 지었을 때, 우리나라 평균 아파트 높이를 기준으로 3개층 정도가 줄어든다. 1개동 1개층이 4~6가구라고 본다면 1개동에서 12~18가구가 줄어드는 셈이다. 10개동일 경우 120~180가구가 줄어드는 것.

100가구가 넘는 세대의 3.3㎡(평)당 가격을 고려하면 줄어드는 이익 금액의 규모가 무시 못 할 수준이 된다. 가장 평당가가 비싼 강남구의 경우 500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도 아주 드물게 남은 내력벽구조가 우리나라에서는 주된 구조로 자리잡아왔다.

건설업계관계자는 "솔직히 우리나라 건설업은 부동산에 끌려 다닌 것이 역사다. 장수명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가 한편으로는 안전문제를 야기하는 내력벽철거를 허용하겠다는 엇박자를 내는 것도 결국 시장논리에 진 것 아니냐"면서 "법적으로 벽식구조를 점진퇴출하지 않는 이상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견이라는 전제하에 연구용역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겠다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연구용역이라는 것이 '목표'가 설정돼 있는데 다른 결론을 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내력벽철거 허용으로 인해 안전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건설현장근로자 B는 "솔직히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게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을 제거하거나 폭을 줄여서 공간을 더 확보해 보겠다고 하다가 일어난 것 아니냐"면서 "안전에 대한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정부가 이익단체에 이끌려 가는 모습을 보니 씁쓸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용역결과에 따라 국토부는 이르면 올 7월 안에 리모델링 내력벽철거 허용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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